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이동 수단에 치중, 배터리 확장
현대자동차가 향후 8년 사이에 이뤄낼 미래 목표를 발표했다. 17종의 BEV 라인업을 구축하고 2030년에 글로벌 시장에서 187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7%를 차지하는 게 목표다. 또한 BEV 부문의 영업이익율도 10%를 제시했다. 전동화도 좋지만 팔아봐야 이익을 낼 수 없다면 굳이 기업을 운영할 이유가 사라지는 탓이다.
여러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배터리 부문이다.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출발점 자체가 "이동 수단의 제조"에서 시작되는 만큼 전기 그릇으로 불리는 배터리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서다. BEV를 많이 판매하려면 배터리를 많이 조달해야 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 개발에 관여해야 하며, 배터리 셀 모듈화 등의 발전 방향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과제라는 의미다. 이외 사용한 배터리를 수거해 재사용 및 재활용에 이르는 "배터리 종합 전략"을 수립, 배터리 순환 경제를 완성키로 했다. 수소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전제 하에 전기를 소비하는 BEV 확대에 이르기까지 전기 에너지 가치 사슬을 완성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최우선 과제는 배터리 확보다. 실제 전기차 187만대 판매에 필요한 17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조달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CATL, BYD 등의 중국 내 기업과도 연계한다. 동시에 이들 가운데 일부 기업과 손잡고 합작사를 설립, 배터리 개발에도 적극 참여한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외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까지 사용을 다변화해 각 나라의 BEV 시장에 개별 대응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전고체 배터리 등의 기술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의 안정적인 확보를 기반으로 실제 수익 사업을 벌이는 부문은 BEV 판매 증진인 만큼 BEV의 종류와 생산도 대폭 늘린다. 기존 생산 시설을 BEV 중심으로 전환하고 공급망도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이 수반되는 배경이다. 그리고 BEV의 제품력 보강과 원가 절감을 위해 전용 플랫폼을 활용하되 소프트웨어 역할도 높이기로 했다. 그 결과물로 나오는 다양한 용도의 전기 모빌리티는 판매 외에 교통 시장 진입 역할도 하게 된다.
물론 현대차의 미래 전략은 앞서 선제적 대응을 내놓은 글로벌 경쟁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을 대표하는 폭스바겐그룹은 2030년 BEV가 내연기관차 수요를 넘을 것으로 예상해 BEV 플랫폼을 통합, 변형하고 디지털 전략에 따라 똑똑한 지능을 넣고 무선 업데이트를 활용한다. 아울러 미국 GM은 지난 1월 CES를 통해 "트리플 제로(Triple Zero)" 슬로건을 내놓으며 모빌리티 방향성을 확고히 정했다. 여기서 트리플이란 "탄소배출", "교통체증", "교통사고"를 의미하며 세 가지가 전혀 없는 "제로(0)"를 향한다는 의미다. 탄소 배출이 없으려면 BEV로 전환돼야 하고, 교통 체증이 없으려면 공유를 활성화해야 하며, 교통사고가 없으려면 이동 수단의 지능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을 "제로(0)"라는 단어에 녹여낸 셈이다.
하지만 미래로 향해가는 과정에선 당연히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9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필요한 비용은 내연기관 및 BEV 판매로 충당하게 된다. 특히 당장 BEV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 비용은 대부분 내연기관에서 확보해야 한다. 실제 현대차도 2025년까지 투자 비용은 내연기관 수익성 강화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부족한 반도체가 수익성 높은 중대형 고급차에 우선 투입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사이 BEV에서 이익이 발생하도록 원가절감 및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내연기관 단종에 대비하게 된다. 그래야 2030년 BEV 영업 이익률이 1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비단 현대차 뿐만이 아니라 모든 완성차 기업의 과제다. 아직 수익이 없는 친환경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내연기관을 열심히 팔아야 하는데 너무 많으면 배출 규제를 충족할 수 없어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진다. 그리고 타협은 프리미엄 차종 확대로 연결되기 마련이며 이는 서민들이 선호하는 경제성 높은 차의 축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친환경에는 반드시 비용이 뒤따른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셈이다. 내연기관 수익 극대화와 BEV의 손해 최소화, 둘은 별도가 아니라 동시에 진행되는 두 마리 토끼이고 반드시 한번의 도전으로 모두 잡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미래전략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