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V8 3.8ℓ 트윈터보 엔진 탑재
-강력한 인상 심어주는 퓨어 스포츠 세단
트로페오 컬렉션은 마세라티 라인업 중 최상위 등급에 속한다. 세부 차종으로는 르반떼 트로페오가 가장 먼저 출시됐으며 콰트로포르테에도 같은 DNA가 이식됐다. 새 차는 외형에서 보이는 스타일만큼이나 강력한 성능을 보여준다. 트윈 터보 V8 엔진과 카본 피니시 디테일로 마감된 익스테리어를 비롯해 피에노 피오레 천연 가죽으로 감싼 특별한 인테리어는 품격과 새로운 디자인이 한데 어우러져 성숙해진 아름다움을 구현해냈다.
무엇보다 우아함과 스포츠 퍼포먼스를 결합시켜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단한 노력을 이어오는 마세라티의 노력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브랜드의 지속적인 발전을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 키를 건네 받아 도로 위를 나섰다.
외관은 기존 콰트로포르테와 큰 차이가 없다. 늘씬한 차체와 커다란 그릴, 로고 등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다만 몇몇 곳에서 트로페오만의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카본 파이버 소재의 적용이다. 프론트 스플리터는 물론 측면 에어덕트, 사이드미러, 도어 손잡이, B필러 등에 아낌없이 넣었다.
특히 필러 중앙에는 모데나와 토리노에서 전체 제작이 이루어지는 마세라티의 이탈리아 정통성을 상징하는 작은 국기를 찾을 수 있다. 또 앞바퀴 뒤 팬더에는 레드 배경에 크롬으로 제작된 트로페오 배지도 넣어 특별함을 더했다.
여기에 오리오네 21인치 단조 알루미늄 휠을 장착하고 있어 성격을 분명히 한다. 사이드스커트는 블랙으로 도색돼 한층 더 분명한 인상을 전달하고 있다. 고성능의 브레이크 캘리퍼는 레드로 마감했고 21인치 스포츠 타이어가 장착된다.
뒤는 테일램프의 변화로 신형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마세라티 고유의 정체성에서 영감을 받아 새롭게 해석한 부메랑 디자인을 채택했다. 부메랑 형태를 강조하기 위해 최첨단 3K 사출성형기술로 클러스터를 제작했다. 이를 통해 테두리는 블랙, 중앙은 레드, 하단 섹션은 투명의 세 가지 색상 렌즈로 전체 램프를 구성했다. 마세라티 및 콰트로포르테 필기체 레터링은 그대로이며 초경량 고광택 카본 파이버로 제작된 디퓨저와 4개의 사각 배기구는 레이싱을 명확히 강조한다.
실내는 제법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먼저 고성능 특성을 강조하듯 스포티한 분위기와 함께 섬세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다이얼 그래픽으로 대체된 대시보드의 시계, 바늘과 화면이 적절히 섞인 전용 계기판, 마세라티 트라이던트 앰블럼과 트로페오 로고를 결합한 전용 헤드 레스트 등 트로페오를 상징하는 세심한 디자인이 적용돼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디지털 요소의 확대다.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는 기존 8.4인치에서 10.1인치로 업그레이드 됐다. 모던한 감각을 위해 가장자리 베젤도 거의 없앴다. 마세라티 인텔리전트 어시스턴트(MIA)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사용자 취향에 따라 화면 조절이나 아이콘 배열 등의 개인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멀티 터치 기능의 고화질 디스플레이는 블랙과 골드를 혼합한 새로운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면서 한층 직관적으로 변화했다. 아울러 디스플레이 상단에 유리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가장자리는 날카로움을 완화하기 위해 이를 커브형으로 적용했다. 이 외에 운전자 편의성을 높여줄 다양한 편의장치도 대거 탑재했다. 센터 콘솔에 위치한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는 미러링 기능을 포함해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모두 지원한다. 스포츠 시트는 프리미엄 풀 그레인 "피에노 피오레" 천연 가죽과 레드 스티치로 마감돼 강렬함을 더했다. 헤드레스트의 트라이던트 앰블럼 아래 새로 선보이는 트로페오 앰블럼은 스티치 대신 3차원 효과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높인다.
참고로 피에노 피오레(Pieno Fiore)는 이탈리아 기술로 탄생된 최상급 소가죽으로 0.2~0.5㎜를 제거하지 않은 통가죽 소재다. 가공이 어려워 숙련된 장인만 연마가 가능해 부드러운 촉감과 오랜 시간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운전자의 체형에 따라 변형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2열은 무난하다. 착좌감이 우수한 질 좋은 가죽시트와 고급스러운 도어 카본, 천장에 두른 알칸타라까지 소재에 대해서는 아쉬운 구석이 없다. 다만 편의 품목은 다소 약하다. 전용 송풍구와 컵홀더, 열선시트, 전동 선블라인드가 전부다. 라이벌에 있는 개별 공조장치와 전용 거울, 무드등과 같은 건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부분은 향후 보완을 거듭해 상품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커다란 보닛에는 V8 3.8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있다. 마세라티 파워트레인과 페라리의 합작으로 만들었으며 트로페오 버전의 V8 엔진 개발을 위해 엔진 구성 부품부터 피스톤 및 커넥팅 로드와 같은 내부 구성까지 전부 새롭게 설계했다. 그 결과 6,750rpm에서 최고 580마력을 내며 최대 토크는 74.44㎏·m에 이른다.
리터당 출력은 154마력에 달한다. 또 최고속도는 326㎞/h,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4.5초를 넘기지 않는다. 강한 힘은 후륜으로 모두 전달돼 올 휠 드라이브로 구동되는 르반떼 트로페오 대비 한층 더 순수한 드라이빙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시동을 켜면 우렁찬 소리와 함께 등장을 알린다. 스로틀 반응도 예민하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놓으면 곧바로 튀어나가며 강력한 힘을 경험할 수 있다. 화끈한 엔진 능력을 몸소 느끼며 탑승자에게 짜릿함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터보 특유의 지연현상을 잘 느낄 수 없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 반응하며 장소와 주변 환경을 가리지 않고 도로 위 존재감을 뽐낸다. 이 같은 반응에는 마세라티 특유의 기술력 덕분이다. 참고로 트로페오에 장착된 터보차저는 각 실린더 뱅크에 장착된 세부적인 휠 디자인을 적용한 두 개의 새로운 병렬식 트윈 스크롤로 구성돼 있다.
이는 높은 반응과 유동성을 제공하며 싱글 인터쿨러를 통해 각 터보차저에 외부 공기를 주입한다. 여기에 성능을 높이기 위해 하이 텀블 실린더 헤드 역시 재설계했고 다양한 캠 샤프트와 밸브를 장착했다. 그 결과 1,500rpm 정도의 낮은 회전수에서도 최대토크가 폭발적으로 작동하며 터보랙 없는 시원한 가속감을 제공한다.
또 ZF 8단 자동 변속기는 엔진의 능력을 배로 높여준다. 엔진 성능을 위해 필요한 세부 컨트롤과 스포츠 드라이빙 특성에 가장 최적화된 구성이다. 화끈한 파워트레인의 합은 가공할만한 파워를 자랑하는 스포츠카 가치를 높인다. 기존 마세라티 세단에서 볼 수 없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며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느낌을 준다.
차의 하드코어한 성능을 느끼기 위해서는 주행 모드를 길게 눌러 코르사 모드에 놓으면 된다. 약간의 스로틀 조작에도 강렬하게 반응하는 엔진과 개방된 배기 밸브를 통해 자유롭게 흐르는 듯한 마세라티 엔진의 강렬한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다.
코르사모드와 결합된 트로페오 버전은 런치 컨트롤을 포함한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지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을 직진 위치에 놓는다. 이후 기어 시프트 레버를 "D"나 "M +/-"에 놓아야 한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동안 스티어링 휠의 다운 시프트 패들을 당기면 런치 컨트롤이 활성화된 것을 계기판으로 확인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여전히 밟은 상태로 운전자는 풀 스로틀로 조작해 엔진 rpm이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트로페오는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레이아웃은 경주용 차에서 계승된 전통이다. 여기에 리어 서스펜션은 네 개의 알루미늄 서스펜션 암의 5-바 멀티링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탁월한 승차감과 스포츠 퍼포먼스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냈다.
트로페오의 극단적인 주행 조건에 맞춰진 연속 모듈 레이션과 세밀한 보정 기능의 댐퍼도 포함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각 휠과 차체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가속 센서를 통해 도로 상태와 주행 방식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각 댐퍼의 설정을 조절한다. 종방향과 횡방향의 부하 전달을 줄이고 바디롤을 최소화해 차의 스포티한 면모를 최대로 구현한다.
운전자가 선택한 서스펜션 모드를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은 거의 동시에 각 휠에 완벽한 댐핑 모드를 작동시킨다. 모든 조화가 어우러져 코르사 모드는 운전 재미가 한층 높아지고 후륜 구동의 즐거움을 드라이버에게 제공한다.
플래그십 세단이나 기함급 라인업 같은 수식어를 떠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순간 만큼은 퓨어 스포츠카로 변모한다. 엄청난 스릴을 맛볼 수 있지만 이성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역동적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에 취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날 것 그대로의 성격으로 순수 스포츠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극대화한 차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다.
한편으로는 1960년대 당시부터 브랜드가 추구해 온 정체성을 명확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운전 자체의 즐거움을 향한 스포츠 드라이빙 정신이 대표적이다. 보다 신선하고 독특한 감각을 바탕으로 라이벌 고성능 세단과는 성격을 분명히 한다. 운전자와 교감을 중요시하고 순수한 메커니즘 자체의 매력을 1순위로 두고 달린다.
차와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운전 실력은 저절로 높아진다. 이렇듯 트로페오 배지는 무서우면서도 짜릿하고 자부심을 높이는 훈장과도 같다.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는 마세라티 철학을 가장 잘 표현하면서도 정점에 서 있는 세단이며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차로 충분하다. 가격은 2억8,36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