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포터·기아 봉고 각 1, 2위 차지
-길었던 출고 적체 물량 한꺼번에 쏟아져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 등 1t 트럭이 지난달 높은 판매대수로 국내 시장을 주도하자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매 기록은 물류 수요 증가에도 반도체 이슈 등으로 상당 기간 묶여있던 생산 부족이 일시적으로 해소돼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포터는 총 7,995대가 판매돼 국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46.9% 급등했고 전년 대비 4.8% 상승했다. 뒤이어 봉고는 총 6,230대로 당당히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 대비 26.7%, 전월과 비교하면 37.8% 상승한 수치다. 둘을 합치면 1만5,000여대에 육박하며 이는 2월 르노삼성과 한국지엠, 쌍용차를 모두 더한 판매보다 많다.
국내 대표 1t 트럭 두 대가 나란히 포디움에 올라간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출고 적체 물량의 일시적 해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본격화되면서 포터와 봉고 판매는 급감한 바 있다. 21년 상반기 월 평균 8,000여대 수준을 보였던 포터는 하반기 6,000여대 정도까지 떨어졌고 봉고도 상황은 비슷했다. 제조사로선 부족한 반도체의 투입 순서를 정할 때 수익이 높은 중대형 고급차를 우선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그러자 1t 트럭이 필요한 물류 현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 특장 업체 관계자는 "수 개월 전부터 많은 양의 1t 트럭을 주문했지만 받은 것은 필요 수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그나마 우리는 절반이라도 받았지만 여전히 출고를 기다리는 곳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또한 "특장 물류는 우리가 출고를 해줘야 사업을 하는데 물량이 부족해 연쇄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는 "오랜 기간 출고가 예정돼 있던 1t 트럭이 지난달 한꺼번에 인도되면서 대기 수요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소형 트럭은 해외 시장에서도 달라는 요구가 많아 생산이 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형 트럭 생산을 늘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수익성이 낮은 차종이어서 생산을 늘린 후 다시 수요가 줄어들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보장된 이익마저 사라질 수 있어 섣불리 생산 시설을 확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그럼에도 소형 트럭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중이다.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른 물류량 확대와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소비 및 구매심리 증가 등이 판매를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2024년부터 소형 화물트럭 안전성 강화에 따른 가격 인상도 예상돼 있어 앞으로 2년 동안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어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