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8의 색다른 매력 전달
-강하면서 날렵한 움직임
마세라티 트로페오 컬렉션은 브랜드 제품 중 최상위 라인업에 속한다. 카본 피니시의 디테일로 마감된 외관을 비롯해 강력한 트윈 터보 V8 엔진이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런치 컨트롤이 탑재된 뉴 코르사 드라이빙 모드와 최상급 패키지의 성능 및 후륜구동 드라이빙의 재미, 그리고 전체에 적용되는 새로운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흥미를 더한다.
트로페오는 르반떼가 가장 먼저 출시된 데 이어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까지 추가되면서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마세라티는 새 컬렉션을 통해 고성능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라이벌과의 정면 승부에서 살아남을 강력한 무기를 알아보기 위해 르반떼 트로페오와 장거리 시승에 나섰다.
시동을 켜면 거친 숨소리로 등장을 알린다. V8 3.8ℓ 트윈터보 엔진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노멀에서는 차분한 반응으로 불편을 덜었다. 소리도 크지 않고 스로틀 반응이나 변속 과정도 한 층 여유롭다. 강력한 동력계를 가졌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 없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도심 속 도로 흐름에 맞춰서 편안하게 주행이 가능하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돌리면 차의 본성이 깨어난다. 최고 580마력, 최대 74.85㎏·m의 동력성능은 수치만으로도 놀랍지만 온몸이 쭈뼛할 정도의 가속력을 보인다. 0→100㎞/h 시간은 4.1초, 최고속도는 시속 300㎞를 훌쩍 뛰어넘는다. 몸소 체험한 가속력은 최대토크가 바로 터져 나오는 전기차에 맞먹는 수준이다.
V8은 마세라티 파워트레인과 페라리의 합작을 통해 만들어졌다. 새로운 트로페오 버전의 V8 엔진 개발을 위해 마세라티 개발진은 엔진 구성 부품부터 피스톤 및 커넥팅 로드와 같은 내부 구성품에 대해 전부 새롭게 설계했다. 참고로 ℓ당 힘은 154마력에 이른다. 세부적인 휠 디자인이 적용된 두 개의 새로운 병렬식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는 높아진 유동성을 제공하며 싱글 인터쿨러를 통해 각 터보차저에 외부의 공기를 주입한다.
실력은 코르사 모드로 돌렸을 때 정확히 알 수 있다. 운전 재미가 한층 배가되며 후륜 구동의 즐거움을 오롯이 드라이버에게 제공한다. 더 빠르게 기어 변속과 노면을 감싸는 듯한 댐퍼 셋업을 직감한다.
극대화 된 스포츠 드라이빙에 최적화 된 코르사 모드는 운전자 컨트롤을 통한 즐거움을 보장하기 위해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과 ESP 시스템까지 자동으로 개입되는 것을 제한한다.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차는 맹렬히 내달린다. 너무 똑똑해서 밋밋하고 심심한 독일 차들과 성격을 완벽히 나눈다. 차와 교감하는 느낌으로 거친 말을 조련하다 보면 저절로 운전 실력도 쌓을 것 같다. 그만큼 르반떼 트로페오는 차의 성격을 다양하게 바꾸며 운전자에게 극강의 흥분과 즐거움을 안겨다준다.
화끈한 가속에 힘을 더하는 건 소리다. 거친 엔진 사운드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절정에 도달했을 때 터지는 배기음은 이성의 끈을 놓을 수 있을 듯하다. 마세라티 특유의 사운드는 라이벌에서 절대 흉내 낼 수 없다.
걸걸하면서도 묵직한 사운드는 가변 배기 플립이 열리면서 더 커지고 실내에 가득 울려 퍼진다. 터널이나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스로틀을 살짝만 열어도 거칠 포효를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일반적인 공명음도 환상적인 연주처럼 들릴 정도다.
르반떼 트로페오는 단순 가속에만 전념하는 고성능 SUV가 아니다. 주행 완성도에 집중하며 모터스포츠 정신을 이어간다. 대표적으로 서스펜션이다. 먼저 앞 더블 위시본 타입은 경주용 차량에서부터 계승되어온 전통이다.
이를 통해 정확하고 빠르게 반응하고 응답하는 편안한 스티어링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다. 뒤는 네 개의 알루미늄 서스펜션 암의 5-바 멀티링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탁월한 승차감과 스포츠 퍼포먼스를 동시에 달성했다.
에어서스는 오프로드와 노멀, 스포츠, 코르사 등 차의 상황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하며 최적의 주행 안정성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우수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스카이 훅 시스템도 기본 탑재돼 있다.
트로페오의 극단적인 주행 조건에 맞춰진 연속 모듈 레이션과 세밀한 보정 기능의 댐퍼를 포함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해당 시스템은 각 휠과 차체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가속 센서를 통해 도로 상태와 주행 방식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각 댐퍼의 설정을 조절한다.
기본적으로 스카이훅 시스템은 종방향과 횡방향의 부하 전달을 줄이고 바디롤을 최소화하여 스포티한 면모를 최대로 구현한다. 스카이훅 댐퍼를 제어하는 컴퓨터 시스템은 속도, 종방향과 횡 방향의 가속, 개별 휠의 회전, 차체의 움직임, 댐퍼 역학 등 다양한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운전자가 선택한 서스펜션 모드를 구현하기 위해 시스템은 거의 동시에 각 휠에 완벽한 댐핑 모드를 작동시킨다.
결과는 훌륭하다. 차의 움직임이 정교하고 민첩하며 거대한 SUV라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만큼 코너를 들어가고 탈출하는 과정이 깔끔하며 짜릿하다. 기본 모드는 편안함을 우선으로 두며 운전자가 서스펜션 버튼을 누르면 스포티함이 강화된다. 극한 테스트 시나리오와 레이스 트랙에서 개발한 댐핑의 실력을 몸소 느끼는 순간이다.
반면 핸들링은 살짝 아쉽다.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등 폭 넓은 부분에서 엄청난 실력을 보여준 것과 비교하면 스티어링 휠 피드백은 평범하다. 둔하거나 반박자 느리게 반응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재빨리 방향을 틀고 질주하는 것도 아니다. 적당하게 몸을 틀며 차를 안정적인 방향으로 도와 줄 뿐이다. 적어도 스포츠 모드 위부터는 독일산 고성능 SUV 수준으로 탄탄하게 조여 거친 맛을 살렸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겉모습은 언제 봐도 멋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답고 세련미가 가득하다. 독특한 비례감 덕분에 멀리서 보면 쿠페형 SUV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스포츠카처럼 매끈한 실루엣이 앞으로 길게 뻗어 역동적인 인상을 더한다. 거대하면서도 수직으로 내려오는 액티브 셔터 그릴과 얇은 헤드램프, 큼직한 공기흡입구가 아름답다.
뒤는 부메랑 모양의 LED 램프 디자인을 적용했다. 향후 패밀리-룩을 이룰 전망이다. 가장자리는 블랙, 중앙에는 레드, 하단 섹션은 투명하게 구성되며 세 가지 색상의 렌즈로 유닛이 구성됐다. 이 외에 듀얼 배기구와 필기체 레터링 등은 브랜드 정체성을 높이는 중요 요소다.
트로페오만의 특징도 찾아볼 수 있다. 프론트 스플리터와 사이드 스커트, 디퓨저 주변을 전부 탄소섬유로 둘렀다. 여기에 살이 얇은 20인치 휠과 큼직한 스포츠 브레이크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 한 눈에 봐도 잘 달릴 것처럼 생겼다. C-필러에 붙은 마세라티 로고를 비롯해 팬더 장식 곳곳에는 빨간색 띠를 둘러 기존 르반떼와 차별화했다.
실내는 검은색과 빨간색, 흔히 "검빨"로 부르는 조합이다. 플라스틱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고 전부 질 좋은 가죽과 탄소섬유 패널, 스웨이드로 감쌌다. 호화롭고 화려하며 고급차의 정체성을 키운다. 안드로이드 오토 기반의 MIA 시스템과 해상도를 높인 8.4인치 중앙 스크린, 7인치 TFT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계기판 조합은 좋다.
새 UI 기반으로 반응 속도나 메뉴 구성 등에 큰 불만이 없고 무선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해 다루기 한결 편하다. 공조기, 주행 세팅, 라디오 등 대부분의 기능은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조작된다. 디지털 요소를 적극 반영한 흔적이 드러난다.
센터 콘솔에는 직관적인 기어 시프트 레버와 드라이빙 모드 버튼이 정리돼 있다. 다만 크기가 다소 작고 오디오 볼륨 및 조그셔틀이 회전식으로 붙어 있어 세심한 조작이 필요하다. 이 외에 콘솔에는 두 개의 컵 홀더, 12V 파워 소켓, SD 카드 리더 연결 장치, 휴대전화 거치 공간, USB 소켓 등 다양한 포트가 포함돼 있다.
2열은 기대만큼 넉넉한 공간이 나온다. 세그먼트의 장점을 살려 무릎과 머리 윗 공간 전부 여유롭다. 가죽은 다소 단단하지만 몸을 잡아주는 능력 만큼은 수준급이다 전용 공조장치와 송풍구, 햇빛가리개, 파노라마 썬루프, 2단 열선 시트 등 소비자가 원하는 편의기능은 빠짐없이 챙겼다. 참고로 뒷좌석은 6대4 비율로 접을 수 있으며 적재공간은 기본 580ℓ다.
르반떼 트로페오는 고성능 SUV 시장에 색다른 선택지를 제공한다. 강력한 V8 엔진은 언제든 거침없는 실력과 강한 힘을 드러내며 화끈하게 달린다. 이와 함께 때로는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운전자 역량에 따라 차를 마음대로 길들일 수도 있다.
마세라티 특유의 감성 포인트는 빠짐없이 챙겼고 성격을 180도 바꾸는 주행모드는 섬세한 감각까지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세그먼트의 본분과 브랜드 정체성 사이를 잘 조율한 대담한 SUV다. 가격은 2억3,900만원부터 시작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