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계 배치·사용자 경험·디자인 고려
여러 전기차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각 제품의 충전구 위치에 대한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충전소 배치 형태와 전기차의 충전구 위치가 모두 다양한 만큼 충전 편의성 면에서 최적화를 이루기 어려워서다.
충전구 위치는 모터와 충전 전력을 받아들이는 핵심 부품의 배치가 가장 먼저 결정한다. 배선을 효율적으로 구성해야 생산 단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모터가 앞바퀴를 굴리는 쉐보레 볼트 EV, 기아 니로 EV, 닛산 리프, 르노 조에 등은 충전구가 차체 앞쪽에 위치한다. 반대로 뒷바퀴 굴림 방식이 기본인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폭스바겐 ID.3 등은 충전구를 뒤편에 설치해 고효율 레이아웃을 갖추게 됐다.
물론, 각 구동축에 모터를 기본으로 장착한 전기차는 제약이 덜하다. 주유구는 엔진과 거리를 충분히 둬야 하는 연료 탱크와 관계가 깊은 반면에 충전구는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아서다. 그런 면에서 충전구는 내연기관의 주유구 위치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설정이 가능하다.
전기차의 충전구 위치는 사용자 경험과도 관련 있다. 충전구가 앞쪽에 있는지, 뒤쪽에 있는지에 따라 충전소에서 주차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충전구가 전면부에 있는 경우는 충전 시 전면 주차를 해야 하기에 운전자들이 가장 꺼려하는 방식으로 꼽힌다. 주차면에 진입하기 어려운 좁은 주차 환경 때문이다. 그러나 브랜드 엠블럼이나 그릴 장식 내부 등에 배치할 수 있어 디자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충전구가 측면에 있는 전기차는 충전구가 내연기관차 주유구의 흔적 기관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이 방식은 내연기관의 주유와 같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 가장 보편적인 구성으로 꼽힌다. 하지만 차체 옆으로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에 주로 주차장에 충전기를 배치하는 국내 사용자 환경과 거리가 있다. 하지만 평행 주차와 노상 충전소가 흔한 유럽에선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차체 뒤편에 충전구를 배치하면 충전 시 후면 주차를 요구한다. 후면 주차는 좁은 공간에서 사이드 미러를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주차 공간이 협소한 국내에선 충전구 후면부 배치 방식을 가장 많이 선호한다.
이밖에 충전구 위치는 배치에 대한 자유도가 높은 만큼 디자인도 고려한다. 르노 조에는 전면부의 로랑주 엠블럼 내부에 충전구를 숨겼으며 테슬라는 테일램프 구조에 충전구를 심었다. 아우디 e-트론, 포르쉐 타이칸 등은 앞 펜더와 도어가 만나는 부분에 충전구를 배치해 파팅라인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한편,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 충전구 위치의 한계를 넘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대영채비와 공동 개발한 하이차저는 천장에 매달린 충전기가 대형 원형 구조물을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주차면에 있는 전기차는 충전구 위치에 상관없이 원활한 충전이 가능하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