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대금 못 낸 에디슨, 계약 해지
-21년 10월 새 주인 선정된 지 5개월만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인수대금 2,700억원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예치 시한인 3월25일까지 잔여 인수대금 예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M&A를 위한 투자계약이 해제됐다고 밝혔다. 이로서 지난해 10월 새 주인으로 선정된 지 5개월 만에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와 결별하게 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의 관계는 작년 가을로 올라가게 된다. 10월 법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인수 속도는 탄력이 붙었다. 한달 뒤인 11월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와 M&A 양해각서를 채결하고 12월에는 인수대금을 약 3,048억원으로 합의하면서 구체적인 방향도 세웠다.
하지만 올 들어 에디슨모터스의 야심찬 계획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본이 될 수 있는 계약부터 연기되면서 불안감을 키운 것. 쌍용차 현 경영진과의 이견 탓이 컸다. 양 사 연구진의 미팅 취소가 발단이 됐는데 에디슨모터스는 전기차 출시 계획을 내세우며 쌍용차의 하체 구조 등 연구 데이터를 요청했지만 쌍용차는 핵심 기술을 아직 넘겨줄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기업 인수의 핵심인 원활한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생겼다. 재무 투자자인 키스톤PE가 컨소시엄에서 빠지면서 투자금 약 1,050억 원을 다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나왔다. 당시 키스톤PE는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동원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 거래에 확신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다행히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 중 하나인 강성부 펀드가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히고 급한 불은 꺼지는 듯 했지만 이번에는 안정적인 자금줄인 산업은행이 발목을 잡았다.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내비치면서 자금조달에 여전히 한계를 보인 것이다. 이 와중에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은 법원에 에디슨모터스 M&A 반대 탄원서 제출하면서 인수 무산에 불을 지폈다.
채권단은 2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쌍용차를 3,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회생채권은 물론 공익채권도 못 갚는 실정이라며 자금 능력을 의심했다. 이와 함께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자구적 노력을 통해 쌍용차 미래를 위한 개발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에 노조 역시 같은 이유로 M&A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동력이 약화됐다.
결국 약속된 기일에 잔여 인수대금 2,7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하자 쌍용차는 즉시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 파기 원인을 에디슨모터스 측이 제공함에 따라 에디슨은 계약금 약 304억 원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에디슨모터스는 계약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이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추가적으로 계약금 반환 소송 가능성도 있다.
한편, 쌍용차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회생계획을 법원에 제출하고 재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마땅한 인수 후보자가 나오지 않았던 상황을 감안할 때 최악의 경우 청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쌍용차 조사위원인 EY한영회계법인은 서울회생법원에 쌍용차의 청산 가치는 9,800억원, 존속 가치는 6,200억원으로 평가됐다고 보고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