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디자인·주행 감각 갖춰
수년간 국내 수입 트럭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볼보트럭. 지난 5월엔 전체 제품군의 다변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볼보트럭이 8년 만에 선보인 새 트럭은 안전, 환경, 운전자 편의에 집중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이 가운데 대형 트랙터인 FH와 이 차를 운행하는 박상태 씨를 만나 신형 트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직접 시승에 나섰다.
▲오너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
박 씨는 22년째 볼보트럭만 타는 자칭 볼보 마니아다. 그가 볼보트럭을 꾸준히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장으로 인한 유지·보수 측면에서 스트레스가 없었다는 점이다. 박 씨는 신형 FH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새 차가 안전성 면에서 높은 향상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긴급자동제동, 차선이탈경고, 차로유지보조,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정차 후 재출발) 등의 레벨2 자율주행 기능이 장거리 주행이 잦은 특성상 운전 편의와 안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그는 야간 주행 시엔 어댑티브 하이빔이, 주변 보행자나 사물을 살필 때엔 보조석 사각지대 카메라가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박 씨의 볼보 자랑을 간단히 듣고 본격적으로 차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신형 FH는 외관에서부터 세련된 느낌이 물씬하다. 캡 전면부는 로봇을 연상케 한다. 기하학적 조형미가 가득해서다. 넓은 그릴은 촘촘한 패턴으로 구성해 섬세한 느낌이 짙다. 그릴 색상은 콘크리트를 떠올리는 차체 색상과 동일하게 처리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튀지도 않는 색조다. 얇은 쐐기형 헤드램프는 LED로 가득 채웠다. LED는 전구보다 부피가 작아 가느다란 형태를 갖출 수 있다. 측면은 몇 가닥의 사선과 역동적인 창틀이 박스 모양의 캡을 날렵하게 보이게 한다. 캡 뒤편과 섀시의 1~2축 사이에는 패널을 덧대 공력 성능을 높이기도 했다.
실내는 탁 트인 시야와 적재적소에 마련된 여러 장치가 인상적이다. 병풍처럼 운전자 시야를 두른 두 개의 디스플레이가 각각 계기판(12인치)과 모니터(9인치) 역할을 맡는다. 반듯한 사각형 프레임은 기하학적 센터페시아 구조와 조화를 이룬다. 디지털 계기판의 그래픽은 승용차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는 내내 눈이 편하다. 기어 레버는 여느 볼보트럭처럼 운전석 오른쪽에 배치했다. 고광택 패널로 마감한 디자인이 제법 고급스럽다. 대형 트랙터 특유의 거주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시승차는 공간을 충분히 키운 글로버트로터 캡을 적용해 실내에 서 있어도 머리 공간이 넉넉하다. 좌석 뒤편의 침대 역시 폭과 높이가 여유로워 휴식처로서 손색이 없다.
▲장거리 운행에 최적화한 주행 성능
엔진은 직렬 6기통 12.8ℓ 형식의 D13K를 탑재해 최고 540마력, 최대 265㎏·m를 발휘한다. 이 엔진은 강한 토크와 부드러우면서도 거친 힘을 내뿜는다. 500마력 제품과 1,500만원 정도의 가격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능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박 씨는 40마력의 차이가 주는 가치가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엔진은 볼보트럭 전매특허인 아이쉬프트(I-SHIFT) 듀얼 클러치로 힘을 전한다. 등장한 지 20년 된 아이쉬프트는 연료 효율 향상과 변속 충격을 최소화한 변속기로, 회사의 자신감만큼이나 고객 호응도가 높은 품목이다. 박 씨는 매끄러운 변속 감각과 중량물 견인 시에도 거뜬한 성능이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실제 주행을 할 때에도 대형 트럭 특성상 12단에 이르는 변속을 제공하고 몇 단계를 건너뛰는 변속이 이뤄지지만 변속 충격은 적었다. 아이쉬프트는 효율 중심의 이코노미와 효율·성능의 균형을 이룬 스탠다드, 성능 위주의 퍼포먼스 등 세 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새 FH는 섀시 부문에서도 적지 않은 개선을 이뤘다. 볼보 다이내믹 스티어링(VDS)은 손가락만으로도 조향이 가능할 만큼 가볍다. VDS는 운행 조건에 따라 설정이 가능한 VDS Evo로 진화했는데 예전처럼 무겁지 않고 부드러운 감각이 여전하다. 속도 감응방식이라 고속에서도 부담이 적다. 운전자가 답력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도 개선된 부분이다.
주행안정성과 안락한 승차감을 잃지 않는 하체 감각도 돋보인다. 박 씨의 차는 세 축 모두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6개의 에어 서스펜션이 만들어낸 승차감은 대형 크루즈 느낌이 물씬하다. 일반 서스펜션에 비해 부드러워 피로감이 확실히 적게 와 닿는다. 박 씨는 연약 지반을 지날 때 에어 서스펜션이 빛을 발한다고 설명했다.
▲세련된 트럭의 기준
FH 트랙터는 대형트럭이 주는 투박함 대신 세련미로 잔뜩 무장했다. 이는 단순히 생김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편의성과 안전성 면에서도 와 닿았다. 운전의 편리함과 전방위적인 안전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를 넘어 인간 중심의 가치에 한 발 더 다가선 느낌이다. 이밖에 동력계 부품을 포함한 5년, 또는 65만㎞의 보장 기간을 제공하는 볼보 실버 서비스는 유지·보수 부담을 줄여 제품의 가치를 높인다. FH 트랙터 가격은1억8,000만~2억5,000만원대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