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공기 없는 타이어, 상상이 현실로

입력 2021년10월0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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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공기식 타이어 상용화, 바퀴 역사의 대전환 시작되나

 흔히 바퀴의 역사는 기원전 3,500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이후 바퀴는 크게 두 번의 혁신을 겪는다. 첫째는 기원전 2,000년경에 등장한 "바퀴살(스포크, spoke)"이다. 덕분에 원형 통나무 바퀴의 무게가 대폭 감소했다. 두 번째는 1844년 찰스 굿이어의 통고무 혁명이다. 이후 "고무"가 바퀴의 주요 소재로 편입됐고 존 보이드 던롭이 고무 내부에 공기를 불어 넣으며 공기식 타이어 개념이 완성됐다. 따라서 바퀴 역사 5,000년은 크게 "나무에서 고무"로 전환된 소재 혁신 외에 "공기"라는 물질 활용이 전환점이었던 셈이다. 이후 140년 이상 타이어는 공기 압력으로 자동차의 무게와 이동을 책임지는 부품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공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계도 분명했다. 공기가 없으면 바퀴로서의 기능 자체를 수행할 수 없었던 탓에 언제나 공기압에 관심을 쏟아야 했다. 공기가 너무 많아도 문제가 발생하고 적어도 주행 중 위험 요소로 다가왔다. 흔히 "적정 공기압"을 유지해야 하는 배경이다. 게다가 타이어 안에 공기를 잘 채워도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새어 나가기 일쑤여서 해결책을 찾는데 집중했지만 뾰족한 방법도 없다. 날카로운 물질에 타이어 표면이 손상되면 순식간에 공기가 외부로 유출돼 주행 중 대형 사고 위험 또한 상존한다. 

 실제 지난 2016년 브릿지스톤 타이어가 내놓은 <차세대 타이어 기술 혁신의 게임 체인저> 보고서는 타이어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생각과 경향을 비교적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의 60%는 4년 내에 최소 1회 가량 타이어 펑크를 경험한다. 이 가운데 23%는 야간에 문제가 발생하며 해결이 될 때까지 평균 3시간 가량을 허비한다. 그리고 낭패(?)를 겪은 사람일수록 타이어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쉽게 보면 운전자에게 타이어 펑크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위험 인자라는 뜻이다. 

 사고 측면에서도 타이어는 여러 원인 중 하나다. 한국도로공사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간 집계한 고속도로 교통사고 1만1,016건 가운데 타이어 파손은 334건(3%)으로 다섯 번 원인이다. 그럼에도 공기 자체의 압력은 엄청난 무게를 견딜 수 있고 충격이 가해졌을 때 탄성과 함께 충격 흡수 기능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공기를 넣은 타이어는 운명처럼 모든 "탈 것" 또는 "이동하는 것"과 함께 했다. 

 하지만 제 아무리 타이어와 이동 수단이 운명 공동체라 해도 "공기의 압력 변동"이라는 위험 요인의 상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전개됐는데 대표적인 것이 공기(Air)의 원천 배제다. 공기로 자동차를 지탱하지 않으면 펑크 자체가 없으니 위험 인자도 배제될 것으로 여겼던 셈이다. 그리고 2015년 미쉐린은 공기를 넣지 않는 "비공기식 타이어(Non-Pneumatic Tire)"를 잔디깎기에 적용했다. 이후 공기 없는 "에어리스(Airless)" 타이어로도 불리는 비공기식은 속도가 빠르지 않은 이동 수단에 시험 적용되며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무거운 전기차가 타이어 표면의 마모를 심화시키자 대안으로 비공기식 타이어를 주목했다. 비공기식은 고무를 접착시키는 방식이어서 타이어 전면 교체에 따른 비용 감소는 물론 폐타이어의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제아무리 획기적이고 친환경이라도 새로운 사업에 대한 저항은 늘 있기 마련이다. 특히 비공기식 타이어는 휠과 타이어가 일체형이어서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타이어 공기압 감지 장치, 일명 "TPMS"를 쓰지 않아 관련 센서 기업의 저항도 뒤따를 수 있다. 비공기식이 늘어날수록 TPMS 매출 비중이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럼에도 비공기식 타이어 시장이 꿈틀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기업 또는 국가 간 주도권을 위한 눈치(?) 싸움도 활발하다. 그러자 한국이 선봉에 서기로 결정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최근 승용차 비공기압 타이어의 안전성 시험 제도를 마련해 시장을 선제적으로 열어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 비공기식 타이어 부문을 한국이 육성하겠다는 의지 표명인 셈이다. 

 물론 개선점은 아직 많다. 진동과 소음, 회전 저항 등의 품질 향상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당장 사용이 가능한 분야도 적지 않다. 장기간 보관되는 카라반, 바쁜 시기에 일시적으로 사용하고 농한기 때 멈춰 서는 농기계 등이다. 공기가 없으니 바람 빠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국내 최초 대량 생산을 준비 중인 유일기업은 올해 말부터 비공기식 타이어를 쏟아내겠다는 의지다. 이 회사 마경업 대표는 최근 열린 <비공기식 타이어 표준기술 포럼>에서 "국내도 진동소음 영향이 크지 않은 산업용 일부에 적용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한국에서 초소형 자동차부터 공기없는 타이어가 장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40년 타이어 역사의 전환에서 비공기식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겠다는 그의 포부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타이어에서 "공기"라는 물질이 지닌 안전과 위험의 속성을 동시에 없애는 것이니 말이다. 

 권용주(자동차 칼럼니스트,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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