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인 변화 돋보이는 8세대 신형
-섬세하고 부드러운 주행 감각 인상적
브랜드를 넘어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차들이 있다. 그들은 기대를 충족시키는 탄탄한 제품을 바탕으로 오랜 역사와 한결 같은 인기를 누린다. 이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경쟁자 속에서도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킨다. 소형 해치백의 정석이라 불리는 폭스바겐 골프도 그 중 하나다.
골프는 1974년 첫 출시 이후 47년 간 브랜드를 대표해 온 "타임리스 아이콘"이다. 현재까지 3,500만 대 이상 판매된 폭스바겐의 핵심 차종이자 세그먼트 대표를 자처하는 기념비적인 차다. 한국에서도 2005년 법인 설립 이후 누적 판매 4만7,283대를 기록하며 폭스바겐코리아의 성장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세단과 SUV로만 가득했던 한국 시장에 해치백 신드롬을 일으킨 골프가 옷매무새를 다듬고 완전변경 신형으로 돌아왔다. 8세대 골프는 반세기에 걸친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도 깔끔하고 정제된 라인과 완벽한 비율로 재 탄생했다. 여기에 최신 신기술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다시 한 번 명성을 이어가려 한다. 새 차의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스타일
외관은 당돌한 모습이 단번에 골프임을 알게 한다. 전체적인 크기는 예전 7세대와 큰 차이가 없다. 길이 4,285㎜, 너비와 높이는 각 1,790㎜, 1,455㎜로 일반 소형 해치백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차를 꾸미는 각 요소들은 한결 깔끔하고 세련됐다. 각을 최대한 줄이고 곡선을 사용해 차를 꾸몄다.
헤드램프는 아래로 살짝 부풀리고 눈꼬리를 올려 색다른 인상을 준다. 여기에 가로로 길게 뻗은 주간주행등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범퍼는 최대한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옆은 바람개비 모양의 휠과 펜더에 붙은 작은 배지 정도가 특징이다. 차체를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캐릭터라인은 도어 손잡이 중앙을 흐르는 한 줄이 전부이며 골프 특징인 살짝 꺾여있는 C필러도 그대로다.
뒤는 단정한 테일램프와 범퍼가 눈에 들어온다. 다만 램프 속 구성을 화려하게 표현해 밋밋함을 피했고 범퍼는 크롬도금을 둘러 고급감을 나타냈다. 골프 레터링은 요즘 폭스바겐 차들과 동일하게 트렁크 가운데에 자리잡았다.
외관은 헤리티지를 지키려는 모습이 강했다면 실내는 파격적인 변화가 두드러진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으로 깔끔하면서도 하이테크 이미지를 구현했다. 먼저 운전자 중심의 인체공학적 설계와 한층 진화된 디지털화를 통해 미래 지향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여기에는 폭스바겐의 최신 전장장비가 힘을 더한다.
10.25인치 고해상도 디지털 계기반 "디지털 콕핏 프로"는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사용자 편의에 따라 클래식, 주행보조 시스템, 간소 모드, 총 3가지 뷰 모드를 선택 할 수 있고 반응이 빨라 주행 중에도 답답함이 없다. 디지털 콕핏 프로 좌측에는 터치식 조명제어 패널이 위치해 조명 기능을 더욱 직관적으로 조작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평 형태로 구성한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10인치 크기의 "MIB3 디스커버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사용자 친화적으로 구성된 홈스크린 2.0을 포함한 인터페이스로 운전자에게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자주 사용하지 않는 순정 내비게이션을 과감히 삭제한 대신 연동성을 강조한 UI 구성을 늘려 쓰임새가 높아졌다.
이 외에 폭스바겐 컴팩트카 최초로 "윈드실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또 시프트 바이 와이어 방식의 전자식 기어 셀렉트 레버를 적용해 더욱 간결하고 미래 지향적인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메모리 기능이 들어간 시트는 스웨이드와 패브릭이 적절히 섞여 감각적이다. 착좌감도 좋고 몸을 지지해주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인조 가죽으로 감싼 것보다 실용적인 모습이다.
2열은 무난하다. 차의 크기와 성격을 감안하면 큰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두 개의 USB 충전 포트와 전용 송풍구, 팔걸이 겸용 컵홀더 등 필요한 편의 품목만 알차게 들어있다. 네모 반듯한 트렁크는 높이가 낮아 짐을 넣고 빼기 간편하다. 시트를 접으면 조금 더 넒은 공간 활용이 가능하며 스키스루 기능만 별도로 이용 가능하다.
▲성능
탄탄한 주행 성능과 밸런스를 기반으로 한층 진화된 신형 8세대 골프는 2.0ℓ TDI 엔진과 7단 DSG 변속기 조합으로 움직인다. 최고 150마력, 최대 36.7㎏·m의 토크를 발휘하며 앞바퀴 굴림으로 힘을 땅에 전달한다. 특히 새 엔진은 두 개의 SCR 촉매 변환기가 장착된 트윈도징 시스템을 적용해 질소산화물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복합 효율도 동급 최고 수준인 17.8㎞/ℓ를 달성했다. 효율과 환경을 동시에 확보한 셈이다.
시동을 켜면 차분하게 깨어나 달릴 준비를 마친다. 디젤 차 특유의 소리가 울려 퍼지지만 듣기 싫거나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심지어 주행 중에는 여느 가솔린차와 마찬가지로 고요하면서 부드럽게 뻗어나간다. 걸걸대는 사운드와 함께 진동 떨림을 안겨주던 디젤차 편견을 말끔히 지운다.
깊게 가속 페달을 밟아 스로틀을 여는 상황에서도 차는 섬세하고 깔끔하게 반응한다. 신형 엔진의 놀라운 능력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며 잘 세팅된 변속기와 맞물려 찰떡 궁합을 보여준다. 덕분에 150마력 숫자를 뛰어넘는 넉넉한 성능을 가진 차를 모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제법 매콤하게 질주한다. 예민해진 엔진 회전수에 맞춰 가벼운 몸을 적극 활용해 가속한다. 경쾌한 반응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짓는다.
서스펜션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탄탄한 감각은 동일하지만 어떤 도로든지 냉철했던 이전 세대의 성격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도로 위 굴곡을 의연하게 거르며 승차감에 초점을 둔 모습이다. 폭 넓은 소비자를 겨냥한 대중적인 컨셉트를 감안하면 성공적인 변화라고 부를 만하다.
스티어링 휠도 마찬가지다. 직관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보다는 도로상황과 운전모드에 맞춰 능동적으로 반응한다. 그만큼 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피로도가 줄고 운전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우리 골프가 달라졌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8세대 신형은 전방위적인 변화가 돋보인다.
옛 골프의 당찬 성격을 경험하고 싶다면 스포츠 모드에 놓으면 된다. 차는 순식간에 성격을 바꿔 명렬히 질주하고 반전 매력을 뽐낸다. 옹골찬 하체를 바탕으로 균형잡힌 움직임을 내세워 길을 누빈다. 거침없이 찔러 넣는 앞머리와 코너 탈출 시 안정적으로 라인을 잡아주는 뒤쪽의 반응까지 완벽하다. 출력의 목 마름이 살짝 드러나지만 이는 올 봄에 출시될 GTI로 위안을 삼아 본다.
신형 8세대 골프와 신나게 즐기다 보니 어느덧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여유로운 운전을 이어나갔다. 여기에서는 최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를 적극 활용했다. 그 중에서도 시속 210㎞까지 능동적으로 주행을 보조하는 "트래블 어시스트"는 매우 인상적이다.
적당히 도로 위 흐름을 맞추면서 자연스러운 부분 자율주행을 제공했다. 또 최신 인터랙티브 라이팅 시스템, "iQ.라이트"는 야간 시야를 더욱 밝게 비추며 안전 운전을 도왔다.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 "다이내믹 코너링 라이트"가 유기적으로 움직였고 편안한 환경에서 주행을 마칠 수 있었다.
▲총평
신형 골프의 변화는 놀라웠다. 요즘 흐름에 맞춘 세련된 디자인뿐 아니라 각종 신기술과 높은 주행 완성도까지 모든 부분에서 일취월장했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린 골프의 진면목을 확인했고 나아가 브랜드에 대한 희망찬 미래도 엿볼 수 있었다.
세그먼트를 대표한다는 건 많은 시기 질투를 극복하고 기대도 넘어야 한다. 또 명성을 지키면서 전작을 잊게 할 새로움도 가져야 한다. 그만큼 어렵고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된다. 폭스바겐 골프는 이 모든 걸 충족하면서 8번의 진화를 거쳤다.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인정을 이끌어 낸다.
신형 8세대 골프의 가격은 2.0 TDI 프리미엄 3,625만원, 2.0 TDI 프레스티지 3,782만원이다. 1월 프로모션 혜택 적용 시 3,300만원대부터 구매 가능하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