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성 갖춘 밴 잇따라 출시
-합리적 공간활용 인정받으며 호평
-캠핑 등 레저 수요는 한계 있어
최근 국내 완성차 회사들이 경차를 바탕으로 짐칸을 늘린 밴형을 속속 출시하면서 관심이 모인다. 활용성이 높아 경차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기대된다는 의견과 주요 소비층을 고려했을 때 성장에는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현대차는 적재 능력을 강화한 캐스퍼 밴을 출시했다. 높은 차고를 바탕으로 2열 좌석 공간을 비워 940ℓ의 적재 용량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여기에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안전, 편의품목을 그대로 계승해 상품성도 확보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기아가 대표 경차 레이를 바탕으로 짐칸을 늘린 레이 1인승 밴을 선보였다. 특수차를 제외하고 국내 승용 및 상용 라인업 중 처음으로 승인 받은 1인승 차종이다. 회사는 앞으로 출시할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며 다양한 공간 활용성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경차 밴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부터 쉐보레 스파크, 기아 모닝 등이 추가 트림 운영으로 밴을 판매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차고가 높은 박스카 형태의 구조와 실용적인 구성을 갖춘 것. 여기에 대표 경상용차인 다마스가 단종됐고 캐스퍼의 인기 몰이로 경차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는 점도 청신호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대 만큼 호응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먼저 인터넷 커뮤니티나 동호회를 중심으로 일반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개성을 중요시 하고 나만의 차를 꾸미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지 하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기동성이 좋은 경차의 장점을 가장 잘 살렸다는 평가와 함께 목적에 맞춰 활용 범위가 넓어 기대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반면 직접적인 구매 대상인 업계 반응은 다르다. 용달 시장의 경우 경차 밴으로는 본격적인 화물 운송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경상용차 대비 적재중량 및 높이 등이 낮아 짐을 싣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승용차 범위로 들어가 지원 혜택이 부족하고 휘발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총 소유비용에서도 큰 이점이 없을 수 있다. 용달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에게 경차 밴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려야 하는 생계형 제품으로 보기 어렵다"며 "금액적인 이점을 두고 여러 조건을 따져봤을 때 중고 경상용차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걱정의 시각은 캠핑업계도 마찬가지다. 경차의 경우 반나절 차박이나 차크닉, 또는 세미 캠핑을 즐기는 소비층이 많은데 그들에게 밴은 다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빈약한 편의 및 안전품목은 일상 생활까지 만족을 주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캠핑 업체 관계자는 "경차의 경우 스타리아 밴과 같이 본격적인 캠핑카로 개조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며 "한정적인 수요는 있겠지만 경차 밴을 바탕으로 캠핑카 시장 자체가 커지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캐스퍼, 레이 밴의 주요 타깃층은 1인 사업자의 업무용 또는 중소 및 중견 기업의 영업용에 한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레이 밴 등이 기존 경형 밴의 포지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는 "새로운 경차 밴의 등장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반짝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차의 특성과 한계가 명확해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 들이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