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혼다 CR-V 하이브리드, 숨은 매력 다섯 가지

입력 2022년01월17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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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공간 활용 능력 인상적
 -지능화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탑재

 중형 SUV는 한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세그먼트 중 하나다. 도심 위주의 주행이 많고 출퇴근과 주말 나들이까지 책임져야 하는 이동 패턴을 고려해 전천후 용도다. 그만큼 완성차 회사 또한 저 마다 특징을 내세워 중형 SUV 선점을 위해 노력 중이다. 다양한 제품은 소비자들에 폭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지만 공급이 적정선을 넘어버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신차 속에서 선택의 즐거움은 고민으로 바뀌는 탓이다.  

 이럴 때일수록 본질에 충실한 SUV가 빛나기 마련이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도심형 패밀리 SUV의 이상적인 가치를 실현한다. 오랜 시간 검증 받은 완성도와 판매가 이를 증명한다. 눈에 보이는 몇 가지 편의 기능과 안전 품목이 전부가 아니다. 차를 몰아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장점을 발견하고 깊은 매력에 빠지게 된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숨은 특징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다. 

 ▲기능과 멋을 동시에 챙긴 센스
 첫 인상은 듬직하다. 지붕선을 낮추거나 화려한 곡선을 그려 넣는 등의 기교는 부리지 않았다. SUV 본분에 충실한 모습에서 믿음이 간다. 화려함은 차를 꾸미는 각 세부 요소에서 나타난다. 날카롭게 찢어진 헤드램프와 도톰한 유광블랙 그릴, 범퍼를 가득 덮은 길다란 크롬도금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옆과 뒤도 마찬가지다. 사이드 스커트에는 두꺼운 크롬 도금을 넣어 전면부와 맥을 같이 하며 19인치 휠은 투톤으로 처리해 멋을 살렸다. 세로형 테일램프는 LED 타입으로 밝게 빛을 내며 중앙에 위치한 크롬 바가 어우러져 반짝임을 극대화했다. 

 그 중에서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숨은 장점은 사이드미러에 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거울 같지만 운전석에 바라보면 더 없이 소중하고 뛰어난 역할을 해낸다. 일단 A필러 두께가 얇아 사각지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거울의 위치가 띄워져 있어 틈새 공간도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인 사이드미러의 크기도 큼직해 뒤쪽 타이어 끝단까지 전부 보인다. 플로팅 타입으로 도어 측면에 붙인 것도 아닌데 어떻게 넓은 시야가 나오는지 놀라울 정도다. 

 반대편도 마찬가지이며 "레인 와치" 기능까지 적용돼 주행 중 차선 변경이 한결 쉽다. 레인 와치는 우측 방향 지시 레버를 조작하거나 레버에 장착된 버튼을 누르면 우측 사이드 미러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동승석 방향의 사각지대와 주행 상황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는 안전 시스템이다.

 멋과 기능을 동시에 챙긴 덕분에 주행 시 시야 확보 및 차선변경은 물론 좁은 골목길이나 주차를 하는 상황에서도 원활하게 차를 다룰 수 있다. 커다란 SUV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운전이 서툴거나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이 없을 듯하다.

 ▲다루기 편한 인테리어 환경 
 실내는 사용자 편의 중심으로 꾸몄다. 적당한 크기의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각종 기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이와 함께 공조장치 및 주행에 도움을 주는 버튼들이 큼직하게 자리잡아 직관성을 높인다. 주행하는 상황에서도 단번에 누를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시인성을 가졌으며 각 기능들의 반응과 화면 속 연동성도 빠르다. 디지털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조작을 위해 여러 번 복잡하게 터치해서 들어가는 경쟁 제품과는 거리를 둔다. 

 반대로 섬세한 조작이 필요한 스티어링 휠의 경우 버튼 개수와 조작감이 사뭇 다르다. 제법 다양하게 마련돼 있으면서도 누를 수 있는 버튼 모양을 조각으로 나눠 손의 촉감만으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한번 익으면 쉽게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조작하거나 주행보조 기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 눌렀을 때 느낌은 물론 은은한 조명도 들어와 전체적인 주행 만족도를 높이는 감성 포인트로 손색이 없다.

 요즘 차들이 갖춰야 할 덕목인 전장 장비는 CR-V 하이브리드도 충분하다. 3가지 모드로 전환 가능한 후방 카메라를 비롯해 운전자 졸음 방지 모니터,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선명한 틸팅 헤드업디스플레이까지 있다. 각 기능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조작 및 반응하며 간편하게 마련돼 있어 스트레스가 적은 게 특징이다. 오랜 시간 내 차로 다룬다면 더없이 좋은 기능들이다.

 ▲체급을 뛰어 넘는 공간 활용성
 다루기 편한 인테리어 환경은 알찬 공간 활용성에서 정점을 찍는다. 먼저 도어 안쪽 수납함이 눈에 들어온다. 세 구역으로 나뉜 칸막이 공간은 생각보다 깊어 휴대용 생수병 2~3개는 거뜬히 들어간다. 이와 함께 센터콘솔 역시 전자식 버튼 변속기 탑재로 보다 여유로운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컵 홀더는 깊이와 두께가 상당해 긴 텀블러도 무리 없이 꽂을 수 있다. 뒤쪽으로는 슬라이드 타입의 트레이가 마련돼 있는데 노멀, 수납, 대용량 모드로 활용 가능하다. 2단 칸막이를 접으면 각 티슈나 두꺼운 DSLR 카메라도 온전히 수납 가능한 공간이 나온다. 풀-사이즈 SUV에서나 볼 법한 대용량 콘솔박스는 장거리 여행에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자처한다. 

 2열도 마찬가지다. 기본 공간도 여유로운데 이를 최적화해 활용도를 높인 것. 먼저 90도로 활짝 열리는 문은 카시트를 장착하거나 아이를 포함한 탑승자가 타고 내릴 때 쾌적한 경험을 제공한다. 여기에 1,026㎜의 무릎공간 및 헤드룸은 전부 넉넉하다. 가죽 시트의 면적이 넓고 기울기도 적당해 안락함을 키운다. 또 바닥면이 평평해 성인 세 명이 앉아서 이동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1열과 마찬가지로 양쪽 도어 안쪽에는 컵홀더 외에 별도 수납이 있어 편리하다.

 ▲패밀리 SUV 특화된 다재다능 트렁크
 트렁크는 기대를 200% 만족시킨다. 우선 높이가 낮고 열리는 각도가 커서 물건을 넣고 빼기가 한결 수월하다. 그늘을 활용한 어닝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다. 네모 반듯한 바닥면을 바탕으로 동급 대비 넉넉한 적재 공간을 갖췄다. 2열 시트 폴딩 시 최대 1,945ℓ까지 늘어나면서 넓은 공간 활용성을 제공한다. 

 디럭스 유모차를 눕히지 않고도 실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며 부피가 큰 레저 스포츠 장비를 넣는 것도 가능하다. 그만큼 중형 SUV가 보여줄 수 있는 기대 이상을 해낸다. 한쪽에 마련한 별도의 수납공간과 폴딩 레버도 알찬 구성이다.

 이 외에 적재공간 하단에 배터리 냉각 시스템을 배치해 시트를 접었을 경우 가솔린과 동일한 풀 플랫 기능을 지원한다. 앞좌석을 밀고 등받이까지 젖히면 180㎝ 이상의 장신이 누워도 충분한 공간이 나온다. 안에서 다리를 펴고 앉았을 때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선루프와 커다란 뒷 유리창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나만의 숙소가 따로 없다. 요즘 유행하는 차박이나 반나절 차크닉(자동차 안에서 즐기는 피크닉의 줄임말)을 즐겨도 손색없는 공간이다.

 ▲이상적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동력계는 최고 145마력, 최대 17.8㎏·m 토크의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과 최고 184마력, 최대 32.1㎏·m를 내는 2모터 시스템 조합으로 움직인다. 그 결과 합산 최고 215마력을 발휘해 여유로운 성능을 보여준다. 여기에 무단변속기와 네바퀴굴림이 조화를 이뤄 힘을 땅에 전달한다.

 CR-V 하이브리드는 제원표 상 숫자만 봐도 훌륭하지만 실제 주행하면서 느끼는 감각이 단연 일품이다. 초기 가속페달 반응은 부드럽다. 소리 없이 차분하게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만족스럽다. 부드러움 그 자체여서다. 게다가 다른 하이브리드와 비교해 발진 가속 시 소음과 진동도 거의 들리지 않아 쾌적하다. 실내로 들어오는 불필요한 소리를 철저히 잡은 결과인데 오랜 시간 운전해 보면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스트레스와 누적 피로도가 크게 줄어 전기차를 타는 것처럼 쾌적하다.

 실제 전기차와 같은 주행도 가능하다. 일정 수준의 배터리가 충전됐을 때 작동되는 EV 모드는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고 소리 없이 움직이는데 전기 에너지가 주는 힘이 강력해 뜻밖의 가속력도 보여준다. 이 외에 극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주행 모드 또한 다재다능한 차의 능력을 배가 시킨다. 

 이콘 모드는 엔진회전수가 2,000rpm 부근에서 최대한 성능을 억제했고 일반 컴포트 주행과 같은 하이브리드에서는 엔진과 모터의 힘을 적절히 분배해 무난한 가속감을 발휘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회전수가 다소 높아지며 적극적인 주행을 유도한다. 

 하이브리드라 해서 단순히 효율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운전 모드별 차이를 분명히 나눠 엔진과 전기 모터의 능력치를 끌어 올렸고 이 과정에서 운전자는 팔색조 성격을 경험하게 된다. 평범하고 밋밋한 도심형 SUV가 아닌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 개성 가득한 차라는 뜻이다.

 회생제동 능력은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 이질감도 덜하고 배터리가 충전되는 시간도 빠르기 때문이다. 또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원패달 드라이빙도 가능해 잘 활용하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다. 전기차 기술을 일반 하이브리드에서 경험하니 신선하다. 정직한 반응을 바탕으로 효율까지 챙기는 똑 부러지는 모습을 보며 차에 대한 믿음감이 더욱 커진다.

 ▲총평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섬세한 배려와 깊은 감동으로 탈수록 매력을 안겨다 주는 차다. 운전자뿐 아니라 탑승자 모두의 편안함을 먼저 생각하며 실용적인 구성으로 무장해 운전이 쉽고 즐겁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장점만 골라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잡았고 살뜰하게 마련한 안전 품목도 힘을 더한다. 오랜 시간 갈고 닦은 노하우가 곳곳에서 드러나며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은 이유를 알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면서 차가 주는 행복을 느끼기에 적합한 도심형 패밀리 SUV다.

가격은 4WD EX-L 4,510만원, 4WD 투어링 4,77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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