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효율과 상품성의 정점, 기아 스포티지 HEV

입력 2022년04월11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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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엄급 상품성과 디자인 
 -파워트레인 효율성의 극대화

 기아를 대표하는 각 세그먼트 차종에서 SUV를 꼽으라면 스포티지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기아 SUV의 시작이 바로 스포티지였기 때문이다. 1세대가 출시된 지 약 30년인 데다 대표적인 도심형 SUV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그만큼 SUV 부문에선 기아의 헤리티지 역할을 담당한다는 의미다. 중대형 SUV를 찾는 사람이 많은 시절이지만 국내 도로 환경과 주거 여건에 어울리는 SUV를 꼽으르면 단연 스포티지가 주목받을 수 있다. 

 스포티지 중에서도 HEV는 요즘 상한가다. 디젤 외면 시대에 휘발유로 무게 중심이 쏠리는 마당에 고유가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보니 고효율과 상품성이 ‘스포티지’라는 차명을 새삼 인식시켜준다. 5세대로 거듭난 스포티지 HEV를 경험했다.  
 
 ▲디자인&상품성
 보통 차의 크기를 논할 때 대한민국에는 준중형이라는 단어를 쓴다. 하지만 5세대 스포티지는 크기 면에서 이미 중형이다.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660㎜, 1,865㎜, 1,680㎜에 달하는데 오래전 중형 SUV로 불렸던 SUV와 크기가 비슷하다. 그러니 "준중형"이라는 말은 과거를 상징하는 단어로 여겨도 무방할 듯하다. 

 전면부는 프로젝션 LED 램프를 양쪽 휀더 모서리까지 붙여 LED 방향지시등과 함께 세로형으로 디자인했다. 덕분에 폭이 더 넓고 볼륨감 있어 보인다. 주간주행등은 마치 수학연산자 부등호(>,<) 기호처럼 보이며 라디에이터를 넓어 보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적당한 무광 크롬과 블랙 유광의 서라운드 몰딩으로 라디에이터 그릴 상하부에 디테일을 더했으며, 하부의 LED 안개등과 주차거리 센서 부분은 작은 직사각형인으로 통일시켜 차분함을 만들었다.  
 

측면은 전면의 볼륨감을 그대로 살려냈다. 2개의 굵은 캐릭터라인이 더욱 역동적인 형상을 만들고 휠하우스는 우레탄 크레들로 마무리해 SUV의 특징을 드러냈다. 특히 1, 2열 도어스커트는 차체 아래까지 넓게 적용돼 더러워진 차체로 탑승객의 옷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한다. 전면부터 후방 하부까지 우레탄으로 마감 처리된 것은 도로를 달리다 발생할 수 있는 차체 손상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터치 타입 아웃사이드 도어 핸들은 1열만 적용됐다. 

 후면부는 벨트라인 높이의 양쪽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중앙으로 이어주는 디자인이다. 시승차에는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로 브레이크등과 방향지시등이 함께 적용된다. 거기에 리어 히든 와이퍼는 뒷유리창 상단의 스포일러 안으로 숨겨 외부 노출을 최대한 줄였다. 최근에는 차종에 따라 1열과 2열, 뒷유리에 컬러 유리가 적용되지 않는 차종들이 있다. 국내에서는 틴팅을 많이 하기에 일반 투명 유리로 원가를 줄이곤 하는데 이번 5세대 스포티지는 측면과 뒷면까지 컬러 유리를 적용해 틴팅을 하지 않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킨다.
 
 실내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되고 슈퍼비전 12.3인치 풀사이즈 컬러 TFT LCD를 사용했다. 다양한 정보를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 표시한다. 센터페시아와 도어트림을 이어주는 우드트림은 색상과 질감이 좋다. 클러스터 아래 핸들 멀티 펑션스위치 덮개 뒤편의 마감도 훌륭하다.  헤드램프는 오토하이빔 기능이 마련됐지만 헤드램프 높낮이는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
 
 터치방식의 인포테인먼트/ 공조 전환 조작계는 공조장치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컨트롤한다. 전환 아이콘을 누를 때마다 공조와 인포테인먼트가 번갈아 가며 설정되는데 오디오 음량 조절을 위해 버튼에 손이 갈 때 공조 아이콘이 눌러져 온도가 상승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센터 페시아 하단은 무선충전 패드와 12V, USB, C타입의 커넥터가 있다. 뒤쪽으로 시트 냉난방 스위치와 대용량 인출식 컵홀더는 탑승객의 편의성을 고려했다. 시승차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크루즈 컨트롤, 그리고 1,2열 세이프티 파워윈도우가 적용돼 터널 진출입시 모든 윈도우 개폐를 제어한다.
 
 
1열과 2열 도어트림은 텀블러나 저용량 페트병도 충분히 수납이 가능하다. 하지만 2열 도어의 수동식 선블라인드가 미적용된 것은 아쉽다. 트렁크는 잘 정리된 책상과 같다. 트렁크 바닥이 아주 깔끔하게 평탄화가 되어 있다. 우측에는 우퍼가 자리 잡고 좌측에는 파워 아웃렛과 LED등이 위치한다. 트렁크 공간도 차급에 비하면 충분하다. 스포티지에는 이처럼 다양한 편의 품목이 확대 적용되어 패밀리카 용도로 아주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성능 및 승차감
 운전석에 앉으니 시트의 착좌감이 좋다. 가죽 질감과 등받이에 적용된 스웨이드가 대중적인 대형차 못지않게 은은하고 고급스럽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키온하니 클러스터가 잠을 깬다. 하지만 조용하다. 한참을 키온 상태로 있으니 엔진이 가동된다. HEV에는  PTC(Positive Temperature coefficient) 보조히터가 적용됐는데 디젤이나 하이브리드에서 보조난방의 열원으로 사용된다. 

 지하주차장에서 출구까지 조용하게 움직인다. 출구 근처의 돌바닥 도로에서도 충격 흡수 실력은 우수하다. 서스펜션과 관련된 각 부싱들의 충격 흡수 설계는 충분히 실력을 발휘하고 각 차급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충격 흡수 능력을 제대로 적용한다. 스포티지의 첫 출발 움직임 느낌은 군살 없이 가벼우면서 편안하다.

 심장은 1.6ℓ 가솔린 터보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이다. 가솔린 엔진 최고 180마력, 최대 27.0㎏·m의 토크와 전기모터 최고 44.2㎾, 최대 264Nm의 토크를 내는데 일반 주행에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시내 주행에서는 전기모터가 보조해 연비에서 이득을 얻는다. 공인연비는 ℓ당 도심, 고속, 복합이 각각 16.6㎞ 15.8㎞ 16.3㎞지만 고속도로의 제한속도 실주행에서는 공인연비보다 높은 ℓ당 17.7㎞의 효율을 나타냈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정체 없는 고속도로에서 주행은 차체의 경쾌한 몸놀림에 편안한 주행이 가능한 서스펜션 세팅이다. 승차감에서는 좌우 롤링 모션이 대형 SUV보다 오히려 편안하다. 서울-부산을 오가는 왕복 820㎞ 주행에도 피로감이 적다. NVH에도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다. 고속주행에서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많이 개선됐다. 특히 1열에서의 체감 소음이 적었다. 1열 도어와 차체 B필러 및 웨더스트립의 형상에서 NVH 개선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스포티지는 기아의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이 들어가 있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고속도로의 안전구간, 제한속도 등의 정보를 파악해서 속도를 잘 제어했다. 거기에 터널 입구에서는 열려진 창문도 모두 닫았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하고 차로 유지보조를 지켜보는데 차로 중앙에서 약간 조수석 쪽으로 치우치는 느낌이다. 물론 느낌일 수 있지만 오른쪽 차와 가까워지는 불안감은 다소 들었다. 

 ▲총평
 5세대로 태어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조금씩 개선을 했다. 30년 세월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스포티지에게는 완성도의 숙성 시간이었다. 연구개발 인력들도 세대가 바뀌었고 숙성을 위한 도구들도 좋아졌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와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와도 국내외에서 나란히 경쟁한다. 시승차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그래비티 사양에 옵션이 추가되어 4,066만원이다.   

 시승=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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