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삼대장의 특별한 매력

입력 2022년03월27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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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로운 고속 크루징 능력 갖춰
 -성능과 효율 동시에 챙긴 하이브리드

 마세라티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다. 모터스포츠 정신을 바탕으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가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예술을 좋아하고 감성에 집중하며 멋을 드러낼 줄 아는 세련된 특징도 갖고 있다. 

 반대로 효율이나 실용성, 합리적 판단과는 다소 거리가 멀 것 같다는 막연한 편견도 갖는다. 그만큼 더욱 차가 갖고 있는 숨은 매력이 궁금해졌다. 편견을 잊을만한 강력한 무기가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됐다. 때마침 마세라티를 대표하는 세 차종과 함께 장거리 시승에 나섰고 왕복 500㎞에 이르는 주행을 거듭한 결과 기대 이상의 깜짝 실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스포츠 플래그십이란 이런 것 
 처음 키를 건네받은 차는 브랜드 기함인 콰트로포르테 SQ4다. 1963년부터 줄곧 마세라티를 대표하는 세단으로 활약했다. 고성능을 지향하며 편안함과 성능이 조화를 이루도록 개발된 게 핵심. 그만큼 긴 차체가 첫 인상을 사로잡는다. 세그먼트의 본분을 충실히 지킨 모습이며 휠베이스도 3m를 훌쩍 넘겨 단번에 큰 차라는 걸 알 수 있다.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답다. 커다란 그릴과 로고, 차분하게 내려앉은 보닛의 형태, 거대한 앞 범퍼 공기흡입구 등이 대표적이다. 옆은 펜더에 붙은 에어덕트와 레터링, C필러에 붙은 마세라티 엠블럼이 존재를 부각시킨다. 

 20인치 휠은 살이 촘촘해 차분한 이미지를 키운다. 반면 안쪽에 붙은 대구경 타공 브레이크 디스크와 빨간색 캘리퍼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며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뒤는 최신 패밀리-룩 테일램프를 적용해 신형다운 모습을 드러내며 각각 듀얼 배기파이프와 투톤 처리된 범퍼로 밋밋함을 피했다.

 실내는 흠 잡을 곳이 없다. 단정하면서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적절히 섞어 높은 만족을 준다. 바늘 계기판은 완성도가 상당해 어지간한 풀 디지털 그래픽보다 고급스럽다. 이와 함께 크기를 키운 센터페시아 모니터와 선명해진 그래픽은 사용자 경험을 높인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휴대폰 충전 패드, 열선 및 통풍 시트 등 필요한 편의 품목은 전부 기본이다.

 이 외에 가죽을 두른 범위가 꽤 넓어 고급감을 높인다. 시트는 물론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 아래쪽까지 깊게 둘렀고 단차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2열에서도 같은 감동이 밀려오는데 착좌감까지 더해져 제법 안락하다. B 필러에 장착된 송풍구와 전자동 햇빛 가리개, 전용 공조장치 버튼도 착실하게 준비해 불편함이 없다.

 시동 버튼을 누르니 매콤한 소리를 토해내며 등장을 알린다. SQ4의 경우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 토크 59.65kg∙m를 발휘한다. 최고 속도는 288㎞/h 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약 4.8초가 소요된다.

 차는 강한 성능을 쉽게 표현하지 않았다. 노멀 모드에서는 여느 플래그십 세단처럼 차분하고 여유있게 달릴 뿐이다. 넉넉한 배기량을 바탕으로 손 쉽게 고속 영역에 차를 올려놓고 풍부하게 차를 이끈다. 승차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탄탄하게 차체를 잡으면서도 부드럽고 안락하게 노면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실제 우수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콰트로포르테에는 스카이 훅 서스펜션 시스템이 기본으로 탑재된다. 주행 조건에 맞춰진 연속 모듈 레이션과 세밀한 보정 기능의 댐퍼를 포함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각 휠과 차체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가속 센서를 통해 도로 상태와 주행 방식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각 댐퍼의 설정을 조절한다. 잔 굴곡을 의연하게 통과하며 한 없이 부드러운 라이벌 플래그십과 선을 긋는다.

 능동형 드라이빙 어시스트도 적극 활용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시속 30~210㎞에서 활성화된다. 앞 차와의 거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사전 설정된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정체 시, 혹은 다른 차가 끼어들 경우 탄력 주행 또는 제동을 걸어 속도를 늦춘다. 스탑 앤 고 기능 덕분에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목표 속도로 조절이 가능하며 정지 시간이 2초 미만일 경우 자동으로 출발하게 된다.

 구현 과정이 깔끔하고 계기판 속 모니터를 통해 현재 주행 상황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차선 유지 어시스트, 능동형 사각지대 어시스트, 전방 충돌 경고 플러스,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어시스트,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안전한 주행을 도왔다.

 하이브리드의 재발견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굽이치는 국도로 들어가기 전 차를 갈아탔다. 이번에는 콤팩트한 크기로 주행 완성도에 초점을 맞춘 기블리 하이브리드다. 새 차는 헤리티지인 스포츠 DNA를 바탕으로 전기에너지 역할을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특히 6기통 엔진을 장착한 차와 다르게 이상적인 5:5 수준의 앞뒤 배분을 실현했다. 배기량을 줄여 앞쪽에 가해지는 부담을 낮췄고 배터리를 뒤에 장착한 것. 균형감이 좋아지니 이전보다 더욱 민첩하고 즐거움이 배가된 드라이빙도 기대해 볼만하다.

 참고로 동력계는 4기통 2.0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조합으로 최고 330마력, 최대 45.9kg∙m를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255㎞/h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약 5.7초가 소요된다. 기존 기블리 V6 가솔린 및 디젤과 비교해도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차의 인상은 연속 코너를 몇 개만 통과해봐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스로틀을 여는 순간부터 망설임 없이 출력이 뿜어져 나오고 전기의 힘은 엔진이 최고 RPM에 도달했을 때 추가적인 부스트를 제공하며 강한 추진력을 더했다. 전개 과정이 자연스럽고 힘은 언제나 충분하다. 작은 배기량과 하이브리드 단어만 보고 소극적인 움직임을 생각했다는 큰 착각이다.

 마세라티 특유의 사운드는 여전하다. 구간을 나눠 새로운 음색을 들려주는 게 일품이다. 여기에 6,000rpm이 넘어가면 천둥소리와 함께 주변을 압도한다. 클라이맥스로 다가가면 소리를 길게 끌다가 "뻥" 하고 터진다. 변속 과정에서 들리는 소리의 향연은 아름답고 중독성 강하다. 길고 두툼한 패들시프트에 손이 가는 이유다.

 균형 잡힌 모습은 운전자에게 믿음으로 다가온다. 앞머리를 강하게 넣을 수 있고 한결 빠르게 탈출할 수 있어서다. 낮은 시트포지션과 함께 적극적인 운전을 유도하고 불안한 상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즐거움과 함께 다음 코너를 어떻게 공략할까 생각만 가득하다. 계기판 한 켠에는 효율이 찍혀있는데 거칠게 다뤘음에도 복합 기준을 크게 뛰어넘는 숫자를 기록했다. 감속 시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회수한 결과다. 여러모로 똑 부러지는 이탈리아식 하이브리드다.

 진정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마지막으로 르반떼 하이브리드 운전석에 올랐다. 핵심은 보닛 안에 있다. 4기통 2.0ℓ 엔진과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최고 330마력, 최대 45.9kg∙m를 발휘한다. 수치상으로는 기블리와 같지만 사뭇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덩치 큰 SUV를 이끌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시동을 걸고 차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스로틀 반응은 물론 노멀과 스포츠를 번갈아가며 변속 시점도 꼼꼼히 확인했다. 결과는 만족이다. 아낌없이 쏟아내는 엔진의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ZF 8단 자동변속기의 합이 뛰어나다. 우수한 팀워크로 배기량의 한계를 넘어 시종일관 여유로운 성능과 속도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SUV 임에도 낮은 무게중심은 운전을 하는 내내 놀라웠다. 적당한 출력을 바탕으로 알차게 코너를 통과하며 깔끔한 주행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뜻이다. 어느 한쪽의 균형이 무너져 롤을 허용하거나 앞이 무거워 바깥으로 벗어나는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스로틀 조절만 잘하면 세그먼트의 크기와 무게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말끔한 실력을 드러낸다. 

 효율과 친환경성은 르반떼 하이브리드의 존재 이유다. 마세라티도 V6 엔진보다 연료를 아끼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속과 도심 상관없이 모두 인증 범위를 훌쩍 넘기며 좋은 효율을 보여줬다. 탄소 배출량은 WLTP 기준 가솔린보다 20%, 디젤보다 8% 낮아졌다. 일석이조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브랜드 지향점에 한 걸음 다가간 모습이다.

 예상을 뒤엎는 놀라운 결과
 마세라티를 대표하는 세 차종은 모두 공통된 분모를 가지고 서로 다른 매력을 풀어내 운전자에게 색다른 감동을 전달했다. 먼저 입문형 기블리부터 거대한 르반떼, 플래그십 콰트로포르테까지 스포츠 드라이빙의 목표는 동일하다. 주행 모드를 돌렸을 때 느껴지는 거친 사운드와 예민한 감각, 고속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균형감이 브랜드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각 차종별로 풍기는 여운은 진하게 남는다. 콰트로포르테는 플래그십 세단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전기 에너지의 장점을 적극 발휘해 완성도를 높인다. 르반떼 하이브리드는 효율 증가와 탄소배출 감소에 집중하며 브랜드의 희망도 엿볼 수 있다. 

 어떤 차로 시선을 돌려도 아름다운 디자인과 균형 잡힌 스타일은 기본이다. 여기에 개선된 디지털 요소와 섬세한 마감, 고급 소재까지 어우러져 프리미엄의 기준을 충족시킨다. 마세라티는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즐거움과 특별함을 전달한다. 바로 오랜시간 사람들이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이며 롱런의 비결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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