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코로나가 바꾼 자동차 경쟁 방식

입력 2022년02월15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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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 경쟁 무의미, 생산이 우선

 일반적인 자동차회사의 비즈니스 방식은 단순하다. 자동차를 만들어 필요한 소비자에게 돈을 받고 판매한다. 그리고 시장에선 서로 자동차를 많이 팔기 위해 마케팅 전쟁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때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사람의 마음은 바뀔 수도 있어서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했을 때 제품을 서둘러 넘기는 판매자로선 유리하다. 그래서 자동차회사는 인기 차종일수록 미리 재고를 쌓아두고 소비자 요구가 있을 때마다 즉시 출고를 진행한다. 따라서 인기 차종의 재고는 감소하고 비인기 차종은 야적장에 켜켜이 쌓일 수 있어 언제나 적정 재고를 유지하려 애를 쓴다. 

 그런데 최근 재고 전략(?)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아예 쌓아둘 필요가 없을 만큼 자동차 공급이 부족한 탓이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생산되는 자동차가 많지 않으니 기다리는 시간만 1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경우 타던 차를 계속 타야 하니 중고 시장에 유입되는 물량이 줄어 중고차 가격도 오른다. 게다가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차가 팔리니 자동차회사로선 할인을 내거는 일도 크게 줄었다. 그 대신 판매 현장에선 대기 시간을 줄여달라는 민원(?)이 쇄도한다. 일부 하이브리드 인기 차종은 무려 1년 4개월을 기다려야 하며 수입차는 계약 후 3년을 대기하는 제품도 등장했다. 그 결과 영업 현장에선 서로 제품을 먼저 받겠다는 물밑 로비도 뜨겁게 펼쳐진다. 

 자동차 공급이 부족한 이유는 반도체 탓이다. 비대면에 따라 이동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주문을 줄인 게 원인이다. 그러자 반도체기업은 생산 라인을 전자제품용으로 전환했고 코로나19 초기에는 실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며 예측이 어느 정도 적중했다. 하지만 점차 이동 욕망(?)의 억제력이 약화되며 어디든 떠나려는 사람의 증가 시점 예측은 실패했다. 자동차기업은 올해까지 이동이 억제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사람들의 이동 욕망 분출 시점은 지난해에 이미 벌어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반도체를 찾아 대부분의 자동차회사가 나섰지만 반도체 기업이 그 많은 물량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반도체 부족은 올해 하반기, 아니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 중이다. 그리고 위기를 느낀 각 나라 정부도 대책을 세웠지만 어디까지나 미래형이어서 당장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 한국 정부 등의 대책은 향후 정부가 산업 육성 예산을 편성해 생산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완성차기업의 대책은 선택과 집중으로 모아졌다. 한정된 반도체를 어떤 차종에 먼저 투입할지 결정해야 했는데 당연히 이익이 높은 차종이 우선이었던 만큼 중대형 고급차 수요를 먼저 충족시켰다. 지난해 국내에 고급 중대형 차종의 판매 점유율이 높았던 배경이다. 반면 인기 여부를 떠나 수익이 적은 제품은 생산 우선 순위에서 다소 밀려났다. 동시에 반도체 확보에 최대 역량을 집중하는 중이다. 

 그 사이 자동차회사도 근본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필요한 반도체를 직접 만들거나 반도체 종류를 최소화하는 SDV(Software Defines Vehicle) 개발이 대표적이다. 어차피 부품기업으로부터 반도체가 포함된 모듈을 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통합 소프트웨어로 개별 하드웨어의 움직임을 통제함으로써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가짓수를 줄이되 핵심 반도체는 직접 개발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 상황은 ‘생산’이 곧 판매 숫자라는 점에서 최대한 반도체를 확보하는데 치중하지만 근본적인 부족이 앞으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SDV로 빠르게 전환시키겠다는 뜻이다. 

 물론 대책은 어디까지나 자동차회사 스스로의 몫이고 해결에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 사이 자동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하염없는 기다림을 겪으며 물밑 출고 작전을 펼쳐야 한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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