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중고차 매매업 진출 예고
-지지부진한 정부 결정의 압박 카드로 작용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국내 완성차 회사들이 내년 1월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예고하자 중고차 시장의 일대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23일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산업발전포럼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2022년 1월부터 사업자 등록과 물리적 공간 확보 등 중고차 사업을 위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는 등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여부가 오랜 시간 지연되자 보다 못한 기업들이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국내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완성차 업계의 진출이 제한됐다. 지난 2019년 2월 지정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고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만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이와 관련해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실제 진출 의지를 밝힌 지 3년 가까이 지났고 "심의, 의결" 법정기한(2020년 5월)은 이미 1년7개월 이상 경과한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 중기부는 심의, 의결 진행 전 마지막이라며 완성차 업계에 최종 상생협상 참여를 요청했지만 중고차단체와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중고차업계가 여전히 신차 판매권 부여, 완성차 진입 3년 유예, 매집 제한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결렬된 것. 이런 상황에서 완성차업계는 그간 수차례 중기부에 중고차 시장 진출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들어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했다.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진출 선언은 수년 동안 결론을 내지 못한 중기부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뾰족한 해법도 없이 시간 끌기에만 급급한 정부 태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 정만기 회장 역시 "완성차 업체들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가 이뤄져 결과가 나온다면 그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정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의견도 같이 내비쳤다.
두 번째는 글로벌 기업과의 생존 경쟁이다. 수입 브랜드의 경우 일찍이 인증중고차 제도를 활용해 시장에 진출했지만 국내 완성차 회사들은 중기부의 결과만 기다린 채 수 년째 시간만 보냈다. 실제 수입 인증 중고차 물량은 해마다 증가해 일부 수입사는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3사의 물량을 뛰어 넘어 역차별 논란도 적지 않다.
마지막은 국내 소비자들의 강력한 시장 진입 요구다. 제도적인 장치 마련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여전히 허위 매물을 비롯해 최근에는 중고차 대출 금융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등 6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는 지난 5월 중고차 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는 범시민 온라인 서명 운동 1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만큼 시장 불신이 높다는 의미다.
이 같은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중기부는 눈치만 보기 바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년 3월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결국 완성차 업계로선 더 이상 진입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이다.
한편, 계획이 실행된다면 완성차 업체들은 당장 다음달부터 중고차 사업 준비에 나서게 된다. 우선적으로 물량 확보는 물론 사업자 등록과 서비스 공간 마련 등에 착수한다. 정 회장은 "소비자 편익 증진과 글로벌 업체와의 공정한 경쟁, 중고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준비 과정 전반을 거치면서 중고차 시장 발전에 기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