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넉넉함의 지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입력 2022년03월20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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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판매중인 SUV 중 가장 길어
 -최신 디지털 요소와 감성 품질 높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SUV 중 하나다. 태생부터 남다른데 럭셔리 브랜드 경쟁이 치열하던 1990년대 후반 링컨이 대형 SUV 내비게이터를 출시하며 인기 몰이에 나서자 곧바로 경쟁이 될 만한 신차 개발에 들어갔고 1998년 에스컬레이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줄곧 브랜드 기함을 자처하며 많은 글로벌 팬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드림카 리스트에 빠짐없이 언급되는 차이기도 하다. 

 시작부터 풀사이즈 SUV를 지향한 만큼 캐딜락의 큰 차 만들기 노하우는 곳곳에 숨어있다. 그리고 지난달 국내 출시한 에스컬레이드 ESV는 이런 노력의 정점에 서 있는 차다. 신형의 진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층 커진 크기와 넉넉한 성능이 조화를 이룬다. 에스컬레이드 ESV의 남다른 가치를 확인해보기 위해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에스컬레이드 ESV는 5세대 에스컬레이드의 차체를 늘린 롱 휠베이스 제품이다. 한 눈에 봐도 압도적인 크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 ESV는 신형 에스컬레이드(5,380㎜) 대비 385㎜ 길어진 5,765㎜의 길이다. 앞뒤 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는 신형(3,071㎜) 대비 336㎜ 늘려 3.4m를 훌쩍 넘긴다. 국내 시판 SUV 중 가장 길며 웬만한 플래그십 세단도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의 길이다. 

 크기를 부각시키는 디자인도 한 몫 한다. 모든 공기를 흡입할 것처럼 보이는 그릴은 범퍼 끝단까지 수직으로 떨어진다. 강력한 존재감을 나타내며 손바닥 한 뼘을 전부 사용해도 부족한 캐딜락 로고가 멋을 더한다. LED 헤드램프는 기존 세로에서 가로 형태로 과감하게 바꿔 한층 안정적이며 명확한 인상을 완성했다. 반면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은 세로로 길게 내려와 패밀리-룩을 맞췄다. 특히 앞범퍼 양 끝 쪽에 위치해 차가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불을 밝히는 과정도 화려한데 유리 표면을 보는 것처럼 고급스럽게 마감돼 있다.

 국내에는 럭셔리와 스포츠 트림으로 나눠 판매 중이다. 시승차인 럭셔리는 가로줄무늬 그릴 주변과 범퍼, 휠 곳곳에 반무광 크롬을 입혀 차분하면서도 화려해 보인다. 반면 스포츠는 메쉬타입 그릴을 비롯해 피아노 블랙으로 주변을 감싸 한층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옆은 직선으로만 이뤄진 캐릭터 라인과 각을 살린 차체 덕분에 웅장한 분위기를 만든다. 높이를 고려해 전동식 스텝게이트가 마련됐고 사이드미러는 차체를 감안해 세로로 길고 크다. 휠 하우스는 넉넉해서 22인치 휠이 커 보이지 않는다. 

 얇게 무드등을 넣은 문 손잡이, B필러 부근에 양각으로 새긴 캐딜락 로고, 금속 장식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외관에 신선한 포인트로 다가온다. 또 3열까지 뻗은 넓은 면전의 유리창은 ESV를 표현하는 킬링 포인트로 손색이 없다.

 뒤는 에스컬레이드 정체성이 돋보인다. 버티컬 타입 테일램프만 봐도 단번에 알아차린다. 오프닝 세레머니와 함께 선명하면서도 압도적인 뒤태를 완성한다. 트렁크 중앙을 지나는 금속 소재와 히든 타입 와이퍼 적용으로 전체적인 인상도 깔끔하다. 배기구와 블랙 투톤으로 마무리한 뒷범퍼 역시 단정하다.

 실내는 신형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그 중에서도 단연 시선이 쏠리는 부분은 38인치 OLED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두 겹으로 매칭해 입체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여기에 극강의 선명함을 바탕으로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제공한다. 두께도 얇고 마감 수준도 기대 이상이다.

 새롭게 바뀐 인포테인먼트 UI 구성과 각종 기능을 구현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한 나이트 비전은 물론 커브드 디스플레이만 가지고 하루 종일 차 안에서 놀 수 있을 듯하다. 스티어링 휠은 생각보다 크기가 작다. 그만큼 조작이 간편하고 부담이 적다. 주행 모드와 서스펜션 높낮이 등 차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버튼은 왼쪽 하단에 마련했다.

 센터페시아는 전체적으로 수평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송풍구와 깔끔한 공조장치 버튼이 마련돼 있다. 각 아이콘을 표시하는 그래픽이 개선됐고 눌렀을 때 구현 과정도 섬세하다. 넓은 센터터널은 조작과 수납의 구분을 지어 다른 소재를 적용했다. 모던한 감각을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전자식 변속레버와 각종 버튼이 깔끔하게 매립돼 있고 원목으로 짜 맞춘 수납함은 멋있다.

 마사지 기능을 탑재한 앞좌석 16방향 파워시트, 냉장 및 냉동기능을 제공하는 콘솔 쿨러 등도 적용했다. 이와 함께 36 스피커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은 넓은 실내와 어우러져 순식간에 콘서트 홀로 만들어 버린다. 울림은 물론 고음과 중음, 저음의 조화가 뛰어나 공간감을 증폭시킨다.

 소재와 마감은 미국식 프리미엄의 정수를 보여준다. 가죽의 컬러도 시트와 대시보드를 각각 다르게 매칭했으며 스티치, 코팅 처리된 우드 트림의 조화가 상당하다. 경계를 구분짓는 금속 소재와 스티치 파이핑도 적재 적소에서 빛을 낸다. 각 소재는 섬세한 공법을 거쳐 부드러운 촉감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글러브 박스 및 도어 아래쪽 부분은 따뜻한 패브릭 소재로 감싸 감성 품질을 키운다. 은은한 직간접 무드등에 반사되는 순간도 인상적이다. 또 패널이 맞물리는 부분이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마감도 정교하다.

 2열은 독립식 시트로 돼 있다.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은 기본이며 버튼을 누르면 3열 탑승을 위한 원활한 더블-폴딩도 지원한다. 편의 품목으로는 전용 공조장치와 송풍구, 컵홀더를 바탕으로 듀얼 12.6인치 터치스크린을 포함한 2열 엔터테인먼트, 원활한 대화를 도와주는 컨버세이션 인핸스먼트 시스템 등이 있다. 별도 마련된 USB 및 HDMI 포트와 연결하면 곧바로 영상 시청도 가능하다.

 3열은 안락하다. 무릎 공간은 주먹 한 개가 충분히 들어갈 만큼 여유로웠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트렁크 라인 덕분에 머리 위 공간에 대한 불만도 없다. 무릎과 허벅지가 접히는 바닥면의 높이를 비롯해 등받이 기울기에도 이질감이 없이 편안한 착좌감을 유지시켜 준다. 2열 등받이를 완전히 앞으로 접을 수 있어 두 다리를 쭉 뻗는 일도 가능하다. 성인 세 명이 온전히 3열에 앉아 장거리 여행을 가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공간이다. 

 트렁크는 기본 1,175ℓ를 확보했다. 3열 좌석을 접으면 2,665ℓ, 2, 3열 모두 접으면 4,044ℓ까지 늘어난다. 완벽한 평탄화가 가능해 반나절 차크닉이나 차박도 거뜬하고 원룸형 소형 냉장고 및 쇼파와 같은 가구를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크기다. 물론 각 시트는 버튼 한번만 누르면 알아서 접힌다.

 ▲성능
 동력계는 V8 6.2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m를 발휘하며 10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려 힘을 땅에 전달한다. 4가지 드라이빙 모드를 제공하는 4륜구동 시스템 및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런셜(eLSD)도 힘을 더한다. 

 시동을 켜면 풍부한 소리와 함께 등장을 알린다. 이후 숨을 고른 채 차분하게 속도를 올린다. 일반적인 투어 모드에서는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달린다. 흐름에 맞춰 차분하게 속도를 올리고 거대한 차를 부드럽게 이끈다.

 자연흡기 특유의 회전질감이 경쾌하게 다가온다. 그 결과 스로틀을 여는 순간에도 버겁거나 답답한 가속감은 느낄 수 없다. 10단 자동변속기는 정직하게 단수를 오르내린다. 고속으로 갈수록 효율에 집중하지만 제 역할을 해내며 동력 손실을 줄인다. 거대한 덩치를 감안하면 파워트레인은 수준급 실력이다.

 승차감 개선도 인상적이다. 노면을 1/1000초 단위로 스캔해 최고 수준의 응답성을 발휘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흔들림을 최소화 시킨다. 여기에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 독립형 리어 서스펜션이 추가돼 미세한 진동까지 철저하게 잡았다. 턱을 넘을 때도 구조적인 장점이 묻어난다. 긴 휠베이스로 인해 체공시간이 늘어난 것. 저절로 앞뒤 바운스가 약해지고 차분한 통과가 가능하다.

 에스컬레이드 ESV는 역동적인 주행에 집중하기보다 풍부한 힘을 바탕으로 여유로운 크루징이 더 어울리는 차다. AR화면을 통해 보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이나 고품격 사운드가 탑승자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또 차간 거리나 차선을 올바르게 잡아주는 반자율주행 능력은 크루징에 힘을 더한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진보된 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을 동시에 심어준다. 커다란 보닛과 높은 시트포지션으로 광활한 시야를 확보하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맛은 덤이다.

 ▲총평
 캐딜락의 풀사이즈 SUV는 크기 만큼이나 넉넉하고 풍족한 상품성을 갖춰 탑승자에게 큰 만족을 준다. 존재감 높이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세련된 실내와 가득 넘치는 편의 장비가 호감을 준다. 여기에 일취월장한 파워트레인 및 주행 완성도는 에스컬레이드에 걸맞은 실력을 마음껏 드러낸다. 

 무엇보다 세그먼트 특징을 극대화한 공간 활용은 따라올 라이벌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다. 오히려 에스컬레이드 ESV의 등장이 수 많은 캐딜락 팬을 더 만들고 풀 사이즈 SUV 역사상 또 한번 진화를 거듭하며 정상을 향하는 느낌이다. 넉넉함에선 그 어떤 SUV도 따라올 차가 없기 때문이다. 가격은 1억6,357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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