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시작, 9,247만원부터
-풀사이즈 SUV 시장 충분하다 판단
쉐보레가 타호의 덩치를 앞세워 국내 초대형 SUV 시장을 잔뜩 노리고 있다. 그간 국내에 풀사이즈 SUV는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만 판매됐다는 점에서 나름의 틈새를 충분히 노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일 쉐보레에 따르면 타호의 온라인 판매는 이미 시작됐다. V6 6.2ℓ 엔진을 탑재했을 정도로 크기와 힘을 자랑하는 게 특징이다. 실제 타호는 현대차 팰리세이드보다 372㎜, 제네시스 G90보다 50㎜가 길다. 또한 포드 익스플로러도 길이 면에선 302㎜가 짧다. 심지어 1t 화물인 현대차 포터의 5,155㎜보다 긴 5,352㎜에 달한다. 국내 판매되는 SUV 중에선 유일하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보다 28㎜ 가량 짧을 뿐이다. 두 차를 옆에서 나란히 세우면 덩치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쉐보레가 국내에서 타호를 내세운 배경은 풀사이즈 SUV 구매력이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차가 팰리세이드를 내놓으며 SUV 시장에서 크기가 주요 경쟁력이라는 사실이 입증됐고 포드 익스플로러 또한 대형 SUV로서 꾸준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결국 초대형 SUV도 찾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파악했다는 뜻이다. 쉐보레 관계자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판매가 꾸준하고 대형 SUV 시장이 점차 커지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왔다"며 "SUV 시장의 세분화 및 대형화가 이뤄지는 흐름을 감안할 때 타호의 안착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설명을 내놨다.
실제 쉐보레는 타호의 시작 가격을 9,247만원부터 책정해 수입 SUV와 경쟁하겠다는 복안을 세워둔 상황이다. 하지만 내심 현대차 팰리세이드 소비자가 옮겨 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팰리세이드 최고급형의 경우 선택품목을 모두 넣었을 때 가격이 거의 6,000만원에 달하는 수준이어서다. 쉽게 보면 유럽에서 수입되는 1억원 내외의 SUV와 현대차 팰리세이드 사이에서 압도적인 크기를 주목하는 소비자를 눈여겨 봤다는 의미다.
이런 의도는 도입 제품의 선택에도 담겨 있다.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타호의 엔진 트림은 휘발유 기준 V8 6.2ℓ 및 5.3ℓ가 있고 디젤은 3.0ℓ가 탑재돼 있다. 이 가운데 한국지엠은 6.2ℓ를 국내 도입 차종으로 삼았다. 디젤은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이고 한국 시장에는 플래그십 SUV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6.2ℓ를 선택한 셈이다. ℓ당 6.8㎞로 효율은 조금 낮지만 덩치와 가격을 고려할 때 효율은 소비자가 크게 영향 받을 요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어차피 휘발유 차종을 들여온다면 플래그십에 맞는 6.2ℓ 엔진이 한국 시장에 보다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외부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쉐보레는 타호의 국내 시작 가격을 9,247만원으로 했지만 최고가도 9,357만원으로 정해 선택폭을 좁혔다. 트림별 가격 차이를 크게 두는 것보다 최대한 좁히는 게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권용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