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문 연 르노그룹 차량시험센터
-르노코리아 및 글로벌 연구 시험 진행
최근 르노코리아자동차의 공격적인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명을 바꾸고 안정적인 내수와 탄탄한 수출을 바탕으로 도약을 준비 중인 것. 이 같은 의지는 르노 글로벌 내에서도 신뢰를 쌓고 있다. 길리홀딩그룹과 협력을 통한 내수 및 수출용 친환경 신차 개발 계획을 주도하는 등 미래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이를 증명한다.
르노코리아를 향한 글로벌의 애정은 대구에 위치한 시험센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2018년 아시아 최초로 대구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이하 KIAPI)에 문을 연 르노그룹 시험센터는 다양한 신차 개발 및 테스트를 직접 진행하는 곳이다. 글로벌 기준뿐 아니라 국내 지형과 소비자가 원하는 세팅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등 시장별 최적화된 차를 선보이는 산실이다.
실제 어떤 과정으로 차를 테스트하는지 알기 위해 지난 17일 직접 시험센터를 방문했다. 이후 반나절 동안 테스트에 함께 참여하며 보다 완벽한 차를 만들기 위한 르노코리아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르노그룹 차량시험센터는 각종 실차 내구신뢰성 시험용 특수 도로, 염수로, 먼지터널 및 벤치시험용 기준노면 도로 등 다양한 글로벌 규격의 테스트를 위한 설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기존 내연기관 신차는 물론 전기차, ADAS, 자율주행 등 미래 이동성과 관련한 첨단기술 시험 및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이날은 시간과 전문성을 고려해 비포장 시험로 및 범용로, 고속주회로, 경사로 등 크게 4가지 시험장을 체험했다.
차는 국내 최초 LPG SUV인 QM6 LPe가 마련됐다. 힘이 부족하고 겨울 시동성, 그리고 트렁크 공간이 작다는 고정관념을 해소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간판 스타다. 여기에는 3세대 LPLi 엔진이 한몫 했다. 액상분사 방식으로 겨울철 시동성을 크게 개선했고 효율을 높였다. 동시에 가솔린과 비슷한 최고 140마력, 최대 19.7㎏·m의 토크를 발휘해 효율과 출력의 균형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번째 경사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각기 다른 세 개의 등판각이 위치해 있었고 상황에 따라 인공 빗물도 뿌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 높은 등판을 마주했을 때 부족함 없는 차의 견인력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옆에는 커다란 반원 형태의 비포장 시험로가 있다.
자갈과 바위, 고저차를 경험할 수 있는 오프로드로 자연 속에서 마주하는 거대한 험로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일상적인 상황에서 마주할 수 있는 지금의 테스트 환경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이와 함께 범피와 둔덕 등 차의 기울기 및 사륜구동 접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곳도 마련돼 있어 시험 장소로는 최적의 험로 세팅으로 보였다. 각 구간에서 차는 여유롭게 움직이며 편안함을 더했다. 네 바퀴의 민첩한 구동력을 바탕으로 손 쉽게 험로를 탈출하고 몇 가지 편의 기능이 더해져 부담 없는 등판과 오프로드 실력을 드러냈다.
이어 고속 주회로를 달렸다. KIAPI 외곽을 따라 한계 영역으로 차를 올려 놓고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 파워트레인 변화를 직접 체험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회전 질감이다. LPG 연료 특유의 정숙성과 CVT 변속기의 부드러운 반응이 맞물려 중고속으로 갈수록 매끈하고 깔끔한 가속을 제공한다. 힘이 부족하거나 버겁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여유 넘치는 고속 주행에서 단단한 믿음을 안겨줬다.
직선로에서는 고속 차선변경도 시도했다. 스티어링 휠의 각도를 급격하게 돌리는 순간에도 차는 끈끈하게 도로를 움켜쥐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여러 번 차선을 바꿔가며 테스트를 진행해도 페이드는 일정했고 한결 같은 자세로 묵직하게 도로 위를 내달렸다. 높은 시트포지션만 제외하면 중형 SUV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자세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안쪽 범용로에 들어왔다. 이 곳에서는 저속 및 중속에서 차의 기본기를 체험할 수 있는 코스가 마련됐다. 슬라럼과 급제동, 급차선 변경 등을 통해 위급 상황 시 차의 균형감을 확인했다. 실제 연구원 들은 범용로 내 다양한 조건을 만들어 수 차례 테스트하며 최적의 세팅값을 만든다. 직접 주행하며 거리와 노면 환경, 시선처리 등 차의 역할을 넘어 운전자의 자세까지도 다잡는 계기가 됐다.
마지막은 원선회 구간으로 상당한 크기의 장소가 시선을 압도한다. 짧은 반경의 움직임은 물론 고속 회전까지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테스트 트랙이다. 일부러 물을 뿌려 미끄러운 상황을 만들고 극한 조건에서 차의 언더스티어와 이를 제어하는 기술, 전체적인 거동까지 한번에 확인했다.
연구원 지시에 따라 속도를 오르내리고 스티어링 휠 각도를 다르게 해보며 QM6만의 안정적인 회전성을 직접 경험했다. 계기판 슬립 경고등은 계속 깜빡이지만 각종 전자제어 시스템이 각 바퀴를 단단히 잡아 최적의 접지를 확보했다. 그 결과 우려하는 상황은 전혀 나오지 않았고 차는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깔끔한 원을 그렸다.
비록 수 십여 개의 테스트 중 일부에 불과했지만 장소를 직접 주행하며 올바른 차를 만들기 위한 의지와 다짐을 살펴볼 수 있었다. 또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연구원들의 노력과 열정도 확인했다. 실제 한 켠에는 요철과 범피, 인공 먼지를 일으켜 에어인테이크와 실내 공기 유입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터널, 도심 시가지 등 다양한 조건이 마련돼 있었고 꾸준히 시험 주행중인 모습도 포착됐다.
르노그룹 차량시험센터는 중앙연구소와 함께 글로벌 신차 및 미래이동성 등 분야에서 독립적인 차량개발시험을 수행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중심에는 우수한 신차를 선보이기 위한 국내 연구원들의 노력이 있으며 경쟁력 높은 제품이 이를 증명한다.
대구=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