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도 배기량 기준 합헌 판결
-배기량 대신 배터리 등장, 전면 개편 필요
대선을 앞두고 "자동차세" 논란이 불거졌다. 그런데 자동차세에 관한 왈가왈부는 갑툭튀가 아니라 30년째 여전히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사안이다. 그리고 논쟁의 질문은 자동차세의 성격에서 출발한다. 대체 재산에 부과하는 세금인가? 아니면 운행에 부과하는 세금인가? 재산이라면 가격에 연동시키면 되고 운행이라면 배기량을 기준 삼으면 된다. 그런데 자동차세는 하필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뫼비우스의 띠처럼 얘기가 돌고 돈다.
자동차세 논란도 역사가 있다. 1990년 도입된 배기량 기준 과세 방식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배기량=재산’의 개념으로 부과했는데 연식이 지날수록 자동차의 재산 가치가 떨어졌던 탓이다. 그러자 정부는 2001년 자동차의 재산 가치 유지 기간을 2년으로 보고 3년부터 5%씩 최대 50%까지 감면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자동차세의 재산과 운행, 두 가지 성격 가운데 재산 부문의 가치 하락을 받아들인 셈이다.
그리고 2004년 국내에 경유 승용차 도입이 허용되면서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조사는 규정 충족을 위해 성능은 유지하되 배기량을 낮춰 연료 소모를 줄이는데 집중했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이 추가되며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배기량을 낮췄으니 오히려 자동차세는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해 역차별 논란이 또 다시 제기됐다.
그러자 2010년, 정부는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를 연료효율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고 그해 5월 공청회까지 열었다. 이른바 제도 변경이 가능했던 호기였던 만큼 2011년부터 자동차세를 친환경 기준에 따라 부과키로 하고 폭넓은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자치단체들이 강력히 반대 의견을 개진했고 결국 무산됐다. 물론 한미 자동차 FTA 체결에 따라 자동차 관련 세제 변경은 미국과 합의해야 한다는 규정도 이유가 됐다. 그러나 과세 기준을 바꿔도 당시 배기량이 크고 비싼 미국차의 세액은 변동이 없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한미 합의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렇다면 당시 자치단체는 왜 반대했을까? 효율과 탄소 배출을 기준 삼으면 배기량이 커서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자동차는 세금이 오르고 고효율 자동차는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고급차가 많은 도시는 세입이 늘어나는 반면 상대적으로 중소형차가 많은 지방은 세입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이유였다. 가뜩이나 지방 재정에 자동차세 비중이 높은 자치단체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고 결국 기준 변경은 무산됐다. 환경, 공정 등의 가치보다 세수가 원인이었던 셈이다.
그 사이 일부 소비자는 헌법재판소에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 부과는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2012년 헌법재판소는 자동차세 배기량 기준 부과는 합헌으로 결정했다. 자동차세는 재산뿐 아니라 도로 이용 및 교통 혼잡, 대기오염 유발에 대한 사회경제적 평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재산 개념보다 사용 가치에 비중을 둔 셈이다.
하지만 헌재 판결 이후 세금 기준 변경 논란은 오히려 불이 붙었다. 당시 헌재 또한 자동차세를 재산보다 운행에 비중을 두었던 탓이다. 그러니 자동차의 재산 가치는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며 오히려 자동차세 금액은 줄어야 한다는 논리가 득세했다. 게다가 재산 가치는 이미 신차를 구매할 때 차값과 연동해 납부하는 개별소비세로 구매자가 부담했으니 재산 가치 배제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또한 배기량이 커서 기름을 많이 소모할수록 기름에 포함된 유류세도 많이 내는 것도 일종의 재산 연동 세금이라는 점이 떠올랐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동차의 배기량은 더욱 낮아졌고 가격은 계속 오르는 중이다. 심지어 아예 배기량이 전혀 없는 전기차도 등장했다. 특히 전기차는 세금 부과 기준이 없어 일괄적으로 10만원이 부과되는데, 자치단체가 볼 때 전기차 등록이 늘어날수록 자동차세 수입도 감소하는 구조다. 그런데 오히려 자치단체마다 앞다퉈 전기차 등을 늘리려 한다. 부족한 세수는 중앙 정부가 보전해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끝없는 논란에 따라 대안으로 제시되는 기준이 자동차세의 성격을 재산, 환경, 도로 이용 등으로 구분하되 각 항목의 세금 체계를 만들어 부과하자는 주장이다. 마치 기름에 포함된 교통에너지환경세 같은 방식이다. 이 경우 세금 혜택의 시비도 없앨 수 있다. 예를 들어 3,000만원짜리 쏘나타 2.0ℓ의 자동차세는 연간 51만원인데 배터리를 탑재하고 6,000만원에 판매되는 전기차는 자동차세가 10만원이다. 이는 전기차의 친환경 가치에 우선 비중을 둔 결과다. 하지만 전기차 또한 도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도로 이용세는 같이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쉽게 보면 자동차세를 운행(30%), 재산(30%), 환경(30%), 기타(10%) 등으로 나누고 필요할 때 각 항목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게 맞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 친환경성이 우수한 만큼 환경 부문의 세액만 감면하면 되고, 재산 개념은 가격과 연동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개념이 달라지고 에너지원 또한 변하는 시대에 과거 세제는 점차 개선돼야 한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