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혁명 시작돼
"미국 정부가 사용하는 65만대의 휘발유차를 모두 포기하겠다." 바이든 대통령이 2035년 탄소중립을 위해 서명한 법안의 내용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2027년부터 매년 구입하는 5만대의 관용차 구입 대상은 모두 전기차만 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연방 정부의 탄소 배출량은 65% 줄어드는데 이는 그만큼 정부가 앞장서 전기차 전환을 이끌어내야 시장이 따라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 현재 사용 중인 65만대의 관용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불과 0.5%에 머문다는 점에서 시장이 정책에 신뢰를 보내려면 관용차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그러자 미국 내에서도 여론이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기후환경 단체들은 연이어 찬성의 메시지를 내는 반면 자동차노조는 탄소 감축에 동의하면서도 친환경차 전환은 일자리 창출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미국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중국과의 경쟁이 보다 직접적인 배경이다. 연간 120만대가 판매되는 중국 시장을 넘어서려면 미국 또한 단기간 100만대 이상으로 높여야 하는데 가장 좋은 선택을 관용차로 여긴 셈이다. 바이든 정부가 내건 임기 내 전기차 목표 자체가 중국보다 많은 판매였기 때문이다. 숫자로 표기하지 않되 무조건 중국보다 시장 규모를 키워야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의 미국 러시가 이뤄진다고 본 셈이다. 동시에 반도체와 배터리도 미국 중심으로 이끌어 중국의 전기차 굴기를 막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한국도 탄소 중립에서 예외는 아니어서 미국과 상황은 다르지 않다. 탄소 중립이 언급될 때마다 정부의 내연기관 포기 시점이 제시되고 이를 두고 환경단체는 찬성하는 반면 자동차업계는 우려를 표시한다. 한국 또한 연간 400만대를 만드는 생산 강국이어서 자동차부문의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한 탓이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방향 자체를 수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탄소 감축은 각 나라 간 약속이고 지키지 않으면 국제 사회가 마련한 강력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탓이다. 이른바 ‘탄소세’라 명명된 징벌적 관세가 준비되는 배경이다. 소재와 부품을 만들 때도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따지겠다는 것이어서 탄소 감축은 단순히 자동차회사에 한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자리 감소도 이제는 대책만 외칠 게 아니라 현실로 받아들이며 전환을 고민할 때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에 한국에서 사라질 자동차 부품 관련 일자리는 4,700여개이고 해마다 숫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관련 여러 단체들이 연일 일자리 대책을 요구하지만 탄소 감축 규제의 칼날 앞에선 모두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우리만 특수 상황이 아니라 완성차 생산이 많은 국가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미국이 관용차 전량의 전동화를 법으로 만든 것도 막대한 시장을 무기로 속도전을 펼치겠다는 의도다.
그래서 미국의 휘발유차 포기(?)는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특히 미국을 지탱해왔던 막강한 정유사의 입김마저 밀어낼 정도이니 미래 시장과 기술 주도권에 대한 미국의 강한 집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전기차로 전환할수록 기름을 확보하기 위해 중동 내 영향력을 가지지 않아도 되고 탄소 중립에 따른 선도적 산업도 일으킬 수 있어서다. 결국 국가별 경쟁 측면에선 ‘내연기관’이라는 과거에 얼마나 얽매이느냐의 싸움이 관건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야말로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속도를 높일 것이냐 아니면 친환경 주도권을 내어줄 것이냐의 갈림길 말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