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제한 지속 시 연내 부족 사태 현실화
-화물 트럭 운행 차질 시 하루 수천억 피해 발생
-요소수 대신 물, 부품 고장 원인될 수 있어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에 따라 국내에서도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당장 요소수가 없으면 주행에 차질을 빚는 디젤차가 4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이 가운데 200만대는 물류에 필수적인 화물차여서 자칫 화물 대란도 우려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요소에 대해 "수출화물표지"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수출 제한에 나섰다. 요소의 주원료인 암모니아를 석탄에서 추출하는데 최근 중국과 호주의 무역 전쟁으로 중국 내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요소 가격이 치솟고 생산량이 줄어든 까닭이다. 국내 요소수 제조사들은 요소 수입량의 약 3분의 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수출제한이 지속될 경우 당장 올해 말부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중국 외 중동과 유럽 등에도 공급처가 있지만 중국이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요소 부족 현상이 다른 국가로 번지고 있다"며 "선적 기간을 고려하면 당장 12월부터 재고가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소수는 디젤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SCR(선택적 촉매 전환 장치)에 필요한 필수 물질이다. 대기질에 유해한 질소산화물이 요소와 반응을 일으켜 무해 성분으로 바뀌는 역할이다. 따라서 요소수가 부족하면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엔진 출력이 떨어지고 다시 보충할 때까지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상용차의 경우 차종과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최근에는 요소수를 사용하는 SCR 장치가 탑재돼 있고 승용도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아우디 A6, 폭스바겐 티구안, 국산 SUV 등 주요 차종들에 적용되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형 화물차 등이 멈춰 국내 화물 운송이 마비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물류 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대형 화물차는 600~700㎞를 이동하는 데 요소수 10ℓ를 사용한다.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화물 트럭의 경우 한 달에 수차례 요소수를 채워야만 하는데 보충을 하지 못해 물류가 마비되면 피해는 유통업으로 전이된다. 과거 화물파업 당시 발생한 경제적 손해 분석에 따르면 운송차질율이 20%일 때 하루 1,12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요소수 부족은 화물파업보다 더 많은 트럭의 운행 자체가 어려워져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욱 확대된다.
원광대 스마트자동차학과 나재원 교수는 "요소수 대신 물을 첨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고장 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SCR 후단 또는 도징시스템에 암모니아(NH3) 센서가 있어, 요소수 외에 물이나 다른 것을 주입 시 탈질 효율이 떨어져 자동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소수는 암모니아와 증류수(H2O)의 혼합물로, 증류수는 넣어도 될지 모르나 일반 물을 주입하면 미네랄 성분이 반응해 고장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차량에 무리없이 요소수 없이 디젤차 운행이 가능한 방법은 ECU 조작으로 SCR 작동을 일시 중단하는 법 뿐이다. 다만 SCR 작동을 멈추는 것은 디젤차의 질소산화물을 정화 없이 그대로 내보내는 것이어서 환경적으로, 국제 사회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대덕대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ECU 내에 SCR 작동에 대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면 잠시 기능을 끄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규제 상 현실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당장 물류가 멈추고 생계가 셧다운 되는 상황이라면 여러 가능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