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내공 끝판왕, 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

입력 2021년10월29일 00시00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완성도 높은 탄탄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주행 상황에 맞춰 섬세한 에너지 흐름 변화 특징

 그칠 줄 모르는 고유가 행진과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입차 시장에서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도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가격,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등에 대한 제약으로 전기차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제 친환경차 판매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독일, 일본, 미국 등 수입차 브랜드들도 하이브리드차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 실제로 지난 해 수입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PHEV 포함) 판매는 4만6,455대로 전년(2만7,723대)보다 67.6%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의 비중은 전체 33%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수입 하이브리드 시장의 주도권은 여전히 일본차가 잡고 있다. 발 빠르게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했고 개선을 거듭하며 우수한 시스템으로 소비자 신뢰까지 쌓은 결과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토요타가 있다.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전 세계 하이브리드 차의 개념을 정립했고 오랜 시간 터득한 기술 노하우를 다양한 제품에 탑재해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 판매차종 중 하이브리드 비중도 약 92%에 이를 정도로 친환경 제품 알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는 6개의 하이브리드 제품(캠리, RAV4, 시에나, 아발론, 프리우스, 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과 1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프리우스 프라임)가 있다. 지난 27일 열린 토요타 미디어 시승회에서는 직접 각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토요타만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어느 단계까지 왔고 어떤 차별점을 안겨다 줄지 약 100㎞ 구간을 주행하며 경험했다.

 배정받은 차는 중형 SUV인 라브4 하이브리드다. 보닛 아래에는 직렬 4기통 2.5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맞물려 시스템 최고출력 222마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무단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 효율은 복합기준 ℓ당 15.5㎞를 인증 받았다.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는 여느 하이브리드차 처럼 고요하게 깨어난다. 가속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가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부드럽고 여유롭게 차를 이끈다. 가솔린 엔진이 들어있는 차라는 생각을 잊게 할 정도로 전기 힘이 주는 매끄러운 감각이 사뭇 새롭다. 

 노멀 모드에 두고 도심 속 일상 주행을 이어나갈 때는 똑똑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가속페달 양에 맞춰서 엔진과 배터리, 전기모터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최적의 힘과 효율을 낸다. 모든 과정은 에너지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조금씩 속도를 높일 때는 배터리의 힘만으로 바퀴를 굴리며 스로틀 양이 많아지면 엔진이 개입한다. 고속 및 추월가속과 같은 급하게 큰 힘을 끌어 쓸 때는 엔진과 배터리가 전부 힘을 더하며 순간 펀치력을 제공한다. 반대로 타력이나 제동을 하는 순간에는 배터리로 회생제동 에너지를 보내 틈틈이 충전한다.  

 놀라웠던 부분은 배터리 충전 속도다. 일정하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내리막 구간에서 꾸준히 제동을 걸어주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충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다시 가속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최대한 엔진을 덜 굴릴 수 있다는 뜻이다. 효율은 저절로 높아지며 주행 질감에서도 큰 만족으로 다가온다. 

 이와 함께 섬세한 반응은 운전할수록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발 끝에서 느끼는 미세한 감각으로도 차의 효율과 성능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다. 계기판 왼쪽에 위치한 파워, 에코, 차징 게이지가 이를 증명하며 마음먹고 조심스럽게 페달을 다루면 극강의 효율도 경험할 수 있을 듯하다. 경제적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며 한편으로는 차와 교감하면서 달리는 기분이 무척 신선하다.

 도심을 빠져 나와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라브4 하이브리드의 조용하고 실용적인 차 이미지를 180도 바꾸기 위해 운전 모드를 스포츠도 옮겼다. 붉게 물든 계기판 조명을 바탕으로 차는 경쾌하게 내달리기 시작한다. 반응이 한결 빨라졌고 무단변속기도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유럽차에서 느꼈던 박진감 넘치는 실력은 아니지만 충분히 빠르고 날렵하게 움직인다. 스트레스 없는 가속이 계속되며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전기 힘은 짜릿할 정도다.

 토요타는 신령 라브4 하이브리드를 만들면서 역동적인 주행 실력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엔진 스트로크의 증가와 높은 압축비를 통해 높은 연소효율을 실현했고 흡기 포트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밸브 사이의 앵글을 확대했다. 또 일자형 흡기 포트 및 멀티홀 직분사 인젝터를 적용해 고속연소도 실현했다. 

 답답함 없이 재빠른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하이브리드차는 오로지 효율에만 집중하는 재미없는 차라는 편견을 지우며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즐겁게 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다.  

 각종 주행보조장치도 고속 주행에 편안함을 더한다. 라브4 하이브리드에는 4가지 예방안전기술(긴급 제동 보조시스템 PCS,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DRCC, 차선 추적 어시스트 LTA, 오토매틱 하이빔 AHB)인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8개의 SRS 에어백, 사각지대 감지 모니터(BSM), 그리고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PB) 및 오토홀드 기능이 추가로 장착돼있다. 

 작동이 간단하고 반응도 자연스러워 믿음이 간다. 무엇보다도 일정 속도로 달리고 있는 순간에도 에너지 흐름은 도로 높낮이와 차간 거리에 따른 스로틀 양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였다. 순간효율마저도 알뜰히 아끼려는 모습에서 고집스러운 토요타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반환점을 통과 후 다시 도심에 돌아왔을 때는 배터리가 꽤 많이 채워져 있었다. 주저 없이 변속레버 옆에 있는 "EV모드" 버튼을 눌렀다. 약 40~45㎞ 사이에서 순수 전기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마법 모드다. 이 순간만큼은 전기차가 전혀 부럽지 않다. 이와 함께 차들로 뒤엉킨 복잡한 도로에서 환경을 보호하며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뿌듯해진다.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오르는 효율은 덤으로 챙겨갈 수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절반씩 이용해 약 100㎞ 구간을 달린 뒤 총 효율은 22.8㎞/ℓ를 기록했다. 라브4 하이브리드의 복합 15.5㎞/ℓ(도심: 16.2㎞/ℓ, 고속도로: 14.6㎞/ℓ) 수치와 비교하면 기대 이상의 높은 실력이다. 더욱이 SUV의 무게와 전기모터, 배터리는 물론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넣은 가솔린 엔진을 돌리는 차의 효율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숫자다.

 외관은 대담하고 강렬한 SUV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수직으로 내려오는 큼직한 그릴과 각을 살린 범퍼 디자인만 봐도 알 수 있다. 역동적이고 날카로운 눈매의 LED 헤드램프와 다각형 디자인의 휠 아치는 모험적인 스타일링을 완성한다. 

 실내는 단정하다. 필요한 위치에 적당한 크기의 버튼이 깔끔하게 마련돼 있다. 넉넉한 적재 및 수납, 리클라이닝 기능이 탑재된 뒷좌석 시트, 양손에 짐을 들고 편하게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파워 백 도어 등 편의 품목도 꼼꼼히 챙겼다.

 라브4 하이브리드에 들어간 동력계는 오랜 시간 쌓은 노하우가 빛을 내며 완성도 높은 면모를 보여줬다. 꾸준히 피드백을 거쳐 개선하고 다듬어낸 결과 무르익은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성능과 효율 사이에서 이상적인 균형을 맞추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여기에 찰나의 순간에서도 최적으로 에너지를 분배하는 모습은 탈수록 큰 이점으로 다가온다. 

 믿음직한 시스템으로 타면 탈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며 호불호 없이 탑승자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낸다. 라브4 하이브리드는 토요타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척도이자 친환경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역할로 손색없는 차다. 그만큼 부담없이 차를 다루며 검증된 실력과 안정적인 내구성을 갖춘 하이브리드 SUV를 찾는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라브4 하이브리드는 2WD 4,059만원, AWD 4,627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