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거듭한 디자인 및 기술
-특유의 주행감각은 여전해
BMW의 전기차 개발은 꽤 일찍 이뤄졌다. 탄소 제로를 향한 비전을 정하고 실천에 옮기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로 2013년 선보인 i3가 대표적이다. 생산부터 폐차까지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만들었고 그 결과 1시리즈 대비 탄소 배출을 약 40%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또 올해까지 21만대 이상 팔리며 많은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차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명확한 목적을 가진 후속 전기차는 등장하지 않았다. 많은 라이벌이 친환경 전동화 파워트레인 제품을 선보이는 것과 비교해 다소 소극적인 대처였다. 일각에서는 생산성과 기술력 등을 꼬집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BMW는 이 같은 루머에 대응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하고 은밀하게 위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형으로 거듭난 전기차를 선보였다. 바로 플래그십 대형 전기 SUV iX다. 국내에는 지난 22일 공식 출시했으며 이미 사전계약 대수가 수 천대에 이를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과연 긴 공백을 잊을 만큼 놀라운 감동을 안겨줄 지 직접 키를 건네 받아 시승했다.
▲디자인&스타일
첫 인상은 거대한 크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 iX는 길이 4,955㎜, 너비와 높이는 각 1,965㎜, 1,695㎜에 이른다. 쉽게 말해 X5 수준의 길이와 너비, X6의 높이, X7의 휠 크기가 조화를 이뤄 강력한 비례감을 발산한다. 외관은 지속가능성과 미래지향적 느낌이 공존하는 깔끔하고 절제된 디자인 언어를 반영했다.
극도로 얇게 디자인된 레이저 헤드램프는 스포티한 감각을 극대화한다. 수직형 키드니 그릴은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며 카메라, 레이더 및 각종 센서가 통합되어 지능형 패널 역할을 한다. 열선을 비롯해 센서를 닦아주는 워셔액 분사도 가능하며 스크레치가 나도 자동으로 복원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옆은 공기 역학을 고려해 도어 손잡이를 안쪽으로 숨겼다. 이와 함께 커다란 22인치 에어 퍼포먼스 휠은 경량 구조로 관성 감소와 가속도 증가에 도움을 주며 에어로다이내믹스 개선을 통한 전기 주행 거리도 지원한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투톤 컬러는 심미적 만족을 주기에도 충분하다. 뒤는 와이드한 테일램프와 넓은 면적의 트렁크가 특징이다. 차가 더 커보이는 효과를 주며 대형 SUV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한 모습이다. 두툼한 유광블랙으로 포인트를 준 입체적인 범퍼 디자인도 호불호가 없다.
차체는 동급 최초의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를 채택했다. 여기에 필러를 중심으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감쌌고 고성능 열가소성 수지, 고강도 강철, 알루미늄 등 다양한 소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차체 쉘을 형성했다.
특히 탑승자를 보호하는 차체 사이드 프레임, 레인 채널, 루프 프레임, 카울 패널 및 리어 윈도우 프레임은 모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돼 ‘카본 케이지’를 형성한다. 탑승공간의 안전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인 동시에 차체 무게를 최적화하는데 도움을 줘 민첩한 운동성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실내는 프리미엄 라운지를 연상시키도록 디자인했다. 이와 함께 버튼류를 최소화시킨 모습에서 모던하고 감각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실제로 BMW는 평소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지만 필요 시 작동하는 "샤이 테크" 개념의 새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간결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가 주를 이루며 대부분의 신기술은 감춰놓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위에는 12.3인치 인스트루먼트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살짝 떠 있는 느낌을 주고 시인성이 높아져 운전하는 내내 편리하다. 운전석에는 그룹 최초로 육각형 스티어링 휠이 탑재돼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센터 콘솔은 플로팅 타입으로 마련했다. 간단한 컵홀더와 수납함,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는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가운데 통로는 넓게 뚫려 있어 옆자리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할 듯하다.
바워스 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무척 인상적이다. 총 30개의 스피커로 입체감과 몰입감 넘치는 사운드는 물론 4D 형태의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지원한다. 여기에 시트에 내장된 입체 스피커를 통해 온 몸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디지털 요소도 강화됐는데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통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이 외에 실내 카메라를 탑재해 뒷좌석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도어 소프트 클로징, 초광대역 기술을 적용한 BMW 디지털 키 플러스, 운전석 및 조수석 시트 마사지 기능, 4-존 에어 컨디셔닝 등의 다양한 편의품목이 기본 탑재된다.
지붕에는 전기변색 차광 기능이 탑재된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스카이 라운지를 적용했다. 이 루프는 별도의 보강재나 선 블라인드가 없어 개방감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또 헤드룸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어 모든 탑승자에게 여유로운 공간감을 제공한다. 더불어 버튼 하나로 유리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소재는 친환경 위주로 감쌌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와 대시보드 등에는 올리브 잎 추출물로 가공된 친환경 천연가죽이 들어간다. 센터 콘솔에는 FSC 인증 목재로 제작한 패널을 장착해 따뜻한 감각을 더했다. i드라이브 콘트롤러와 볼륨 조절 다이얼, 기어 셀렉터, 시트 조작 및 메모리 버튼은 크리스탈로 제작해 고급감을 높였다. 조립 마감과 단차, 패널이 맞물리는 부분에서의 섬세한 완성도는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흠 잡을 곳이 없다.
2열은 준대형 SUV답게 부족함이 없다.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을 제공하며 가운데 턱이 낮아 성인 세 명이 여유롭게 탈 수 있다. 또 면적이 넓은 가죽 시트와 각종 편의 품목이 안락함을 더한다. 트렁크는 기본 500ℓ를 제공하고 2열을 접으면 최대 1,750ℓ까지 늘어난다. 양 옆을 비롯해 바닥면에도 제법 깊은 수납공간이 있어 활용도가 크다.
▲성능
동력계는 BMW의 최신 5세대 e드라이브와 2개의 모터 조합이다. 합산 최고출력은 x드라이브 40 326마력, x드라이브 50 523마력을 발휘한다. 0→100㎞/h 가속시간은 각 6.1초, 4.6초 만에 마치고 안전 최고속도는 200㎞/h다. 정부 공인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iX x드라이브50 복합 447㎞, iX x드라이브40이 복합 313㎞다.
전원을 올리고 도심 속 주행을 이어나갈 때 iX는 매끄럽고 차분하게 움직인다. 일반 내연기관 차를 모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리고 내린다. 극강의 정숙성을 바탕으로 전기차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도 부담이 적고 누구나 쉽게 차를 몰 수 있다. 일반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튀어나가거나 자극적으로 질주하지 않는다. 준대형 SUV의 본질을 생각하면 적절한 세팅으로 보인다.
전기 파워트레인의 힘을 느끼고 싶다면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된다. 머리가 쿵 하고 뒤로 쏠리며 거대한 차를 순식간에 한계점까지 끌어올린다. 과정이 짜릿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이며 폭발적인 펀치력으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페달에 밟을 대기가 무섭게 내달리고 조금의 지연 현상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세계적인 작곡가 한스 짐머와 공동 개발한 BMW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은 독보적인 음색으로 운전 즐거움을 더한다
강한 전기힘을 어떻게 다루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이 분야에서 BMW는 높은 만족을 줬다. 깔끔하면서도 유연한 핸들링은 여전하고 전기차의 안정적인 움직임을 돕는 ESM도 힘을 보탰다. 고유 사륜구동 시스템인 x드라이브와 결합해 전기모터의 높은 출력과 고회전 토크를 알맞게 땅에 전달한다. 즉 한결 빠르고 정확한 질주가 가능하다. 단순히 가속에만 집중하는 그저 그런 전기차와 선을 긋는다.
노면을 받아들이는 능력과 승차감도 기대 이상이다. 탄탄하게 굴곡을 거르면서 바닥에 바짝 달라 붙어 달리는 느낌이 여느 BMW와 동일하다. 특히 후륜에 장착한 에어 스프링 서스펜션은 요철이나 방지턱을 넘는 순간 묵직하게 뒤를 눌러 승차감을 키우고 주행에 믿음을 준다. 그만큼 운전자의 자신감은 더욱 커지고 차를 바라보는 마음가짐도 새로워 진다.
이질감이 심했던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 감각은 이젠 내연기관차 못지 않게 자연스러워졌다. BMW 기술 진화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적응형 회생제동 시스템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해당 시스템은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현재 주행 중인 도로의 정보를 습득하고 앞차와 거리 및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알맞은 회생제동 양을 알아서 잡아준다.
AI를 통한 주행 상황 분석은 순식간에 이뤄지며 회생제동뿐만 아니라 관성주행까지 판단한다. 즉 운전자 개입을 최소화 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감속과 최대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브레이크 개입 없이 90% 이상의 감속 상황을 통제할 수 있으며 강하게 걸리는 회생제동으로 꿀렁거렸던 불쾌함은 어디에도 없다.
▲총평
iX는 BMW 전기차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작품과 같다. 현대 미술을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내외관 디자인은 물론 차와 함께하는 시간 내내 신선할 것 같은 각종 최신기술, 세그먼트의 본질인 넉넉한 공간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 파워트레인 특유의 성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도 BMW의 장점인 균형 잡힌 움직임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즉 안정적인 자세를 바탕으로 누구보다 즐겁고 재미있게 몰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차에서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운전 경험이다.
BMW는 i3 이후 8년 동안의 시간을 꼼꼼히 준비해 내실로 채웠고 새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며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려고 한다. iX가 이를 증명하며 정통 제조사의 강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공백기가 길었지만 오랜만의 데뷔는 성공적이다.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iX의 가격은 x드라이브 40 1억2,260만원, iX x드라이브 50 1억4,63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