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의 핵심은 럭셔리한 이동 경험이다. 그만큼 실내 거주 공간의 차별화가 핵심 포인트로 부각된다. 이는 쇼퍼트리븐 성격의 G90이 가진 숙명과 같다. 그리고 제네세스 개발팀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감성 품질부터 최초로 선보이는 각종 신기술까지 다양한 감성을 담아냈다는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다.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 G90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 2열에 앉아 VIP 탑승 경험을 해봤다. 

 먼저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G90에 다가가면 도어 속에 숨겨져 있던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이 자동으로 나오며 탑승자를 맞이한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2열에 들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큼직한 시트와 넉넉한 레그룸 및 헤드룸 덕분에 광활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문을 닫을 때는 제네시스 최초로 G90에 적용된 "이지 클로즈" 기능을 활용하면 손쉽다. 문을 잡지 않고도 버튼을 누르면 열려 있던 문이 편리하게 닫힌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 센터 콘솔(앞좌석), 암레스트(뒷좌석), 도어트림(전좌석) 등 손이 닿기 편한 곳에 작동 스위치를 배치했다. 

 몸에 닿는 모든 부분은 질 좋은 가죽으로 덮여있다. 에르고 릴렉싱 시트는 착좌감이 훌륭해 안락한 감각을 키운다. 이와 함께 등받이(시트백)와 좌판(쿠션)에 각각 10개와 2개의 공기주머니를 탑재해 전신, 허리, 골반, 상체 등 네 가지 마사지 모드를 지원한다. 선호에 맞게 작동 시간과 강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도 있다.

 시승차에 탑재된 VIP 시트는 레그 레스트와 열선/통풍(흡입) 기능을 지원하는 풋레스트를 추가로 적용해 탑승자가 더욱 편안한 자세로 쉴 수 있도록 배려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조수석 시트가 앞으로 접히면서 플랫한 공간을 연출한다. 두 다리를 뻗어도 남을 정도이며 비행기 일등석보다 더 호화스러운 이동 경험을 보장한다. 

 10.2인치 대화면 터치 스크린이 적용된 전동식 후석 모니터는 모드에 따라 각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좌우 모니터에 블루투스 헤드셋을 연결해 독립적인 미디어 이용도 가능한데 전체적인 인포테인먼트 구성은 깔끔하다. 지도와 공조장치 등 기본적인 내용 외에 날씨 및 골프장, 부동산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마련했다. 이 외에 후석 측면 C필러 부분에는 잡지 또는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 공간이 있다. 

 팔걸이 역할을 하는 중앙에는 8인치 뒷좌석 암레스트 터치 디스플레이가 있다. 통합형 조작계로 공조, 시트, 마사지, 커튼, 조명을 설정할 수 있다. 특히 각 기능에 맞는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으로 고정식 물리 버튼 대비 명확한 안내와 설명을 제공한다. 물론 볼륨 및 시트 조절 등 직관적인 조작이 필요한 버튼은 한 켠에 별도로 마련해 불편함을 줄였다.  

 더욱 안전한 실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먼저 도어 트림, 암레스트 등 인조가죽 적용부와 카매트에는 미생물 성장을 막아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은 아연 제올라이트" 항균 코팅 소재를 사용했다. 또 이동 중 승객의 소지품을 살균할 수 있도록 2열 암레스트 수납공간 내부에는 UV-C LED 램프를 적용했다. 이른바 코로나 공존 시대를 대비한 배려다. 

 소지품을 넣고 커버를 닫으면 10분 동안 기능을 작동할 수 있으며 사용하지 않을 때는 기능을 해제할 수 있다. 아울러 공기 청정 시스템에는 공기 중 유해물질을 차단해주는 항균필터와 가시광선에 반응해 살균 물질을 생성하는 광촉매 모듈이 탑재돼 있어 한층 더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한다.

 승차감은 기대를 넘어 놀라울 정도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주는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바탕으로 에어 서스펜션의 역할이 컸다. 도로 위 굴곡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2열 탑승자에게는 어떠한 충격도 전달하지 않았다. 3챔버 방식의 서스펜션이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잔진동부터 굵은 요철, 과속방지턱까지 상황에 맞춰 의연하게 대처한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장거리 고속 크루징에서는 저절로 잠이 올 정도로 편안하다.

 플래그십의 기본 덕목인 승차감 외에 이동 경험의 수준도 한 층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사운드 시스템이 있다. 버추얼 베뉴로 불리는 새 기술은 뱅앤올룹슨의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23스피커)을 통해 "보스턴 심포니 홀" 또는 "뱅앤올룹슨 홈" 등 음악 감상에 최적화된 공간의 음장 특성을 재현하는 가상 3D 서라운드 음향 기능이다. 

 기능을 실행하면 차에 적용된 디지털 마이크를 통해 실내를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선택한 장소의 음장 특성을 재현하는 신호를 생성한다. 이와 함께 현재 속도와 연계해 실내 소음을 최소화 및 안정화한 뒤 23개의 스피커를 통해 오디오를 재생한다. 각 기능이 정확히 어떻게 반응하는지 탑승자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입체감 있는 사운드로 울림의 깊이를 더해주는 건 확실히 알아차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최초로 실내 향기 시스템은 사운드와 더불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등공신이다. 3가지 종류를 교체 가능한 전용 카트리지에 담아 제공하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뒷좌석 암레스트 터치 디스플레이, 공조 패널을 통해 향 종류 및 강도를 선택할 수 있다. 무드 큐레이터 작동 시 각 분위기 모드에 최적화된 향을 우선 연동한다.

 제네시스 G90은 단순히 고급스럽게 꾸민 쇼퍼드리븐의 역할만 하지 않는다. 이동을 하면서 탑승자가 느끼는 새로운 감각과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다. 각종 신기술과 섬세한 배려가 돋보이며 일반적인 대형 세단에서 느끼기 어려운 특별한 가치를 선물한다. 젊은 오너부터 성공적인 삶을 증명하고 싶은 중장년층까지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 내는 국내 유일 플래그십 세단이다. 가격은 세단 8,957만원, 롱휠베이스 1억 6,557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