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제품 개선 제한적
-개발 비용 절감·안정화 및 최적화 가능
오랫동안 국산차를 대표한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세대 교체 기간은 평균 6년 정도였다. 신차가 나오고 2~3년이 지나면 부분 변경, 그리고 또 다시 비슷한 시기를 지나면 세대가 바뀌어 지금의 8세대에 도달했다. 그리고 8세대는 2019년 등장했다. 그래서 3년이 지났으니 부분 변경이 나올 시점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다 아예 2023년 9세대로 진화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기간으로 보면 불과 4년 만의 교체인 셈이다.
해외는 어떨까? 폭스바겐 골프는 1~4세대 제품이 8~9년의 세대 주기를 가졌지만 5세대 이후로는 4~6년 수준으로 짧아졌다. 토요타 코롤라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제품 역시 비슷한 신차 주기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개발 과정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 진보와 소비자들의 빨라진 신차 교체 패턴이 맞물려 제조사의 신차 효과가 빨리 떨어지는 탓이다. 그러니 잦은 모델 변경이 이루어져야 시장의 생존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면, 설립 초기부터 전기차에 주력한 테슬라는 2012년 출시한 1세대 모델S를 아직도 버젓이 판매 중이다. 물론 2016년 외관 일부를 바꾸고 최근 2차 부분 변경으로 실내 변화를 예고했지만 전통적 개념에서 완전 변경을 상징하는 차체와 핵심 부품의 변화는 없다.
대신 테슬라는 제품력 향상을 소프트웨어에 집중한다.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과 연결성을 개선하거나 급가속 모드인 루디 크로스를 추가하는 등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신차 효과를 노리는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전동화, 자율주행 등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다가올수록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복잡한 유지·보수가 필요한 엔진 대신 간결한 구조의 모터와 배터리로 구동하고, 소비자가 운전에서 점차 멀어지면서 실내 공간과 콘텐츠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는 탓이다. 그래서 완성차 회사들도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무형의 가치로서 개선하기가 용이하다. 무선 업데이트(Over the air)를 활용하면 소비자가 굳이 서비스센터를 가지 않아도 제품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이미 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수많은 업데이트를 경험한 만큼 소프트웨어의 파워도 잘 알고 있다. 사용자 환경이 나아지고 편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제품에 숨겨진 새로운 모습을 경험했던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 및 형태적으로 완전히 다른 차를 경험하려는 욕구 역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타던 차를 바꾸거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배경이다. 여기서 제조사의 고민도 엇갈린다. 테슬라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승부할 것인가? 아니면 하드웨어 개발비를 투입해 신차 효과를 극대화 시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비용 측면에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훨씬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신차 주기를 지나치게 단축할 경우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국내 한 완성차 개발 담당자는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신차 개발 기간을 단축하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개선점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지만 일정에 맞춰 일단 출시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털어 놓는다. 최근 출시 이전이나 직후 신차 리콜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래서 절충점이 "부분 변경"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맞교환이다. 부분 변경을 하지 않는 대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역시 오류 가능성이 있지만 업데이트로 쉽게 시정 조치가 가능한 데다 기능의 개선으로 신차 효과를 줄 수 있어서다. 최근 GM, 스텔란티스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이 분야에 역량을 쏟아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자동차, 또는 모빌리티 세대 교체 방식이 이제는 소프트웨어 진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