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휘발유 하이브리드 상한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이 시들하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존재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16일 한국수입차협회 연료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승용차의 비중은 17.8%였지만 올해는 14.5%로 줄었다. 게다가 흥미로운 것은 디젤의 수요가 가솔린으로 옮겨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솔린 비중은 지난해 1분기 53.8%에서 올해는 48.8%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줄어든 디젤과 가솔린의 빈 자리는 하이브리드(HEV)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승용차 가운데 HEV는 지난해 비중이 19.9%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25.9%까지 증가했다. 물론 배터리 전기차(BEV)도 1.1%에서 4.2%로 상승했지만 HEV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점유율마저 일부 집어삼키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돼 왔다. 수입 승용차에서 디젤이 정점을 찍었던 2017년은 47.2%의 점유율을 나타냈지만 이후 디젤 게이트 등과 환경부의 클린 디젤 포기 정책이 디젤 외면으로 연결돼 2020년에는 27.7%의 비중에 머물렀고 지난해는 14.1%로 주저 앉았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사이에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의 존재감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반면 HEV는 2017년 9.8% 비중이 2019년까지 별다른 변동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해 26.6%로 급격히 치솟았다. 또한 이런 현상은 올해 1분기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중이다.
HEV의 수요 폭증은 디젤 외면과 고유가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과거 디젤은 고효율로 선택했지만 정부의 구매 억제에 따라 소비자들이 외면한 반면 장점이었던 고효율은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경제적 본능(?)이 가솔린 HEV 구매로 연결됐다는 것. 물론 BEV가 있지만 보조금 규모에 따라 수요가 한정된 데다 아직 충전의 불편함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어 현실적인 고유가의 대안으로 고효율 HEV를 선택한다는 뜻이다.
HEV 선호 현상은 국산 승용차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1분기 하이브리드의 국내 판매는 1만2,94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6,716대로 줄었지만 이면에 담겨진 내용을 보면 HEV의 인기가 높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급 부족으로 HEV의 판매가 전년 대비 줄어들었을 뿐 출고해야 할 계약 물량은 상당히 많아 가장 오래 기다려야 하는 제품이 HEV”라고 설명했다.
기아 또한 HEV의 인기는 거세다. K8 HEV는 1분기 8,220대가 판매돼 지난해 대비 43.9% 증가했고 스포티지 HEV는 1만3,155대, 쏘렌토 HEV도 1~3월 1만5,277대에 이를 만큼 선전하고 있다. 특히 니로 HEV는 지금 계약해도 1년을 훨씬 넘게 기다려야 할 만큼 주문이 밀린 상황이다. 기아 관계자는 "최근 고유가로 HEV를 찾는 소비자가 상당히 많다"며 "공급이 제대로 됐다면 HEV의 비중이 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HEV 구매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의 불안정성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박재용 자동차평론가는 "기름 값이 널뛰거나 상향 곡선을 그릴수록 디젤 외면 현상이 더욱 강해지면서 HEV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며 "디젤 제품이 주력인 기업일수록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