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기술 젊은 감각 물씬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벤츠의 브랜드 파워와 기함으로서 갖는 제품력, 그에 걸맞은 승차감과 상품성 덕분에 "세계 최고의 세단"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그만큼 주목도가 높은 탓에 신형이 등장할 때마다 진보의 찬사나 보수의 비판도 적지 않다. 벤츠가 올해 국내에 선보인 7세대 S클래스도 마찬가지다. 첨단 기술에 대한 찬사와 파격적인 디자인 논란이 공존한다. 그래도 "S클래스"라는 존재에는 변함이 없기에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속 깊은 동안(童顏) 기함
신형 S클래스 논란은 디자인에서 시작된다. 이전 세대의 웅장했던 이미지가 다소 부드러운 곡선의 조형미로 탈바꿈해 낯선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숨겨진 기술들이 논란을 잠재운다.
새 S클래스의 전면부는 제품 특유의 대형 그릴과 첨단 기능을 품고 있는 헤드램프가 두드러진다. 방패를 닮은 그릴은 중앙에 카메라, 레이더 등의 센서를 담고 있지만 최대한 숨기려고 노력했다. 벤츠가 "디지털 라이트"라 칭한 헤드램프는 생김새에 비해 많은 기술을 넣어 조명이 아닌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느낌이다. 야간에 시동을 걸면 전방 시야를 통해 웰컴 조명쇼를 볼 수 있다. 주행 중엔 상황에 따라 비추는 형태를 다변화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측면은 S클래스의 우직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 후륜구동 세단 특유의 역동성과 기다란 창틀, 간결한 면 처리, 우아한 실루엣이 벤츠 플래그십 세단의 혈통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린다. 그러나 플러시 도어 핸들을 적용해 첨단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다. 후면부는 예리한 선들로 구성해 전면부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삼각형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이는 테일램프는 호불호가 유난히 갈리는 디자인 요소다.
실내는 원형 송풍구 시대를 내리고 다시 사각형의 송풍구와 모니터 등으로 가득해 반듯한 느낌이 물씬하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탑승자에게 많은 정보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고광택 소재를 대거 활용해 그랜드 피아노 주변에 있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센터페시아는 센터콘솔에서 타고 올라온 패널을 12.8인치 디스플레이로 마감한 듯한 설계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음성 인식 제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많은 조작을 요구해 사용자 환경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이따금 보이는 반듯한 한글 바탕체는 다소 부담스럽다.
운전자가 많이 봐야 하는 곳 중 하나인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화려한 그래픽뿐 아니라 3D 표시를 지원한다. 운전자 눈꺼풀 움직임까지 감시해 졸음 운전을 막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은 증강현실 기능을 갖춰 시인성을 높였다. 증강 현실은 고해상도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다.
반듯한 실내가 심심해 보인다면 야간의 앰비언트 라이트는 감성을 높여준다. 64가지 색상을 제공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상을 바꿀 수도 있다. LED가 실내 곳곳을 두르고 있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전방추돌경고, 후측방 경고 등이 활성화되는 위험 상황에는 빨간색으로 선명하게 켜져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시승차는 S580 4매틱으로, 롱 휠베이스 제품이다. 휠베이스는 일반형 S클래스보다 반뼘 정도(약 110㎜) 길다. 이 공간은 오롯이 뒷좌석을 넓히는 데 쓰였다. 뒷좌석은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넓고 고급스럽다. 11.6인치 풀-HD 터치스크린과 7인치 태블릿을 포함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본 제공하며 VIP를 위한 쇼퍼 패키지는 앞 동반석을 37㎜ 앞으로 밀고 헤드레스트를 접을 수 있어 시야와 공간이 트인다. 레그룸에선 종아리 받침대가 뻗어 나오기도 한다. 여기에 온도, 음악, 조명 등 분위기를 최적화하는 에너자이징 패키지를 준비해 높은 가치의 이동을 경험할 수 있다. 이밖에 공기 청정 패키지, 전동 블라인드 등도 마련해 거주 편의를 높였다.
벤츠의 자랑인 MBUX 인포테인먼트는 2세대로 진화했다. 2세대 MBUX는 모든 좌석에서 음성 인식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으며 선루프, 창문 여닫기 등의 기능도 제공한다. 굳이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아도 웬만한 기능을 다 써볼 수 있다. 인식률도 꽤 높아 답답함이 적다.
▲전기차 만큼 조용한 V8
엔진은 V8 4.0ℓ 트윈터보 형식으로, 최고 503마력, 최대 71.4㎏·m의 토크를 발휘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추가한 덕분에 때에 따라 20마력을 보태기도 한다. 엔진은 과격한 느낌보다 여유롭게 성능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준다. 물론 주행 모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부드럽다. 이는 9단 자동변속기의 유연한 변속도 한 몫 한다.
승차감은 에어매틱 서스펜션이 책임진다. 네 개의 바퀴를 개별적으로 제어해 도로가 아니라 곧게 뻗은 기차 레일을 지나는 느낌이다. 과속방지턱에 대한 부담도 적다. 고속에서는 차체를 조금 더 낮춰 묵직한 주행 감각을 이끌어 낸다. 알루미늄을 활용한 차체는 절대로 무너질 것 같지 않은 하체 설정과 함께 독일 차 특유의 높은 강성을 보인다.
뒷바퀴는 조향 시스템을 넣었다. 처음 보는 장치는 아니지만 조향각을 최대 10도까지 넓혀 선회 시 낯선 자세가 연출된다. 누군가는 바퀴가 틀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 아닌 우려를 하기도 하지만 S클래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 자세를 찾아가며 돌아 나간다. 뒷바퀴 조향 시스템은 저속 주행 시엔 선회 방향과 반대로 조향하며 60㎞/h 이상 고속 주행 시엔 조향 방향과 일치시킨다. 이렇게 되면 유턴할 때엔 중형 세단보다 짧은 회전 반경을 그릴 수 있고 고속에선 차체의 거동을 보다 부드럽게 유지할 수 있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는 레벨2 이상의 자율주행을 제공한다. 인식에 따른 거동도 꽤나 부드러워 사람이 운전하는 것 같다. 원격 주차 패키지는 차 밖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를 제어할 수도 있다.
▲새로운 기함의 기준
7세대 S클래스는 감각적인 변화를 통해 다시 한 번 플래그십 세단의 기준을 제시하는 듯하다. 기함이니까 보수적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편견을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지워낸 셈이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30~40대 임원 승진 바람이 불고 있다. 급격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신선한 감각을 빌리려는 움직임이 거세진다는 의미다. S클래스의 젊어진 제품력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날이 갈수록 새로운 기술과 사용자 경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더 커지고 있으니 말이다. S580 4매틱 가격은 2억3,060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