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8대의 전설적인 스포츠카 공개
-브랜드의 시작부터 헤리티지 아이콘 공유
화려한 오프닝과 함께 무대가 열렸다. 포르쉐 유산으로 남겨진 클래식카들이 도열해 사람들을 맞이했고 모터스포츠를 주름잡았던 경주차와 브랜드 혁신을 이끈 슈퍼 스포츠카까지 테마별 부스를 통해 관람을 진행했다.
한 켠에는 차종별 역사와 브랜드가 걸어온 길을 타임테이블로 표시해 뒀고 모바일 도슨트 프로그램을 비롯해 미디어 아트, 레이싱 시뮬레이터 등도 마련했다. 마치 글로벌 모터쇼나 자동차 박물관에 온 것처럼 화려했고 풍부한 볼거리로 가득한 시간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을 대한민국 서울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포르쉐코리아가 마련한 이번 전시회 명칭은 "포르쉐 이코넨 서울"이다. 오는 22일까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며 역사 속에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포르쉐 아이콘 차종과 세대를 거듭해 온 브랜드의 "혁신" 및 "헤리티지"를 경험할 수 있는 뮤지엄 콘셉트 전시회다. 회사는 한국에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팬들에게 바치는 헌사, 감사의 표시라며 의미를 더했다.
포르쉐 이코넨 서울은 헤리티지, 모터스포츠, 이노베이션 세 개의 테마로 구성된 공간에 맞춰 총 18대의 스포츠카를 전시했다. 대부분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포르쉐 헤리티지 뮤지엄에서 직접 공수했으며 그만큼 평소 보기 힘든 특별한 차들로 가득했다. 먼저 둘러본 곳은 클래식카로 꾸민 헤리티지관이다.
제임스 딘의 차로 알려진 550 스파이더부터 모터스포츠 태동기를 알린 718 포뮬러2 등 7대의 전설적인 스포츠카가 늠름하게 서 있다. 그 중에서도 강렬한 레드 컬러의 356A 스피드스터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훔쳤다. 탁월한 퍼포먼스, 가벼운 공차중량, 경쟁력 있는 중량 대비 출력, 전후륜 독립식 서스펜션으로 당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차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느낌을 주는 디스플레이 길을 통과하니 모터스포츠관이 펼쳐졌다. 그리드에 정렬된 차들과 포디움, 체커기가 흥분을 더했다. 맨 앞에는 908/03 스파이더가 있었다. 뉘르부르크링 우승을 위해 탄생한 경주차로 독특한 오픈 콕핏 구조가 특징이다. 굴뚝처럼 솟은 사이드미러와 운전석 바로 뒤에 놓인 거대한 엔진, 공기 역학을 고려해 매끈하게 처리한 차체가 인상을 더한다.
뒤에는 스프린터 황제로 불리는 935 베이비가 있다. 터보 기술 적용을 통해 배기량을 1,425㏄로 낮췄고 경량화에도 집중했다. 이를 위해 언더바디는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대체됐고 전면부 및 플라스틱 바디 부분은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을 두르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너무나 가벼워 "베이비"라는 애칭이 붙었다. 가벼운 차체를 앞세워 당시 단거리 레이스를 두루 섭렵하는 기염을 토했다.
가장 좋은 자리에서는 917/20가 사람들을 맞이했다. 1971년 당시 포르쉐 엔지니어들은 프랑스 디자인 회사 SERA와 함께 917을 가지고 파격적인 시도를 하게 된다. 그 결과 양쪽에 큰 돌출부가 있고 풍성하고 매끄러운 바디 라인의 917 쇼트 테일이 완성됐다. 너비는 기존 917에 비해 24cm 늘어났다.
휠은 휠 아치 안쪽 깊이 숨어 있으며 노즈는 롱테일 쿠페처럼 낮고, 납작한 모양을 갖게 됐다. 여기에 과감한 핑크색 바디 컬러를 적용하고 푸줏간 스타일로 부위별 명칭을 차체에 디자인해 전무후무한 레이싱카를 탄생시켰다.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핑크피그"라는 애칭의 917/20은 1971년 르망에 출전해 돌풍을 불러 일으켰고 예선전에서 가장 빠른 레이싱카로 기록됐다.
이 외에 80년대 중반 수많은 획기적인 기술 솔루션을 실현해 다카르 랠리에도 출전한 959 파리-다카르, GT챔피언십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포디움 가장 위에 선 GT1 "98, 르망 24시에 복귀하면서 발표한 프로토타입 레이싱카 919 하이브리드 등이 볼거리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이노베이션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곳에는 미래 포르쉐의 역할과 방향을 엿볼 수 있다. 핵심은 2020년 "포르쉐 언씬 디자인 북"을 통해 처음 소개된 콘셉트카 919 스트리트다. 새 차는 919 하이브리드 레이싱카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일반 공도 주행이 가능한 차로 개발된 고성능 하이퍼카다.
카본 모노코크와 강력한 900마력 하이브리드 레이싱 드라이브 트레인이 탑재되며 수치와 휠 베이스 역시 레이싱카와 동일하다. 특히 외관 디자인에는 포르쉐 한국인 디자이너 정우성 씨가 영상을 통해 개발 과정 및 디자인을 소개해 흥미를 키웠다.
이와 함께 진보된 에어로다이내믹 적용으로 전세계 슈퍼카 역사에 기술적 이정표를 찍은 959와 르망에서 포뮬러1까지 축적한 모터스포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작된 슈퍼카 카레라 GT, 플러그인 기술을 탑재한 고성능 하이브리드카 918 스파이더까지 희귀 차들이 실내를 채웠다.
이번 전시는 포르쉐가 걸어온 과거와 현재, 앞으로의 희망까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특히 급변하는 흐름 속 새로움으로 가득한 시대에서 헤리티지가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게 한다. 여기에 끝 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자동차 산업 발전의 큰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무엇보다도 값진 차들을 국내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했다. 그만큼 자동차 마니아라면 안 갈 이유가 없다. 관람 비용은 성인 1만원, 청소년 5,000원이며 미취학 아동은 무료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