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노병의 고군분투, 2023 모하비 더 마스터

입력 2022년05월15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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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르익은 기본기, 아쉬운 상품성
 - "끝물 모델"의 높은 완성도

 자동차를 논할 때 "끝물 모델"이란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이는 단종 전 업데이트 모델을 지칭한다. 기아의 2023 모하비 더 마스터(이하 모하비) 또한 끝물 모델 중 하나인데 대형 SUV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홀로 고군 분투하고 있다.

 국내 대형 SUV 시장은 현대 팰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혼다 파일럿, 포드 익스플로러 등이 포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쉐보레 타호 등 초대형 SUV까지 가세하여 격전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모하비는 올해 4월까지 누적 3,705대의 실적을 보였다. 이는 팰리세이드의 1만7,164대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수입 대형 SUV보다는 많다. 결국 비슷한 가격대에서 모하비를 원하는 소비층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치열한 전쟁 속의 노병, 모하비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디자인은 1세대(2008년)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사용했다. 다만 전면부와 후면부, 측면부 곳곳에 변화를 준 디자인이 2020년 모하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23년형부터는 변경된 기아의 신규 CI 엠블럼이 라디에이터 그릴, 휠캡, 스티어링 혼 커버에 부착된다. 

 전면부는 무광 크롬색상을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이어지는 테두리로 사용하고, 안개등 옆과 범퍼 하단부 가니시는 강한 포인트로 마무리해 강인함과 심플함을 강조했다. LED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 안개등은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경쟁 차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측면부는 도어핸들 중간과 도어스커트 하단부에만 무광 크롬 몰딩을 적용해 전면부의 심플함을 그대로 이었다. 전면과 1열, 2열 글라스는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에 1열은 발수 코팅까지 된다. 도어핸들은 1열만 버튼타입인데 요즘 흐름을 감안할 때 터치타입 도어핸들이 적용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타이어는 20인치 스퍼터링 휠에 265/50 R20의 한국타이어의 다이나프로 HP2가 장착됐고 천장의 루프레일은 초, 중기형에 비해 두께가 다소 얇아져 루프 가로바 설치에 편의성이 좋다. 


 후면부는 LED 리어 콤비네이션램프를 사용했고 스포일러가 장착돼 단조로웠던 후미 형상에 공력저항 장점이 더해졌다. 이와 함께 테일게이트 하단의 사륜구동 엠블럼은 심플하게 "4X"만 부착됐고 뒷범퍼 하단의 듀얼 트윈팁 데코 가니시는 다소 억지스러운 연출이라 개선이 필요할 듯 하다.  
 
 실내는 12.3인치 LCD 슈퍼비전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대시보드 클러스터 디자인이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아니지만 운전자 시인성 측면에선 이전 계기판처럼 안쪽으로 들어간 디자인 방식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시스템의 조작 패널은 명확하게 분리돼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은 디자인 차별화를 위해 내외측을 구분하는 파팅라인이 고급감을 더하고 내장 컬러로 테라코타 브라운과 토프 그레이로 추가돼 감성을 살려냈다. 
 

 1열의 운전석은 8방향 전동조절식, 2방향 전동요추지지대가 적용되고 조수석은 단순 4방향 전동 조절식이다. 기어노브 전면에는 12V 파워아웃렛과 usb 포트, 무선충전 패드가 있고, 후면에는 드라이브/터레인 모드 조절 레버와 오토홀드 외 기타 기능을 위한 버튼이 위치한다. 센터에 컵홀더와 도어 포켓도 사용하기 무난한 사이즈다. 스티어링 휠 좌측 송풍구 아래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버튼을 모아 한층 간결하다.
   
 2열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만 구비했다. 시승차에는 열선시트와 2열 센터 송풍구, 1개의 220V 파워아웃렛, 2개의 usb 포트가 있다. 센터 팔걸이에는 컵홀더가 내장되고 2열 시트는 전후 조절과 리클라이닝 기능이 제공된다. 등받이 각도도 제법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있는 각도다. 하지만 2열 수동식 선블라인드가 없는 것은 아쉽다. 트렁크 공간은 5인승 모델이라 넓고 군더더기가 없는 편이다. 트렁크 매트 아래로는 2곳의 사물함이 준비되어 있다.
 
 ▲성능
 모하비의 파워트레인은 디젤엔진 한 종류다. 초창기에는 가솔린도 나왔지만 지금은 오롯이 디젤만 판매된다. V6 3.0ℓ 기아 S2 엔진이다. 최고 257마력, 최대 57.1㎏·m의 토크를 발휘하며 변속기는 후륜기반 8단 자동변속기다. 구동방식은 풀타임 4WD로 환경문제와 치솟는 기름 값에 디젤엔진 선택이 부담일 수 있지만 충분한 토크와 V6 엔진의 부드러움은 기술적인 장점이다. 
 

 잠자는 S2 엔진을 깨웠다. 도로에 올라서며 가장 처음으로 느낀 것은 부드러운 주행감이다. 샤시 프레임 마운트의 강성이 증대되면서 주행 느낌도 고급지게 변했다. 모하비의 연륜에서 오는 변화의 결과다. 불규칙한 노면과 굴곡에도 각종 부싱과 마운트는 맡은 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이 상당히 절제되는 모습이다. 


 NVH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오래전 개발된 차체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소소하게 부분적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윈드실드와 1/2열에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를 사용했고, B필러 부분의 차체와 도어에도 NVH 개선을 위해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이러한 부분들은 시간이 흐르며 부족한 점이 보완되고 개선되면서 완성도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달리면서 떠오른 느낌은 초기 모델과의 비교다. 초기에는 피칭(pitching) 움직임이 큰 편이었는데 지금은 피칭(pitching)이 절제돼 컴포트한 주행감을 선사한다. 시내 도로에서는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된 수입 SUV보다 오히려 차체 롤링(rolling) 모션의 제어가 좋다. 


  연비는 무게와 구동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좋은 편은 아니다. 정지에서 출발 시 네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고 어느 정도 속도가 증가하면 후륜으로 배분을 많이 한다. 그에 따라 저속 출발에서는 항상 네바퀴에 같은 비율의 구동력이 배분돼 온로드 시내 주행에서는 연료 소모가 많다. 시내 주행 시 선행 차 후미에 가깝게 다가가니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이 활성화돼 자동 브레이크가 작동했다. 운전자로 하여금 불안하거나 이질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모하비의 온로드 주행감은 편안함을 추구한 방향으로 설계되었고, 정통 오프로드 SUV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이는 서스펜션 설계와 차체설계를 통해 현재 사용되는 프레임바디로 최적의 컴포트한 주행감을 구현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총평
  모바히는 분명 무르익었다. 2008년 신병으로 시작해 14년이 지난 지금은 노병이 됐다. 언제 은퇴할지 모르지만 타보면 백전노장이 전장에서 겪은 수많은 경험이 제품에 녹아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비록 부족한 상품성이 곳곳에 있지만 그 부분들은 탄탄해진 기본기가 상쇄시킬 수 있다. 


 모하비가 던지는 가성비는 파워트레인의 안정적인 기본기와 현가장치 및 차체 설계의 개선에서 오는 편안함에서 찾을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대형 SUV 시장에 한국 노병은 지금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승한 2023 모하비 더 마스터 마스터즈 트림의 가격은 5,820만원이다.  

 시승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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