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625마력 뿜어내는 강력한 V8
-SUV 특성 고려한 각종 신기술 눈길
고성능 대형 SUV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넉넉한 차의 특징과 강한 출력을 바탕으로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즐기기 위한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그만큼 개개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대중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SUV와 거리가 먼 하이엔드까지 전부 고성능 SUV 만들기에 빠져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시장에서 BMW X5 M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2009년 처음 등장한 뒤 10년이 훌쩍 넘은 시간 동안 줄곧 세그먼트 기준을 자처했다. 또 꾸준히 신형을 선보이며 완성도를 끌어올려 두터운 마니아층도 갖고 있다. 탄탄한 헤리티지 기반의 3세대 X5 M도 그 중 하나다. 더욱이 컴페티션 배지를 달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돌아와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새 차가 가진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키를 건네 받아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스타일
겉모습은 X5 특유의 듬직한 자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준대형 SUV 세그먼트에 속하는 만큼 주차 칸에 꽉 찰 정도로 거대한 덩치다. 레이저 해드램프, 사이드미러, 키드니 그릴 등 각 세부 요소들도 큼직하다. 일반 X5와 차이점은 단연 범퍼다. 면적을 키우고 날카롭게 다듬어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
구멍은 전부 뚫려있으며 얇게 덧댄 프론트 스플리터는 기능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실제로 BMW는 신형 X5 M을 만들면서 앞 범퍼 공기역학 성능과 냉각을 극대화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옆은 M카만의 상징적인 부분을 살펴볼 수 있다. Y-스포트 타입의 살이 얇은 전용 휠과 타공 처리된 대형 브레이크 디스크, 파란색 캘리퍼 등이다.
또 너비를 일반 대비 10㎜ 키운 덕분에 차체 비례감도 한층 안정적이면서 역동적이다. 뒤는 검정색 디퓨저와 함께 듀얼 트윈팁 배기구가 적용된 M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포일러는 모양을 다듬어 일반 X5와 차별화 했고 블랙 레터링 조합으로 센스를 키웠다.
실내의 형태나 전체적인 구성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운전자 중심으로 살짝 치우쳐진 센터페시아와 디지털 계기판 및 와이드 모니터, 송풍구, 변속 레버 주변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다만 차를 꾸민 세부적인 요소는 M만의 특징이 가득하다. 먼저 시동을 켜면 화려한 M 전용 그래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며 센터페시아 화면으로 차의 세팅과 주행 상황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G포스는 물론 터보와 출력 그래프, 심지어 네 바퀴 온도까지 확인된다. 여기에 엔진회전(rpm) 게이지가 추가된 헤드업디스 플레이까지 갖춰 운전자 마음가짐을 다잡게 된다.
스티어링 휠은 두툼하고 손에 쥐는 맛이 좋다. 양 끝에 붙은 M1, M2 버튼은 물론 넓직한 패들시프트도 기본이다.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새빨간 시동 버튼과 M 전용 변속 레버가 눈에 들어온다. 음각으로 새겨 넣은 M배지, 서로 다른 무늬의 카본 패널, M을 상징하는 색으로 꿰맨 스티치 등이 어우러져 스포티한 감성을 더한다.
편의 품목으로는 BMW 라이브 콕핏 프로페셔널,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4존 에어 컨디셔닝 시스템 등이 기본이다. 바우어 앤 윌킨스 다이아몬드 사운드 시스템, 소프트 클로징 도어, 파노라마 글라스 스카이 라운지, 냉/온 컵홀더는 플래그십 수준의 고급감을 보여준다. 이 외 팔걸이와 콘솔박스 등에도 열선을 넣어 피부가 닿는 거의 모든 곳에서 히팅을 느낄 수 있다.
소재에서도 흠결을 찾아볼 수 없다. 천연 가죽으로 마감한 대시보드를 비롯해 도어에는 엠보싱 처리된 육각 스티치가 멋을 더한다. 여기에 패널 대부분은 탄소섬유로 꾸몄고 지붕은 전부 스웨이드 느낌의 극세사 천으로 덮었다. 블랙 메리노 가죽으로 제작된 M 스포츠 시트는 몸을 완벽히 잡아주고 조명도 넣어 만족을 이끌어낸다. 적재적소에 들어간 조명까지 힘을 더하면 실내 감성 품질은 배로 높아진다.
2열은 기본적인 차 크기에 걸맞게 넉넉하다. 답답하거나 좁은 느낌은 받기 힘들다. 시트는 부드럽고 안락한 감각에 초점을 맞췄다. 고성능 SUV의 성격을 감안하면 몸을 지지해주는 능력은 살짝 부족하다. 중앙에는 전용 송풍구와 공조장치가 깔끔하게 자리 잡았고 햇빛 가리개와 컵홀더, 수납 공간이 알차게 마련돼 있다.
위아래로 나눠 열리는 트렁크는 감동의 연속이다. 기본 650ℓ를 제공하며 2열을 접으면 최대 1,870ℓ까지 늘어난다. 바닥 면에는 여분의 깊은 공간이 마련돼 있고 가스 리프트 조절식으로 열려 편의를 더했다. 이 외에 트렁크 아래 도어에는 최대 300㎏까지 무게를 지탱하며 열리는 면적이 넓어 짐을 넣고 빼기가 수월하다.
또 트렁크 안쪽에는 고무와 스틸 소재로 마감해 내구성을 강화한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러기지 스크린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알아서 펼쳐지고 깔끔하게 수납도 가능하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며 공간 활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성능
커다란 보닛 안에는 V8 4.4ℓ M 트윈파워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있다. X5 M은 최고 608마력을 내며 시승차인 컴페티션은 출력을 매만져 625마력까지 끌어올렸다. 토크는 최대 76.5㎏·m의 힘을 뿜어낸다. 여기에 8단 M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와 x드라이브 시스템을 맞물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초 안으로 끊는다.
시동을 켜면 으르렁거리는 사운드와 함께 운전자를 맞이한다. 굵은 소리는 시종일관 귀를 자극하고 변속 과정에서 울려 퍼지는 배기음은 중독성 강하다. 가변 배기 버튼을 누르면 소리는 한층 굵은 톤으로 바뀐다. 가속 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목청을 높이며 도로 위 주인공이 된다. 고성능 차를 타는 이유를 각인시켜 주며 차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은 배로 커진다.
가속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로틀을 열기가 무섭게 총알처럼 튀어나가며 2.4t에 이르는 거구를 순식간에 최고속 영역으로 끌어 올린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몸이 시트 깊숙이 파묻힌다. 시야는 급격하게 좁아지고 주변 사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높은 시선에서 즐기는 가속감은 경량 스포츠카나 해치백에서 주는 짜릿함과는 사뭇 다르다. 고성능 SUV만 줄 수 있는 스릴과 재미다.
패들시프트로 정교하게 출력을 다루면 파워트레인 합이 얼마나 뛰어난 지 단번에 알 수 있다. 특히 6,000~7,000rpm 부근에서 레드존을 향해 치닫는 과정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놀랍다. 조금의 지체 없이 속 시원하게 바늘 끝을 향하고 변속이 이뤄지는 과정은 라이벌 듀얼클러치보다 훌륭하다. 이는 곧 V8의 힘찬 성능을 200% 끌어올리며 차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원동력이 된다. 조금의 지루함도 용서할 수 없는 차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 반응과 차의 움직임은 대형 SUV임을 잊게 한다. 어느 정도 폭을 익히면 그 다음부터는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뜻이다. 매끈하면서도 정확하게 방향을 틀고 정교하게 곡선을 돌아나간다. 도로 폭만 넉넉하다면 코너를 생각보다 강하게 공략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매 순간 충분한 피드백도 얻는다. 거대한 사이즈의 타이어는 바닥을 끈적하게 잡고 깔끔한 포물선을 그려낸다. 출력을 섬세하게 다룰 줄 안다면 최적의 코너 진입과 탈출도 경험할 수 있다.
실제 X5 M 컴페티션은 공공도로는 물론 트랙에서도 최상의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가혹한 환경에서도 엔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레이스용 냉각 시스템을 탑재하고, 엔진룸과 뒷차축 주변에 M 전용 스트럿 바를 장착해 차체 강성을 극대화했다. 또 BMW M x드라이브 시스템은 노면 상태나 차 컨디션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후 네 바퀴에 토크를 이상적으로 분배해 최상의 구동력을 제공한다.
M 어댑티브 서스펜션도 시승 내내 깊은 인상을 줬다. 운전 상황에 맞게 각 휠에 쇽업소버 감쇠력을 제어한다. 도로 상황에 맞춰 차별화된 성능을 구현하는 일등 공신이다. 이 외에 능동 가변 배기 시스템과 다양한 M1, M2 모드 등 즐거운 운전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장치들이 흥미를 돋운다. 운전하는 순간 만큼은 SUV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으며 기름을 다 쓸 때까지 차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총평
BMW X5 M 컴페티션은 고성능 SUV가 보여줘야 할 이상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강한 성능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새로운 차원의 운전 재미를 안겨주며 모든 과정은 깔끔하게 이뤄진다. 그렇다고 무지막지하게 빠르기만 한 건 결코 아니다. 주행에 도움을 주는 각 요소들의 섬세한 세팅과 안정적인 자세는 주행 내내 믿음을 심어준다. 조화가 뛰어나고 균형감이 완벽한 결과이며 운전자의 자신감과 스킬은 저절로 쌓인다.
세그먼트의 본분은 그대로 유지한다. 웅장한 사이즈에서 오는 존재감과 광활한 실내, 다재다능한 공간 활용 능력은 납작한 스포츠카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플래그십 세단 못지 않은 고급 감성과 최신 편의 및 안전 품목은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 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누구보다 앞서 오랜 시간 고성능 SUV 만들었던 BMW의 내공이 돋보이며 늘어나는 선택지 속에서도 BMW X5 M 컴페티션이 건재한 이유다.
X5 M의 가격은 1억6,460만원이며 시승차인 X5 M 컴페티션은 1억7,86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