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깔끔한 부분변경, 쉐보레 트래버스

입력 2022년02월09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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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필요한 기능만 찾아 개선한 신형
 -탄탄한 서스펜션 및 하체 세팅 인상적

 트래버스는 국산 대형 SUV 시장을 넓힌 주역 중 하나다. 2019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후 줄곧 국내 쉐보레 라인업의 든든한 맏형 노릇을 했고 미국산 SUV의 매력을 알게 해줬다. 특히 동급 최대 차체 사이즈와 실내공간, 견인능력 등 세그먼트 본연의 다재다능함을 갖춰 마니아 형성에도 기여했다. 

 꾸준한 인기로 한국시장에 정착한 트래버스가 부분변경 신형으로 다시 돌아왔다. 새 차는 인상을 다듬고 몇 가지 편의 및 안전 품목을 추가한 게 특징. 부분변경만의 개선된 상품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의 가장 큰 특징은 전면부다. 최신 쉐보레 패밀리룩을 적용해 세련된 맛을 살렸다. 먼저 헤드램프는 위치를 하단 범퍼 쪽으로 옮겼다. 기존 자리에는 주간주행등이 반짝인다. 이와 함께 램프 주변에는 "ㄱ"자 모양의 LED 보조 주간 주행등을 넣어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전면 듀얼 포트 그릴은 크기를 키우고 더욱 촘촘하게 배치해 대형 SUV 특유의 강인한 분위기를 더했다. 최상위 트림인 하이컨트리는 가로줄 패턴에 무광 브라운 컬러를 입혀 고급감을 더한다. 이 외에 앞범퍼 공기흡입구 모양도 한층 큼직해져 스포티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옆은 5.2m를 훌쩍 넘기는 긴 차체와 3m에 달하는 휠베이스가 단번에 큰 차임을 알게 한다. 세부적으로는 20인치 휠이 시선을 끈다. 정교한 세공과 투톤 컬러를 적용해 신형다운 느낌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도어에는 날카롭게 깎은 하이컨트리 크롬 레터링이 추가됐다. 사이드스커트와 손잡이, 유리창 몰딩도 전부 크롬으로 통일해 차가 화려해 보인다. 

 뒤는 테일램프를 입체적으로 다듬고 얇은 면발광 LED를 사용해 기존과 차별화 했다. 주변을 유광 블랙으로 감싸고 램프 사이를 두툼한 크롬 바로 처리해 밋밋함을 피했다. 트렁크와 번호판 주변부, 범퍼 등은 기존과 동일하다. 단정하며 실용성에 초점을 뒀다. 일체형 견인고리는 한결 손쉬운 트레일러 연결을 제공한다.

 실내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더욱 적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과 센터페시아 및 센터터널 구성, 각종 버튼의 위치도 전부 기존과 같다. 몇 가지 필요한 기능 위주로 개선한 결과인데 우선 신형으로 오면서 전 트림에 4대의 카메라로 차 외부를 360도 모든 각도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를 장착했다. 

 또 탑승 시 무선으로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에 자동 연결되는 무선 폰 프로젝션 기능도 넣었다. 하이컨트리에 들어가는 슈퍼비전 8인치 컬러 클러스터도 높은 시인성으로 만족을 높인다. 트래버스에만 있는 센스 있는 기능도 인상적이다. 센터페시아 화면이 올라가며 수납공간이 나오는 히든 플로어가 대표적이다. 소중한 짐을 수납하기에 더 없이 훌륭해 보인다. 

 이 외에 GM의 전매 특허인 고해상도 광각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는 시야각을 300% 넓게 비춰주며 안전 운전을 돕는다. 10개의 보스 사운드 시스템과 트레일러 히치 가이드 라인, 히치 뷰 모니터링 등 대형 SUV에서 기대할만한 거의 대부분의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2열은 독립 시트로 구성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폴딩은 물론 레버 하나로 3열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스마트 슬라이딩도 제공한다. 바닥면이 평평하고 중앙 통로도 넓어 활용도가 높다. 2열을 위한 전용 공조장치와 220V 인버터, 개별 선루프도 알차게 챙겼다. 

 3열은 800㎜가 넘는 레그룸을 바탕으로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성인이 여유롭게 앉아 장거리를 이동해도 전혀 불편함이 없을 듯하다. 개별 컵홀더와 송풍구 USB 충전 포트 등을 마련해 어느 자리에 앉아도 동일한 만족을 준다.

 기본 트렁크 공간은 651ℓ다. 2열과 3열 폴딩 시에는 각각 1,637ℓ, 2,780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자전거나 유모차는 물론 서랍장이나 의자 같은 웬만한 가구도 손쉽게 적재 가능한 공간이다. 

 버튼 하나로 시트가 접히는 기능은 없지만 트렁크 바닥에 여유로운 수납함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위로가 된다. 이 외에 범퍼 아래에 쉐보레 엠블럼 모양의 빔을 반사시켜 핸즈프리 트렁크를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센스 넘치는 구성이 눈에 띈다.

 ▲성능
 국내 판매하는 트래버스의 파워트레인은 6기통 3.6ℓ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조합 한 종류뿐이다. 기존과 동일하며 최고 314마력, 최대 36.8㎏·m의 힘을 낸다. 

 가속감은 무난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차를 이끈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특유의 부드러운 회전질감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치고 나간다. 출력을 쥐어짜면서 힘겹게 속도를 올리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차원이 다르다. 일정 엔진 회전수를 넘어가면 6기통 엔진이 본성을 드러낸다. 호쾌한 사운드와 함께 거구를 무지막지하게 밀어 붙인다.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자연스레 가속 페달에 힘을 싣는다.

 효율에 민감한 소비자가 아니라면 중고속 영역에서 트래버스는 어느 SUV보다 시원스럽게 달린다. 정속 주행을 이어나가니 비로소 진가를 경험할 수 있었고 크루징 때는 만족할 만한 안정성도 보여줬다. 장거리 주행을 이어나갈수록 편하고 쾌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신형으로 오면서 동력계는 건들지 않았지만 서스펜션 및 하체세팅은 크게 고쳤다. 평소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던 부드러운 감각을 개선한 것. 물론 차의 크기와 무게, 컨셉트에서 오는 한계는 명확하다. 

 하지만 한결 탄탄해진 모습으로 롤을 대폭 줄였고 이 과정에서 오는 불안함이 반으로 떨어졌다. 덕분에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는 정직한 스티어링 휠을 믿고 깔끔하게 코너를 통과할 수 있다. 서스펜션이 노면을 거르는 능력도 수준급이어서 장시간 앉아도 허리에 무리가 덜하다.

 안전 품목의 변화도 눈에 띄는데 드디어 고도화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들어갔다. 주행속도를 설정하면 앞차와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조정하며 정차 및 재출발도 가능하다. 여기에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전방 거리 감지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후방 보행자 감지 시스템,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스마트하이빔 등을 챙겼다.

 또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 차선 변경 경고 시스템 및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헤드업 LED 경고등(RLAD) 시스템 등 총 15가지의 능동 안전 기능이 기본 트림부터 들어간다. 각 기능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안전 운전에 도움을 줬고 구현 과정도 매끄러워 사용하는 내내 유용했다.

 ▲총평
 쉐보레 신형 트래버스는 7명의 탑승자에게 고르게 만족감을 주고 이동의 본질을 충실히 수행하는 알짜배기 SUV다. 그만큼 어느 자리에 앉든지 고른 만족을 주며 오랜 시간 미국 시장에서 다져온 탄탄한 기본기, 노하우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더욱이 부분변경으로 오면서 꼭 필요한 곳만 알차게 바꿨고 세련미와 고급감을 동시에 채운다. 

 트림별 각기 다른 인상으로 개성을 강조한 점도 높이 평가 받는다. 신선함이 떨어진 라이벌과 비교해 어느 정도 승산이 있는 상황. 트래버스의 야심찬 재 도전이 더욱 기대된다. 가격은 LT 레더 프리미엄 5,470만원, RS 5,636만원, 프리미어 5,896만원, 레드라인 6,099 만원, 하이컨트리 6,430만원이다.

 시승=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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