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모범생의 변신, 폭스바겐 골프

입력 2022년04월27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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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효율·실용성·주행성능 강조하는 정체성 여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감성품질 향상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러, 유럽 C-세그먼트를 대표하는 차, 해치백의 교과서 등 수십 년간 폭스바겐 골프를 가리키는 말은 항상 비슷하고 여전하다. 그만큼 독일 국민차 의미를 담은 브랜드 가치를 고스란히 품고 있기도 한다. 어느덧 8세대로 돌아온 골프도 기대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장 화려한 골프
 3년 전, 상하이모터쇼에서 만난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클라우스 비숍이 생각난다. 그는 폭스바겐의 디자인을 두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타임리스(Timeless)"라고 정의했다. 골프 역시 오랫동안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잃지 않는 배경이다. 2박스 차체에 담아낸 간결한 디자인은 몇 세대를 지나도 질리지 않고 정갈한 분위기를 풍긴다.
 


 신형 골프는 외모에 기교를 부리긴 했다. 전면부는 가장 날렵하게 생긴 골프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노즈가 뾰족하고 넓다. 폭스바겐의 iQ.라이트 시스템을 채택한 헤드램프는 LED가 발달하면서 그 어느 세대보다 얇게 설계됐다. 하지만 내부 구성이나 제 성능은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 밝은 존재감을 과시할 뿐이다. 그릴, 범퍼 흡기구 등은 수평형으로 처리해 차폭을 더 강조한다. 보닛은 4개의 주름을 통해 적당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측면은 예리한 선 처리와 단순한 면 처리가 폭스바겐 디자인의 미학을 강조한다. 헤드램프의 LED 주간주행등은 펜더의 장식과 약속이라도 한 듯 휠 하우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본다. 거주 공간을 키우기 위한 캡 포워드 스타일은 A필러에 쪽창을 더하게 했다. 덕분에 더 날렵한 실루엣이 만들어졌다. 살짝 꺾인 두터운 C필러 디자인은 골프의 전통이 된 지 오래다. 



 후면부는 테일램프에 LED를 적극 활용했고 모서리를 다듬어 멋을 냈다. 트렁크 패널 가운데엔 원형의 폭스바겐 엠블럼을 크게 붙였다. 이 엠블럼은 해치 도어핸들 역할도 한다. 후방 카메라도 이 안에 있다. 덕분에 후면부는 깔끔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엠블럼 아래엔 골프의 이름을 반듯하게 붙였다. 범퍼 하단은 배기구를 숨긴 대신 크롬 가니시를 둘러 허전함을 달랬다. 차체 크기는 길이 4,285㎜, 너비 1,790㎜, 높이 1,455㎜로 7세대와 별 차이가 없다.






 실내는 간결함 속에 파격을 담았다. 특히 가로로 길게 뻗은 대시보드는 입체적이고 미래적이다. 운전자 주목도가 높은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 "디지털 콕핏 프로"는 절제된 그래픽으로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함께 다양한 주행 정보를 보여준다. 계기판 왼쪽엔 조명 제어 패널을 배치했다. 일반적인 다이얼이 아닌 터치 방식을 채택해 신선하다. 센터페시아엔 10인치 크기의 MIB3 디스커버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마련했다. 내비게이션을 지원하진 않지만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쓸 수 있어 아쉬움은 없다.


 기어 레버 주변은 정리 정돈이 잘 된 연필 꽂이 같다. 엔진 시동 버튼과 주차(P) 버튼, 기어 레버, 주차 브레이크 레버, 오토홀드 버튼을 한 줄로 묶어 기능적이면서도 깔끔하다. 시트는 스웨이드와 패브릭을 조합해 감각적인 착좌감을 제공한다. 몸을 지지해주는 능력도 무난하다.





 뒷좌석 공간은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무난하다. 두 개의 USB 충전 포트와 송풍구, 팔걸이 겸용 컵홀더를 탑승자에게 제공한다. 30가지 색상을 구현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뒷문 트림까지 이어진다. 적재공간은 381ℓ로 소형 SUV 수준이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237ℓ까지 늘어난다.

 ▲여전한 핸들링 실력, 친근한 승차감 
 국내에 먼저 발을 디딘 골프는 최고 150마력, 최대 36.7㎏·m의 2.0ℓ 디젤 엔진(TDI)을 탑재했다. 배기 시스템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를 2개 장착한 트윈 도징 시스템을 채택해 질소산화물 배출을 더 줄인다. 그럼에도 군더더기 없는 동력성능을 보인다.


 엔진과 맞물린 7단 DSG 변속기는 깔끔한 직결감이 인상적이다. 탄력 주행을 굉장히 강조한 모습이다. 생각보다 속도가 떨어지지 않아 높은 연료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골프가 인증 받은 복합 연료 효율은 ℓ당 17.8㎞지만 고속도로에선 21.3㎞/ℓ 이상을 보이기도 한다. 디젤 엔진의 소음·진동은 적절히 차단하는데 가솔린 엔진에 버금가는 정숙성이다. 폭스바겐이 주력 차종에 디젤을 유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골프의 정체성 중 하나인 준수한 핸들링 실력은 신형에서도 접할 수 있다. 새 골프는 7세대 골프에 쓴 MQB를 개선한 MQB 에보를 적용했다. 이전보다 경량화에 초점을 둬 균형 잡힌 주행이 가능하다. 하체는 이전보다 한결 부드럽다. 탄탄한 설정은 여전하지만 노면의 형태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승차감에 더 가까워졌다. 조향 감각은 직관적이면서도 편하다. 주행모드에 따라 무게감이 달라지지만 무난하게 바뀐 하체 만큼이나 피로감이 적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바짝 긴장태세에 돌입한다. 가용 출력은 한정적이지만 단단하게 조인 하체는 와인딩 길에서 자신감을 키워준다. 물론 편한 주행을 위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IQ.드라이브도 준비돼 있다. 


 ▲SUV·전기차 홍수 속에서도 여전한 가치 
 최근 수년 간 신차 시장을 돌이켜보면 SUV나 전기차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수요가 적었던 경쾌한 차종은 더 외면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평소 편하고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차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대안이 보기 드물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새 골프는 이런 요구를 다 들어줄 만한 가치와 감각적인 매력을 품고 오랜만에 나타났다. 골프가 반가운 이유다. 

 가격은 2.0 TDI 프리미엄 3,625만원, 프레스티지 3,782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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