[하이빔]디젤차, 드디어 전기차에 밀렸나

입력 2021년10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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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전기차 월 판매, 디젤 넘어서

 시장분석 기관 자토다이나믹스에 따르면 지난 8월 유럽 내 26개 나라에서 팔린 자동차는 모두 71만3,714대다. 이 가운데 친환경차로 분류되는 PHEV와 BEV의 판매는 15만1,737대를 차지했는데 비중으로 보면 21.2%이고 전년과 비교하면 61% 늘어난 기록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친환경차로 시장을 빼앗긴 연료가 디젤이라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디젤차는 14만1,630대로 친환경차보다 1만100대 적다. 전통적인 디젤 주력의 유럽조차 이제는 이동 수단 에너지의 원천인 디젤을 사실상 외면하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의 연료별 판매는 휘발유(56만대), 디젤(24만대), LPG(5만대), 전기(4만대) 순이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디젤차는 3만8,000대 줄어들고 전기차는 1만1,600대가 증가해 디젤 수요가 친환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입증되는 중이다. 

 그런데 유럽의 디젤 쇠락이 예상보다 빨라진 배경으로는 다양한 전기차의 등장이 꼽히기도 한다. 8월 BEV 부문 1위에 오른 폭스바겐 ID.3(7,904대)를 비롯해 테슬라 모델3(7,824대), 폭스바겐 ID.4(4,624대), 르노 조에(4,032대), 머스탱 마하-e(3,621대), 기아 니로(3,561대), 스코다 애니악(3,541대), 테슬라 모델Y(3,478대), 폭스바겐 업(3,291대), 피아트 500(3,152대) 등을 포함해 판매되는 BEV만 20종이 넘는다. PHEV 또한 포드 쿠가(3,512대), 벤츠 GLC(2,670대), BMW 3시리즈(2,343대), 벤츠 A클래스(2,296대), 쿠프라 포멘터(2,192대), 세아트 레온(2,166대), 푸조 3008(1,966대), 현대 투싼(1,889대), BMW X3(1,696대), 아우디 A3(1,692대) 등 제품군이 즐비하다. 

 주목할 사실은 디젤 비중 감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그간 완성차기업의 전략에서 친환경차는 규제 대응이라는 부분적인 역할에 머물렀다. 여전히 수익의 대부분이 내연기관에서 창출되는 만큼 내연기관의 포기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 열효율을 끝없이 개선하고 배출가스 정화 능력을 향상시켰지만 빠르게 강화되는 규제 문턱을 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자 아예 전면 전환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줄어드는 내연기관의 수익을 친환경차에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대표적인 곳이 폭스바겐그룹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7월 "뉴 오토(New Auto)"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판매하고 소프트웨어 부문의 집중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 시장은 계속 성장하지만 내연기관은 매년 20% 가량씩 줄어드는 반면 전기차는 생산비용 절감 및 배터리 재활용, 그리고 전력 유통 부문에서 수익을 만들 수 있어 차라리 전면 전환이 오히려 미래 지속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판단했다. 실제 폭스바겐은 2025년 수익성을 지금보다 더 높이겠다고 자신했다. 

 그러자 한국도 빠른 전환에 동참했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전기차만 내놓을 계획이고 현대기아차도 올해를 기점으로 2026년까지 12종의 전기차를 쏟아낼 계획이다. 이에 뒤질세라 벤츠 또한 2030년 전 차종 전동화를 선언했고 볼보도 같은 해를 기점으로 모든 차종의 전동화를 목표로 세웠다. 

 이런 흐름에 비춰볼 때 앞으로 자동차 부문의 전동화는 글로벌 산업 구조를 송두리째 바꾸는 촉진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간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 장벽이었던 내연기관이 힘을 잃는 순간  다양한 "탈 것(Riding things)"이 등장할 수밖에 없고 이때는 누구나 전기차를 제조, 판매하면서 이동 수단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반면 자동차회사는 에너지, 발전, 전력 유통 등에 집중적으로 뛰어들면서 "에너지-전력-이동 수단-운송 서비스"의 가치 사슬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역량을 쏟아부으며 업종 간 경계 허물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현실에서 디젤을 밀어낸 친환경차, 속도전은 이제부터가 진짜다. 

 권용주(자동차 칼럼니스트,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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