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밖에선 안보이는 큰 변화, 볼보 XC60

입력 2021년10월07일 00시00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내실 다지고 돌아온 대표 중형 SUV
 -새로운 디지털 경험에 초점 맞춰

 볼보의 성장세가 상당하다. 9월까지 누적 1만1,193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8.2% 성장했고 올해를 두 달 남기고 무난히 1만대 클럽에 진입했다. 청신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전 라인업에 걸쳐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다른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대비 합리적인 가격과 폭 넓은 보증기간 적용 등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상품성도 한몫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볼륨을 자처하는 중형 SUV XC60이 있다. 4년 전 처음 등장해서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적게는 수 개월, 많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없어서 못 파는 차 반열에 올랐다. 지난 9월14일에 국내 최초 공개한 신형 XC60 역시 2주만에 신규 사전 계약 2,000대를 돌파하며 존재를 과시했다. 한국 사람들이 이토록 스웨덴산 SUV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부분변경이지만 외관은 바뀐 부분을 찾기 쉽지가 않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기존 제품과 동일하다고 느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부분을 찾아보면 먼저 가로형 그릴의 세로줄이 추가됐고 3D 형태의 아이언마크를 통합해 깔끔해졌다. 범퍼 역시 에어 인테이크 디자인과 함께 넓은 차체를 강조하는 크롬바가 추가됐다. 

 옆은 새로운 알로이 휠 디자인이 특징이며 살짝 굴곡을 넣은 휠하우스와 아래쪽 캐릭터 라인이 시선을 자극한다. 사이드 스커트 부분에는 두툼한 크롬도금 줄을 넣어 고급감을 더했다. 이 외에 트림에 따라 총 8가지 컬러 옵션을 제공해 선택폭을 넓혔다. 뒤는 테일 파이프를 보이지 않도록 마감하고 새로운 리어 범퍼 디자인을 채택했다.  

 실내도 겉보기에는 그대로다. 다만 쓰임새 좋은 구성으로 바꿔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먼저 스마트 디바이스에 가까워진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패키지다.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로 구동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차와 통합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패키지인데 사용하는 내내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중 핵심은 한국시장을 위해 티맵모빌리티와 3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다. 티맵과 AI 플랫폼, 누구(NUGU), 사용자 취향 기반 음악 플랫폼, 플로(FLO)를 통합한 형태로 개인 맞춤화된 혁신적인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PC를 다루는 것처럼 반응이 매끄러웠고 지도 확대나 축소, 다른 기능으로 넘어가는 등 스와이프 실력도 훌륭했다.

 음성인식률도 기대 이상이었다. 차 안에서 "아리아!"를 부르면 목적지 및 경유지 설정, 주변 명소 안내 등 내비게이션 설정 등이 가능하다. 또 스마트폰 저장된 연락처로 전화, 문자를 이용할 수도 있다. 특히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학습한 결과 "엉뜨(열선시트의 신조어) 켜줘", "실내 온도 내려줘"와 같은 제어 기능도 곧바로 작동했다. 

 취향 기반 음악 추천, 내 플레이리스트 재생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물론 날씨와 뉴스를 읽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옆 사람과 대화 중에 "아니야"라는 말과 혼동돼 인식을 하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명칭으로 바꿀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지능화된 음성인식 기술은 서로 넌센스 퀴즈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했으며 대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외에 디지털 서비스 패키지에는 업계 최고 수준인 5년 LTE 데이터 무료와 플로 1년 이용권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차 개폐 및 온도 설정 등을 스마트폰으로 다루는 볼보 카스 앱까지 지원된다. 한마디로 현존하는 자동차용 디지털 기술을 전부 만나볼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는 향후 다양한 기능들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순차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풀 디지털 계기판의 그래픽 변화도 참신하다.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큼직한 사이즈로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 또 초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어드밴스드 공기청정기를 포함한 클린존 인테리어 패키지에 정전기를 발생시켜 향균 작용을 돕는 이오나이저가 새롭게 추가됐다. 

 반면 아쉬운 부분도 찾아볼 수 있는데 먼저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는 위치다. 크기도 작고 컵홀더와 동일한 곳에 놓여있어 지지력이 부족하다. 이 외에 콘솔박스와 기어 레버 앞쪽 공간 등 수납할 곳이 크지 않다는 점도 살짝 마음에 걸린다.

 소재와 마감 수준은 뛰어나다. 천연 우드 트림과 질 좋은 가죽의 조화가 상당하고 스웨덴 오레포스의 크리스탈 기어노브, 영국 하이엔드 스피커 바워스&윌킨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감성 품질을 높이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볼보는 이를 인간중심 철학이 반영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인테리어라고 부른다. 천연 소재와 현대적인 장인정신이 반영된 마감, 직관적인 설계가 특징이며 오랜 시간 차를 다루면서 가치는 더욱 높아질 듯하다.

 2열은 무난하다. 중형 SUV가 보여줄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을 잘 표현했다. 가죽 시트는 착좌감이 좋고 안락한 승차감에 도움을 준다. 전용 공조장치와 송풍구, 열선 기능, 파노라마 선루프 등 웬만큼 필요한 편의기능은 전부 알차게 들어있다. 트렁크는 기본 483ℓ이며 2열을 폴딩하면 최대 1,410ℓ까지 확장된다.

 신형 XC60의 파워트레인은 저공해 가솔린 엔진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마일드 하이브리드(B5/B6)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 등 3가지로 나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 상시 사륜구동(AWD) 시스템 맞물려 힘을 땅에 전달한다. 시승차는 표준 파워트레인인 B5 엔진으로 2.0ℓ 가솔린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어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갖췄다.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한 결과 출발과 멈춤이 한결 부드럽다. 매끄럽게 속도를 올리고 차분하게 도로 위 흐름을 맞춘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도 원하는 속도에 가뿐하게 도달할 수 있다. 차의 크기와 무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중형 세단을 모는 것처럼 경쾌하고 시원스럽게 내달린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rpm이 살짝 올라가면서 적당한 엔진음을 실내에 전달한다. 거슬리거나 듣기 불편한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빠른 반응으로 속도감이 배 이상 높아지며 기분 좋은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언제 어느 순간에 스로틀을 열어도 차는 자극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담백하면서도 충분히 원하는 숫자에 속도 바늘을 위치하며 운전의 즐거움을 향해 나아간다. 

 스티어링 휠 반응은 무난하다. 정직하게 몸을 틀고 유연하게 코너를 통과한다. 민첩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둔하거나 불안한 상황은 더더욱 오지 않는다. 서스펜션도 비슷한 느낌이다. 장거리 주행에 더 적합하며 굽이치는 고갯길을 빠르게 공략하는 컨셉트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한계점이 쉽게 도달해 롤이나 바운스가 발생하는 건 살짝 아쉽다. 전체적으로 세팅에 있어서 조금만 더 탄탄하게 조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형으로 오면서 안전품목 개선도 인상적이다. 레이다와 카메라, 초음파 센서로 구성된 최신의 ADAS 시스템이 주인공이다. 특히 더욱 많고 정확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윈드쉴드 상단에 위치한 레이다+카메라 통합 모듈을 분리해 레이다를 전면 그릴 아이언 마크에 내장시키고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 처리하는 ASDM를 후면부로 재배치했다.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차선 중앙에 맞춰 조향을 보조하는 파일럿 어시스트, 도로 이탈 완화,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등의 첨단 안전 기술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이 밖에도 비상 상황 발생 시 버튼 하나만으로 24시간 사고접수 및 긴급출동 신청, 서비스센터 안내 등을 제공하는 "볼보 온 콜" 서비스도 국내에 첫 선을 보여 믿음을 키운다. 

 결과는 대 성공이다. 우선 구현과정이 자연스러워졌다. 차선을 인식하는 능력과 앞 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수준이 놀라웠다. 주행 중 발생하는 변수에도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부드럽게 대응한다. 덕분에 탑승자는 차를 믿고 안전하게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XC60이 가진 방향을 가장 잘 표현한 기능 중 하나이며 숨은 진주 같은 매력을 발산해 높은 만족을 안겨줬다.

 볼보 신형 XC60은 전방위적인 소프트웨어 변화로 보다 편리하고 실용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눈에 보이는 파격적인 부분변경 보다는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고 내실을 다져 이상적인 부분변경을 이뤄낸 것이다. 이는 긴 시간 운전을 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직접 다뤄보는 순간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고 차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은 저절로 높아졌다. 다시한번 XC60의 진가가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며 계약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얻을 신형 XC60의 선전이 기대된다.

 가격은 B5 모멘텀 6,190만원, B5 인스크립션 6,800만원, B6 R-디자인 6,900만원, B6 인스크립션 7,200만원, T8 인스크립션 8,37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