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벤틀리의 존재감, 컨티넨탈 GT

입력 2021년10월03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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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급 소재로 장식한 실내외 디자인 포인트
 -빠른 가속 및 부드러운 주행 성능 어우러져

 벤틀리 컨티넨탈 GT는 2003년 처음 등장한 럭셔리 쿠페다.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지켜온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낸 차 이기도 하다. 특히 2세대 이후부터 유명 연예인이나 명사들의 사랑을 받으며 대중적인 인지를 쌓았고 소비자에게도 브랜드와 차를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세그먼트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안착을 거둔 컨티넨날 GT가 3세대 신형으로 돌아왔다. 안팎으로 크게 바뀐 스타일과 벤틀리 고유의 정신을 계승한 모습이 공존하며 보다 명확한 인상으로 재탄생했다. 신형 컨티넨탈 GT의 상품성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차를 마주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당당하고 기품있다. 크고 굵직한 캐릭터 라인의 향연이 펼쳐지며 차를 꾸미는 각 요소들도 화려하다. 앞은 거대한 사각 그릴이 눈에 들어온다. 격자 무늬를 촘촘히 넣었고 크롬 도금으로 마무리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범퍼 공기흡입구와 양 끝에 보조개처럼 달린 레이더, 라이다 센서 커버도 전부 같은 느낌으로 통일감을 줬다.

 양 옆에는 위치한 동그란 헤드램프는 신형의 핵심 포인트다. 램프 속 구성을 화려하게 꾸민 게 특징으로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 영롱하게 빛난다. 심지어 시동을 완전히 걸지 않았을 때는 은은한 푸른빛을 돌게 해서 마음을 훔친다. 현존하는 양산차 중 가장 아름다운 헤드램프가 분명하며 최고급 보석을 하나씩 박아 넣은 것처럼 사치스럽다. 

 옆은 늘씬하다. 실제로 컨티넨탈 GT는 길이 4,850㎜, 휠베이스 2,851㎜를 가진 대형 쿠페다. 반면 너비는 1,965㎜, 높이는 1,405㎜로 극단적으로 낮고 넓은 차체를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긴 보닛과 완만하게 누운 필러가 차를 부각시킨다. 단정한 디자인의 21인치 휠은 트위스트 공법으로 차가 굴러가는 방향에 따라 오묘한 분위기를 낸다. 

 펜더에는 V8 배지가 작게 붙어져 있고 아래쪽에는 B를 형상화한 무늬와 두툼한 크롬 도금이 멋을 더한다. 이 외에 완만하게 내려앉은 루프라인과 바짝 치켜 올린 뒷 유리창의 조화가 상당하며 볼록하게 솟은 뒤 펜더는 옛 벤틀리의 헤리티지를 계승한다.

 뒤는 단일 구성의 타원형 테일램프 적용으로 차가 더 넓어보이는 효과를 줬다. 앞쪽만큼은 아니지만 섬세한 디테일은 여전하다. 이 외에 일부러 굴곡을 주거나 차명을 붙이지는 않았다. 최대한 깔끔한 모습으로 완성했으며 정 가운데에 벤틀리 로고와 레터링이 장식의 전부다. 범퍼도 마찬가지다. 번호판 주변과 양 옆을 감싼 크롬 도금 외에는 이렇다할 특징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램프와 동일한 모양으로 맞춘 쿼드 배기구는 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감탄사가 쏟아진다. 온통 가죽과 우드로 안을 뒤 덮었고 반짝이는 크롬 라인으로 포인트를 줬다. 운전석에 앉으면 두툼한 스티어링 휠부터 손에 쥐게 된다. 투톤 가죽과 장인이 한땀한땀 엮은 스티치 조화가 훌륭하다. 

 풀 디지털 계기판이 화려함에서 밀릴 정도다. 센터페시아 맨 위에는 커다란 와이드 터치 모니터가 있다. 버튼으로 화면을 숨길 수 있으며 외기온도, 나침반 등과 같은 아날로그적 요소와 일반 우드패널 등으로 장면이 전환된다.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방법으로 품격을 높인다. 

 이 같은 분위기는 송풍구에서도 느낄 수 있다. 바람 양을 조절하는 핀은 강도에 따라서 개별 공조장치를 미세하게 컨트롤한다. 중앙에 놓인 아날로그 시계도 자꾸만 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 외에 변속레버 주변은 제법 버튼이 많다. 개별 공조장치 및 시동 버튼, 주행에 도움을 주는 기능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소재 및 마감에 있어서는 단연 최상급을 지향한다. 영국 크루 공장 뒤편에서 직접 키운 나무를 가지고 만든 패널은 무늬와 코팅 공법에 말문을 잃는다. 여기에 조각별로 맞물리는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없고 크롬 라인과 경계를 이뤄 고급 수납장을 보는 듯하다. 하염없이 손으로 쓰다듬게 되며 유심히 쳐다보게 되는 매력을 지녔다.

 시트 가죽의 느낌이나 자수로 새긴 벤틀리 로고, 적절한 투톤 조합, 인간미 돋보이는 스티치 라인 등이 수제작 차를 타고 있다는 자부심을 키운다. 이 외에 영국 오디오 전문 기업인 ‘네임’에서 벤틀리 전용으로 제작한 시스템 스피커는 실내 품격을 높인다. 

 1,100W 앰프와 15개의 맞춤형 스피커(듀얼 네임 서브우퍼 포함)가 사용되며 디랙 디멘션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을 채택해 가상 음장을 조성한다. 어느 자리에서 음악을 들어도 동일한 효과로 콘서트홀을 방불케하는 사운드를 제공한다.

 2열은 생각만큼 여유로운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무릎과 머리 위 공간은 물론 양 옆으로 튀어나온 패널 두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독립 시트로 중앙에는 컵홀더까지 있어서 턱이 꽤 높다. 그나마 열고 닫을 수 있는 작은 쪽창으로 위안을 삼는다. 물론 착좌감이나 소재에 있어서는 뛰어나지만 성인이 장시간 앉아 이동하기에는 한계를 보인다. 짐을 넣는 여유 공간 정도로 활용하는 걸 추천한다.

 ▲성능
 3세대 신형 컨티넨탈 GT V8에는 최고출력 550마력, 78.5㎏·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새로운 4.0ℓ 트윈 터보 V8 엔진이 탑재돼 있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초에 불과하며 최고 속도는 318㎞/h를 자랑한다. 

 시동을 켜면 묵직한 음색으로 등장을 알린다. 속도를 올리는 과정은 한결 매끄럽다. 고요하면서도 부드럽게 치고 나가며 소리 없이 강하게 질주한다. 얼음 위를 스르륵 하고 미끄러져 나가는 느낌이다. 자극을 최대한 줄이면서 탑승자 모두에게 쾌적한 만족을 전달한다. 그 결과 도로 흐름에 상관없이 언제나 편하게 이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스포츠 쿠페 성격을 알아보기 위해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돌렸다. 차체는 단단해지고 스티어링 휠 반응도 예민해진다. 민첩하게 방향을 틀어도 차는 손쉽게 움직이며 안정적인 자세를 이끌어낸다. 3세대 신형 컨티넨탈 GT V8에는 첨단기술인 벤틀리 드라이브 다이내믹 라이드(이하 BDDR) 시스템이 최초로 탑재됐다. 48 V 액티브 롤 컨트롤 시스템을 활용한 전자식 액티브 롤링 제어기술이다. 

 BDDR은 좌우 롤링을 적극적으로 제어해 강력한 성능을 더욱 정교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은 깊은 코너에서 적극적인 행동으로 증명한다. 대형 쿠페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날카롭고 깔끔한 포물선을 그린다. 굽이치는 고갯길을 컨티넨탈 GT처럼 아름답게 통과하는 차가 또 있을까 싶다. 펀치력을 앞세워 강하게 몰아 붙이는 일반적인 스포츠 쿠페와는 선을 긋는다. 그만큼 실내외 만큼이나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으로 운전 자신감을 높인다.

 고속 주행도 마찬가지다. 흥분을 부추기는 오묘한 사운드가 연신 귓가를 울리고 엄청난 몰입감으로 속도를 올리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하다. 불안하거나 스릴을 전달하기 보다는 안정적이면서도 침착하게 자세를 낮추고 내달린다. 높은 고속 안정성이 발군의 실력을 내며 누구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승차감은 긴 말이 필요 없다.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저절로 박수를 보낸다. 에어 서스펜션과 지능형 댐핑 시스템은 도로 위 굴곡을 빠짐없이 흡수한다. 방지턱이나 펌피 구간을 만나도 쉽게 출렁이지 않으며 재빠르게 자리를 찾는다. 마냥 무르지도 않다. 탄탄하게 노면을 움켜 쥐며 달리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서는 최상의 흡수력으로 안락한 감각을 전달한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플래그십 세단 못지 않은 실력을 갖췄고 반대로 스포츠에서는 달리기 위한 준비를 마치는 똑똑한 승차감이다. 

 안전 품목으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레인 어시스트, 나이트 비전부터 파크 어시스트, 보행자 경고 시스템 등을 기본으로 갖췄다. 여기에 4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차 주변 환경을 보여주는 탑 뷰, 표지판 인식기능, 반대 교통 상황 경고 기능 등을 넣어 도심 주행 시 편리함을 키운다. 각 기능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안전 운전에 도움을 주고 장거리 이동 시 피로도를 줄인다. 

 ▲총평
 신형 컨티넨탈 GT는 전작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으면서도 벤틀리의 발전 가능성을 한 차원 높인 차다. 전방위적인 변화를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간 신뢰를 쌓으면서 자신감도 동시에 얻는다. 디자인은 헤리티지를 지키면서도 세련미를 극대화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다. 

 여기에 크루 장인들의 손길을 거친 고급 소재와 마감 및 퀄리티는 정교하고 아름답다. 명품으로 불릴 만한 조건을 두루 갖추며 많은 사람들의 드림카로 불릴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3세대 신형 컨티넨탈 GT V8의 국내 공식 판매 가격은 3억2,900만원(부가세 포함, 개소세 인하 반영 전)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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