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살림살이 돕는 SUV, 푸조 3008 가솔린

입력 2022년04월26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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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용적인 차체와 알뜰한 파워트레인
 -도심 속 일상 주행에서 만족도 높아

 디젤 장인 푸조가 가솔린 차를 선보였다. 바뀐 시대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1.2ℓ 퓨어테크 엔진이 주력이다. 동력계와 합을 맞출 차는 SUV 라인업으로 정했다. 패밀리 중형 세그먼트에 속하는 3008과 5008이 주인공이다. 푸조의 야심찬 변화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지 미리 경험해봤다. 

 핵심인 파워트레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닛 안에는 3기통 1.2ℓ 퓨어테크 가솔린 엔진이 들어 있다. 최고 131마력과 최대토크 23.5㎏.m의 성능을 발휘하며 효율은 복합 기준 약 12.0㎞/ℓ 수준을 보여준다. 여기에 EAT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엔진회전수가 낮은 영역에서부터 높은 토크를 발휘하는 게 인상적이다.

 회사는 지난 2015년부터 4년 연속 영국의 "엔진 테크놀로지 인터내셔널"이 수여하는 올해의 엔진상을 수상하는 등 이미 유럽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또 배기량을 낮추는 대신 새로운 고효율 터보차저를 장착해 크기와 무게는 줄이고, 저마찰 소재와 연소의 최적화를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연료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운전의 즐거움과 안전성은 높이는 등의 기술적 발전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시동을 켜면 켱쾌한 사운드와 함께 등장을 알린다. 이후 주행을 이어나가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떨림이다. 속도를 올리는 과정은 물론 일반 정차 시에도 눈에 보이는 떨림은 거의 찾을 수 없다. 그만큼 실내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도 없어 무척 안정적인 모습이다.

 진동의 경우 준수한 실력을 잘 보여줬는데 다만 속도를 올리면 상황은 살짝 달라진다. 3기통 특유의 진동이 실내로 스며들며 존재를 알린다.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운전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배기량 특징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 외에 엔진 사운드도 다소 특이하다. 속도를 급하게 올릴 때 일반적인 가솔린 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고주파 회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중저음의 묵직한 사운드가 퍼지는데 독특한 인상을 받는다. 

 가속은 무난하다. 차를 이끌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큰 착각이다. 도심 속 흐름에 맞춰 속도를 올리면 누구보다 경쾌하게 내달린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어느 상황에서도 깔끔한 가속을 맛볼 수 있다. 일반적인 조건에선 큰 불만이 없고 답답한 느낌도 받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즐거움이 조금 더 커진다. 빨간색으로 바뀌는 계기판과 출력, 토크 그래프를 바탕으로 보다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서는 싱글 터보가 활약을 펼친다. 토크 압력을 크게 올려 최대한 적극적인 가속을 도와준다. 차는 힘차게 전진하며 그 동안의 걱정을 날려버린다. 

 반면 고속 영역에서는 쉽게 한계를 드러낸다. 기본적인 엔진 크기에서 오는 물리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풀 스로틀로 갈수록 숫자가 올라가는 시간이 더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계기판 바늘이 올라가는 시간이 느려지고 엔진 사운드는 점점 커진다. 급히 속도를 올려야 하는 추월 가속이나 고속 영역에서는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해 보인다.

 8단 자동변속기는 효율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단수가 오르내리는 과정은 민첩하다. 정직하게 찾아 들어가고 엔진과 맞물려 힘을 더한다. 하지만 기어비가 길고 최대한 고단에서 맞물려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항속 기어 성격을 강조해 효율과 부드러운 가속을 유도한다. 때문에 다소 스포티한 감각은 떨어지지만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크게 단점으로 보이지 않는다. 

 예상 외의 장점도 속속 찾아볼 수 있다. 서스펜션은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탑승자 모두를 만족한다. 프랑스 돌길을 테스트트랙 삼아 달리며 오랜 시간 노하우를 쌓은 푸조의 흔적이 돋보인다. 거친 도로 위 굴곡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며 최적의 승차감을 낸다. 과속 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도 크게 몸을 흔들거나 탑승자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라이벌 SUV와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실력을 드러내며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낸다.

 안전 품목 개선은 주목할 부분이다. 신형으로 오면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은 자율주행 레벨2 수준으로 더욱 강화했다. 앞 차와 거리 유지는 물론 정차와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스톱앤고",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LKA),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ABSD), 어드밴스드 비상 제동 시스템(AEBS),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HBA) 등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갖췄다.

 모든 기능을 활성화 하고 고속 주행을 했을 때 편리함은 배가된다. 각 기능들의 구현은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웠다. 두려움 보다 믿음이 먼저 들었고 피로도가 크게 줄었다. 곡률이 심한 커브를 만났을 때 스티어링 휠이 빠르게 조향되는 부분 딱 하나만 아쉬웠다. 이를 제외하면 준수한 실력으로 장거리 주행에 큰 힘이 된다.

 외관은 강렬하고 세련된 푸조만의 미적 코드를 따랐다.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주간주행등은 멀리서도 푸조임을 알아볼 수 있는 시그니처 요소다. 여기에 차체와 램프의 연결성을 강조한 일체형 프레임리스 그릴을 채택했다. 각 부품과 경계가 없으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형태다.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새로운 푸조의 시그니처 주간주행등(DRL)도 적용했다. 풀 LED 헤드램프는 디자인이 한층 날렵해졌다. 안개등을 포함하며 범퍼 하단의 양 끝에는 유광 블랙으로 장식을 더해 스포티한 모습을 드러낸다.

 옆은 지붕선과 도어 아래쪽에는 두툼한 크롬도금을 둘러 고급함을 키웠다. 이 외에 큼직한 사이드미러와 보닛 라인을 따라서 새긴 펜더 장식, 단정한 모양의 18인치 휠은 그대로다. 뒤는 사자의 발톱 자국을 형상화 한 3D LED 리어램프가 입체적으로 변했다. 스모키 글라스로 마감해 고급감을 높였고 LED 시퀀셜 방향지시등도 적용했다.

 실내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콤팩트한 사이즈의 더블 플랫 스티어링 휠, 12.3인치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 8인치 터치스크린,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은 토글 스위치 등 예전과 다를 게 없는 구성이다. 

 그래도 푸조의 아이-콕핏 실내는 여전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맛을 자랑한다. 언제 봐도 신선함으로 가득하며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면 다양한 화면에 불이 켜지면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피아노 건반 모양의 토글 버튼과 손에 쥐는 맛이 좋은 전자식 변속기 등 각 부품들의 스타일도 훌륭하다.

 2열은 무난하다. 무릎이나 머리 위 등 전체적인 공간에 있어서도 부족하지 않다. 전용 송풍구와 12V 파워아울렛과 USB 포트 등 탑승자 편의를 위한 다양한 기능도 마련했다. 트렁크는 네모 반듯해 활용도가 좋다. 또 2열을 접으면 풀플렛 가까운 평탄화가 나와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가솔린 버전의 푸조 3008은 알뜰한 성격으로 실 생활에 도움을 주는 SUV다. 1.2ℓ 퓨어테크 엔진은 4기통 대비 고효율과 경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디젤 엔진과 비교해 낮은 소음과 진동, 저렴한 유지보수비용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활발한 싱글 터보와 정직한 변속기가 엔진을 돕고 차를 부족함 없이 이끈다. 푸조의 가능성과 가치를 재발견하며 기대감을 높이는 순간이다.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을 디자인과 언제 봐도 손색없는 스타일은 덩치 큰 SUV보다 세련된 쿠페를 보는 것 같다. 여기에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보강한 편의 품목, 다양한 안전 기능이 더한 상품성도 여전하다. 실용성 가득한 유럽산 중형 가솔린 SUV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한번쯤 눈 여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격은 알뤼르 4,350만원, GT 4,620만원, GT 팩 4,92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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