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혜택 제도, 명분이 사라졌다
혜택1. 개별소비세법 1조3항에 따르면 배기량 1,000㏄ 이하로 대통령이 정하는 규격의 승용차는 공장도가격의 5%인 자동차 개별소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여기서 대통령이 정한 규격이란 같은 법 시행령이 규정한 "승차정원 8인승 이하에 길이와 너비가 각각 3.6m, 1.6m 이하인 자동차"를 의미한다.
혜택2. 지방세법 12조는 비사업용 경차에 취득가격의 4%를 세금으로 부과하고 있지만 지방세특례법 67조는 올해 말까지 경차 취득세를 최고 50만원까지 감면해주고 있다. 따라서 같은 경차라도 가격이 비쌀 경우 취득세를 일부 내기도 한다. 물론 현재로선 감면 연장이 기대되지만 최근 경차 수요 증가로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혜택3. 같은 지방세인 자동차세는 경차 기준인 배기량 1,000㏄ 미만일 때 ㏄당 80원인 반면 배기량 1,600㏄ 이하는 ㏄당 140원이다. 경차와 소형차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혜택4. 도시철도법 21조는 도시철도 건설을 위해 국가나 자치단체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경차는 예외로 했다. 경차보다 큰 배기량 1,600㏄ 미만의 소형차는 취득세 과세표준액의 9%의 금액 만큼 채권을 무조건 사야 한다. 물론 대부분 비용을 조금 손해 보고 즉시 되파는 게 대부분이다.
혜택5. 경차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50% 할인해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5월 "포용적 고속도로 운영을 위한 정책마련 연구(2021)"를 통해 연간 8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경차 통행료 할인을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경차 통행료 할인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혜택6.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7조2항에 따르면 경차는 공영주차장 이용 때 요금이 50% 할인되며 지하철 연결주차장을 이용할 때 환승 목적이면 요금의 80%가 할인된다. 환승 목적이 아니라도 1일 1회 주차하면 최초 3시간까지 무료다. 경차 주차 혜택은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적용 중이다.
혜택1~6에서 보듯 국내에서 경차는 우대 차종이다. 그런데 경차에 혜택을 준 배경을 떠올리면 지금의 혜택이 다소 과하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국내에서 경차 혜택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배경은 필수품목으로서 자동차의 역할과 효율이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점차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자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라도 자동차를 보유할 수 있도록 널리 보급하자는 목표에 따라 "1가구 1차" 정책의 산물이다.
하지만 2009년을 기점으로 가구당 1대를 보유할 때 경차만 있는 곳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2020년 기준 자동차 보유율은 1대당 2.2명까지 확대됐다(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대수). 나아가 3,200만명의 운전 면허자만 적용하면 거의 1명당 1대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경차 혜택은 효율 측면도 고려됐다. 작은 만큼 사용하는 연료도 많지 않으니 배출가스가 적다는 점에서 혜택이 부여됐다. 100% 기름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에너지 절감과 1가구 1차 보급을 동시에 충족하는 대상으로 효율 좋은 경차를 선택했던 셈이다.
그런데 효율은 이미 역전됐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경차 캐스퍼의 복합기준 효율은 ℓ당 최저 12.3(1.0ℓ 터보 17인치)~14.3㎞(1.0ℓ 15인치 기준)다. 하지만 아반떼 가솔린 1.6ℓ 자동변속기 효율은 최저 14.5(스마트스트림 17인치)에서 최고 15.4㎞(15인치 타이어)에 이른다. 크기와 배기량은 아반떼가 경차인 캐스퍼 대비 크지만 효율은 오히려 아반떼가 좋은 셈이다. 혜택의 명분으로 삼았던 "효율 좋은 경차"가 더 이상 혜택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탄소 배출 측면에서도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캐스퍼가 아반떼보다 더 많이 내뿜는다. 미세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아반떼가 ㎞당 106g을 배출할 때 캐스퍼는 115g을 배출한다(15인치 기준).
가격도 비싸다. 이미 캐스퍼 최고 트림은 2,000만원을 넘기고 있다. 자동차 보유가 어려운 가구가 1대를 구입할 때 저렴하면서도 고효율 자동차를 사도록 만든 경차 혜택인데 제품은 반대로 향했다. 비싸고 효율이 낮으며 1가구 1차가 아니라 1인 1차 구매자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많은 혜택을 유지하는 게 맞을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그 돈으로 차라리 전기차를 확대하는 게 보다 나은 판단이 아닐까 한다. 경제적인 자동차로서 경차, 탄소 배출 적은 고효율 경차의 가치는 이미 사라졌으니 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