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신세계로의 초대, 포르쉐 911 GT3

입력 2022년03월25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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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량화 및 주행 완성도에 초점 맞춰
 -슈퍼 스포츠카 영역에 활약하는 포르쉐

 포르쉐 911 GT3. 이름만 들어도 자동차 마니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차다. 수십 년 전부터 한결 같은 자리에서 모두의 드림카로 군림하기도 했다. 그만큼 명성을 깨기 위한 라이벌이 대거 쏟아졌고 GT3 역시 타이틀 방어전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포르쉐는 당당히 정면 돌파를 선택했고 그들이 잘 하는 영역에서 정교하고 침착하게 신형을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가공할만한 실력을 가진 새 GT3가 세상에 등장했다. 

 신형 하드코어 스포츠카는 출력과 토크 등 숫자 놀이에 집중하지 않고 완벽한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한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극한의 테스트 장소인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의 랩타임에서 이전 제품보다 무려 17초나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

 ▲성능
 신형 911 GT3에는 수평대향 6기통 4.0ℓ 박서 엔진과 7단 포르쉐 듀얼 클러치 변속기 조합으로 움직이며 최고 510마력, 최대토크 47.9kg∙m를 뿜어낸다. 출력은 기존 GT3 보다 10마력 증가했으며 8,400rpm에서 최대 성능을 발휘한다. 또 탁월한 회전 성능은 9,000rpm에 이르러서야 전자식으로 제한된다. 토크는 1.0kg∙m 증가했다. 

 개선된 엔진은 테스트 드라이버들의 엄격한 시험도 통과했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개발 단계에서 600번의 배출가스 테스트를 시행했다. 또 이탈리아 나르도의 고속 서킷에서 5,000㎞ 이상의 연속 구간을 시속 300㎞의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엄격한 엔진 내구 테스트도 완료했다. 그 결과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3.4초면 충분하며 최고속도는 318㎞/h에 이른다.

 등장부터 존재감이 상당하다. 시동을 켜자 우렁 찬 소리를 내지르며 출발을 알린다. 강하게 자극하는 엔진음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낮은 속도는 물론 고속 크루징 시에도 시종일관 내지르며 운전자를 자극한다. 심지어 정차 시 공명음까지도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트랙 위 출발을 앞둔 스톡카 운전석에 앉아있는 것처럼 색다른 감정이 피어 오른다.

 이는 평범한 도심 속 주행에서도 마찬가지다. 딱딱한 서스펜션이 노면의 모든 떨림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과속방지턱은 물론 작은 맨홀 뚜껑을 지날 때도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일반 911이 편안한 세단이었다고 착각할 정도다. 물론 일상 생활에서 차와 함께하는 과정이 단점으로 지적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스포츠카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독보적인 감각으로 신선한 충격과 즐거움을 안겨다 줄 뿐이다. 

 차의 진가는 교외로 조금만 벗어나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고속에서 가속감이 상당하다. 스로틀을 열기 무섭게 RPM 바늘을 튕기며 맹렬히 질주한다. 같은 제로백(실제 타이칸 터보와 0.1초 차이)이나 속도감이라 해도 전기 에너지가 주는 가속과는 완전히 다르다. 엄청난 공기를 빨아들이며 실린더가 압축, 팽창을 거치고 힘을 만들어내는 순간까지 운전자가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그만큼 차와 교감하며 달리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짜릿하면서도 기분 좋은 순간의 연속이며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6,000rpm을 넘어가면서부터 들리는 찢어지는 고음과 하염없이 올라가는 속도 바늘이 이성의 끈을 놓을 수 있겠다는 무서운 생각도 들게 한다. 차는 한계를 모르는 것처럼 레드존을 향해 치닫고 9.000rpm에 다다르면 폭탄이 터지는 듯한 배기음과 함께 단수를 바꾼다. 모든 과정은 매우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데 운전자 머릿속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에어로다이내믹 영역에서는 기술적 진보가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포르쉐 양산차에 처음 적용한 서스펜디드 리어 윙이다. 여기에 윙을 고정하는 스완 넥 마운팅은 GT 레이싱 카 911 RSR과 원-메이크 컵 레이싱 카 911 GT3 컵과 유사한 형태로 사용된다. 새로운 설계는 바람의 와류로 인한 성능 손실을 감소시키고 다운포스를 높인다. 

 4단계로 조정 가능한 리어 윙 각도에 따라 프런트 디퓨저 역시 4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그 결과 신형 911 GT3는 200㎞/h의 속도에서 이전 보다 50% 큰 다운포스를 발생시킨다. 또 퍼포먼스 포지션에서는 최대 150%까지 다운포스가 증가한다. 

 엔지니어들은 약 700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신형 911 GT3의 에어로다이내믹을 개발했고 윈드 터널에서 차를 미세 조정하기 위해 약 160시간 이상을 테스트했다. 노력은 결실로 맺어지고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엄청난 몰입감, 흥분과는 정 반대로 차분하게 자세를 낮춘다. 바닥에 바짝 붙어서 조금의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고 믿음을 준다. 여러모로 경주차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로드카다.

 굽이 치는 코너에서는 911 GT3의 또 다른 능력이 펼쳐진다. 이 곳에서는 경량화가 빛을 발휘한다. 앞쪽 보닛과 루프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부쉬와 링크, 암, 패널까지 전부 가벼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 결과 무게는 고작 1,400㎏에 불과하다. 국산 소형 SUV 수준의 숫자를 갖고 있는 셈이다. 

 경량화의 흔적은 코너를 몇 개 통과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스티어링 휠 변화에 맞춰 너무나 쉽고 가볍게 방향을 튼다. 즉각적인 반응은 물론 정확도까지 갖춰 완벽한 포물선을 그린다. 앞뒤, 좌우 어느 곳 하나 무겁거나 버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경쾌하고 사뿐하게 들어갔나 탈출할 뿐이다. 날카롭게 치고 빠지는 실력이 일품이며 100% 컨디션으로 코너 공략이 가능하다.

 특히 앞머리의 움직임은 기대 이상이다. 기존의 맥퍼슨 타입을 버리고 더블위시본으로 바꾼 서스펜션 덕을 톡톡히 봤다. 유연하면서도 차체와 노면을 붙들고 맹렬하게 코너를 들어갔다 나온다. 불규칙한 도로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며 좀처럼 불안한 자세는 연출하지 않는다. 환상적인 변속과 스로틀 양에 맞춰서 누구나 도로 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전매특허 포르쉐 기술은 전부 탑재돼 있다. PASM(포르쉐 액이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PSM(포르쉐 스태빌리티 매니지먼트), PTV(포르쉐 토크 백터링), PTM(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등이 조화를 이뤄 차를 완벽하게 이끈다. 각 기술은 본인의 위치에서 실시간으로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한다. 그 결과 차의 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비 현실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GT3와 함께할수록 운전 능력이 올라가는 건 시간 문제다.

 ▲디자인&상품성
 차가 가진 능력에 비하면 외관은 수수하다. 단번에 911 시리즈를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을 바탕으로 GT3만의 세심한 포인트를 더한 정도다. 동그란 눈망울과 볼록 튀어나온 펜더, 빵빵한 뒤테는 존재만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보닛과 범퍼를 최대한 단정하게 마무리한 에어덕트는 검소함까지 느껴진다. 옆은 스프린터 조건을 내세우는 신발이 핵심이다. 20인치 단조 경량 알로이 휠을 바탕으로 안에는 거대한 PDCC가 탑재돼 있다. 카본 세라믹 디스크의 갈라짐마저 예술 작품으로 승화할 정도이며 멋과 기능을 동시에 잡은 모습이다.

 라이벌 슈퍼 스포츠카처럼 우락부락한 캐릭터라인이나 공기 통로는 없다. 부드럽고 우아한 지붕선과 윈도우 라인이 전부다. 덕분에 깔끔하면서 미적 완성도가 훌륭하다. GT3의 킬링 포인트는 뒤다. 먼저 거대한 일체형 스포일러가 눈에 들어온다. 지지대를 바깥에서 위로 연결해 독특한 인상을 구현했다. 

 안쪽에는 볼 수 없어 레터링으로 만족해야 하는 엔진룸이 위치해 있다. 4.0이라는 음각 숫자만으로 위안을 삼는다. 가로로 긴 테일램프는 여느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풍긴다. 위에는 별도의 에어덕트를 마련했고 아래에는 GT3 레터링을 박아 넣었다. 

 범퍼 역시 앞쪽과 마찬가지로 와이드한 홈을 파 놓은 정도에서 차분하게 감쌌다. 디퓨저는 다소 특이한데 GT 레이스카 911 RSR의 기술을 빌려 탑재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모터스포츠의 피가 흐른다는 뜻이다.

 실내는 가장 최신의 포르쉐 패밀리-룩으로 맞췄다. 여기에 몇 가지 GT3 전용 장치를 더해 차별화했다. 가장 먼저 계기판 그래픽이다. 레이싱 유전자를 반영해 트랙 스크린을 추가한 것. 버튼을 누르면 타코미터 양쪽에 타이어 공기압, 오일 압력 및 온도, 연료 탱크 레벨과 냉각수 온도를 표시한다. 컬러 막대로 정보를 표시하는 비주얼 시프트 어시스턴트와 모터스포츠에서 파생한 시프트 라이트도 포함한다.

 변속 레버는 동그란 모양의 수동변속기 느낌을 내는 부츠타입으로 마련했다. 감성 마력을 높이며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 외에 센터페시아 중앙 토글 스위치는 GT3 특징에 맞춰 서스펜션 및 자세제어장치 조절 버튼으로 자리잡았다. 모니터 역시 섀시와 스포츠 배기, 주행 모드등을 바꿀 수 있는 전용 UI로 채웠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같은 최신 디지털 흐름도 꼼꼼히 챙겨 불편함이 없다.

 차의 특성상 수납 공간은 많지 않다. 도어 안쪽에는 반지갑 하나 들어갈 정도의 크기만 뚫려 있고 센터 터널에는 컵홀더 한 개가 전부다(동승석에는 에어벤트 끝에 있다) 콘솔 박스도 크기가 작아 활용도는 높지 않다. 차라리 글러브 박스와 무릎 쪽에 위치한 그물망 등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 낫겠다.

 GT3는 기존 911과 다르게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2열이 없다. 시승차는 롤케이지 바가 장착돼 있지 않아 촬영 장비를 넣는 여분의 공간으로 활용했다. 크고 깊은 짐을 수납하기 위해서는 앞쪽 트렁크를 이용하면 된다. 차의 크기를 감안하면 제법 좋은 공간이 나온다.

 ▲총평
 포르쉐가 생각하는 GT는 일반적인 개념과 다르다. 고속에서 빠르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형태를 벗어나 온전한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추며 극강의 즐거움을 전달한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포르쉐 기술력을 경험하고 운전자에게 믿음과 자신감을 심어준다. 

 그만큼 일반적인 라인업에 속하며 서브 역할을 자처하는 추가 트림이 아니다. 포르쉐 모터스포츠 정신을 뜻하며 현재와 미래를 계승해 나간다는 징표다. 라이벌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강한 매력을 동시에 품고 있다. 

 중심에는 GT3가 있다. 포르쉐 GT 시리즈의 상징이며 브랜드 철학과 방향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본인만의 감각과 완성도를 가지고 비슷한 체급의 슈퍼 스포츠카는 물론 기존 911과 완벽히 선을 긋는다. 운전자는 그저 끝 모를 감탄사와 인정의 박수만 보내게 된다. 완벽한 도약으로 운전 재미와 목적, 명확성을 저 멀리 앞서 나간다. 가격은 2억2,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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