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이성과 감성의 교집합, 페라리 296GTB

입력 2022년05월19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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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첩하고 역동적인 움직임 특징
 -다채로운 V6 하이브리드 퍼포먼스
 -슈퍼 스포츠카의 전동화 방향 제시

 전동화 시대에 대응하는 완성차 회사들의 전략은 사뭇 색다르다. 슈퍼 스포츠카 영역으로 갈수록 차이는 두드러지는데 내연기관을 끝까지 고수하거나 아니면 순수전기차(BEV)로 전환을 서둘러 기존 마니아와 새 시장 요구 사이를 저울질 한다. 그 가운데 페라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택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고성능 엔진을 바탕으로 진보된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힘을 더한다. 각각의 장점을 극대화한 기술이 핵심이며 그만큼 어느 한 부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결과물로 새 미드십 슈퍼 스포츠카 296GTB가 등장했다. 페라리 기술력의 꽃을 피우는 V6 엔진과 완성도 높은 전동화가 조화를 이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시대 흐름에 부합하며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한 296GTB의 능력을 직접 확인했다.

 디자인&상품성
 첫 인상부터 남다르다. 탄탄한 비율과 감각적인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실제로 296GTB는 길이 4,565㎜, 너비와 높이는 각 1,958㎜, 1,187㎜로 다른 페라리 형제들보다 컴팩트한 사이즈를 가졌다. 휠베이스도 2,600㎜로 F8 트리뷰토보다 50㎜나 짧다. 

 수치상으로는 다소 아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 차의 형태는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길쭉하게 앞 코가 나온 범퍼를 비롯해 날카로운 디자인의 헤드램프, 엣지를 살린 보닛의 형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일직선으로 강하게 뻗은 캐릭터 라인과 길게 누워있는 A필러, 벨트라인 위쪽으로 뻗어있는 사이드 공기흡입구 등이 늘씬한 황금 비율을 연출한다. 

 뒤로 갈수록 모던함과 헤리티지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디자인에 말을 잃는다. 먼저 볼록하게 튀어나온 펜더와 둥글게 말린 뒷 유리, 캐빈과 명확히 구분한 유연한 곡선의 엔진룸까지 클래식 요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63년형 페라리 250 LM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결과물이 놀랍게 다가온다. 

 반대로 얇은 테일램프와 깔끔하게 수납돼 있는 전자식 스포일러, 상단에 위치한 배기구는 가장 최신의 페라리답게 세련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퓨저와 주변을 감싼 덕트는 차의 성격과 존재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기대를 이끌어낸다.

 실내는 여느 페라리와 마찬가지로 간결하다. 운전석 쪽으로 틀어진 센터페시아 형상이 눈에 들어오고 버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스티어링 휠에 붙은 터치 패널로 조작 가능하며 풀 디지털 계기판이 차의 모든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조수석 탑승자는 별도의 작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달리기에 집중하는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훌륭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헤리티지 요소는 실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센터터널이 대표적이다. 크롬으로 감싼 토글 방식의 변속레버는 옛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돌출형 나사로 조여 클래식한 맛을 더한다. 이 외에 크고 긴 패들시프트와 방향지시등은 물론 램프 및 와이퍼, 주행모드를 조정할 수 있는 마네티노 스위치도 익숙한 위치에 붙어있다.

 소재는 훌륭하다. 질 좋은 가죽을 눈에 보이는 모든 부분에 덮었고 탄소섬유 패널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천장에는 알칸타라로 도배를 했다. 패널이 맞물리는 부분에는 금속 소재를 사용해 화려함을 나타냈고 직접 수 놓은 자수와 스티치는 정교함의 끝을 보여준다. 하염 없이 보고 쓰다듬고 싶을 정도로 우수한 퀄리티를 가졌다.

 성능
 296 GTB는 V6 터보 엔진을 장착한 최초의 페라리 로드카다. 특히 실린더 뱅크각을 120도 크게 눕힌 게 특징인데 그 결과 터보차저를 V 내부에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보다 컴팩트한 사이즈로 즉각적인 출력에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결과는 수치로 증명한다. 기존 V8 3.9ℓ 엔진보다 30㎏ 가볍고 엔진만으로 최고 663마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7.45㎾h 배터리와 최고 167마력의 122㎾ 전기모터가 힘을 더해 시스템 총 출력은 무려 830마력에 이른다. F8 트리뷰토보다 110마력 강하고 단위 중량 당 출력은 SF90 스트라달레보다 높다. 참고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까지 가속 시간은 고작 7.3초에 불과하다.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차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특유의 고요함이 쾌적한 분위기를 만든다. 트랙에 진입하는 순간에도 타이어 구름 소리만 들릴 뿐이다.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가고 매끈한 가속 질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트랙에 진입한 뒤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서서히 페이스를 올렸다.

 초반의 하이브리드 성격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맹렬히 질주하는 슈퍼 스포츠카의 본성이 깨어났다. V8에서 들었을 법한 거친 사운드와 폭발적인 가속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차를 한계 영역으로 몰아 붙인다. 몸은 시트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고 시선은 급격히 좁아진다. 몰입감이 절정에 다다르며 비현실적인 가속감에 헛웃음만 나온다. 웬만한 롤러코스터보다 스릴있고 짜릿하다. 

 SF90에서 물려받은 8단 F1 DCT는 파워트레인 능력을 200% 활용하는 일등 공신이다. 패들시프트 반응에 맞춰 조금의 지체도 없이 즉각적으로 변속한다. 매뉴얼 모드에서는 레드존인 8,500rpm 부근까지 유지하며 운전자 판단을 기다리고 순식간에 단수를 오르내린다. 덕분에 엔진 회전수는 널 뛰듯 춤을 춘다. 모터스포츠에서 다듬은 노하우가 온전히 차에 묻어 나는 순간이다. 

 코너에서는 296GTB의 강점이 드러난다. 짧은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기술력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 먼저 6W-CDS 시스템은 차의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하고 최적의 구동을 구현한다. 구체적으로는 회전의 가속도와 속도를 모두 측정해 역학 제어 장치가 차에 개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ABS 에보 컨트롤러와 ESP에 통합된 그립력 추정 장치에 개입을 도와주며 차는 매끄럽고 신속하게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게 된다.

 실제 운전을 하면서 느끼는 차이는 상당하다. 고속 코너는 물론 짧은 구간이 연속되는 S자 코너, 굽이치는 헤어핀까지 다양한 굴곡에서 완벽에 가까운 진입과 탈출을 보여준다. 차가 운전자의 의도를 미리 읽고 앞장서서 길을 만들어주는 기분이다. 가장 어렵고 난이도가 높았던 코너 공략을 제일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여기에 1,470㎏에 불과한 가벼운 몸무게까지 힘을 더해 한결 민첩한 자세를 만든다.

 물 흐르듯 이쁘게 포물선을 그리는 차의 모습을 보며 운전 실력과 자신감은 저절로 높아진다. 이와 함께 슈퍼 스포츠카는 다루기 버겁고 힘으로만 밀어붙인다는 편견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행사 초반 고-카트 필링을 느껴 볼 수 있다는 인스트럭트의 말을 이해하는 순간이다.

 코너를 나온 뒤 다시 한번 강한 힘으로 직선 구간에 도달한다. 이 곳에서는 엄청난 다운포스를 가지고 안정적인 자세로 맹렬히 질주하는 차를 볼 수 있다. 에어로 다이내믹 장인답게 296GTB에도 혁신적인 기술이 총망라됐다. 바닥에는 티-트레이로 불리는 공기역학 요소를 적용해 바람을 올바르게 펴준다. 

 이후 뒤쪽으로 갈수록 빠르게 내보내며 가속에 힘을 얻는다. 차체와 부딪쳐 위로 향하는 바람은 최대한 활용해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참고로 아세토 피오라노 패키지에 포함된 하이 다운포스 구성에는 액티브 스포일러가 발군의 역할을 해낸다. 시속 250㎞에서 최대 360㎏의 무게로 차를 누를 정도라서 그만큼 바닥에 바짝 붙어 한계 영역까지 차를 몰아붙일 수 있다.

 총평
 296GTB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개념의 페라리다. 운전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며 소비자에게 또 다른 슈퍼 스포츠카의 매력을 전달한다. 여기에 PHEV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뿜어내는 압도적인 성능은 라인업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각 기능은 환상의 조합으로 시너지를 내고 전제적인 제품 완성도를 높인다. 

 궁극적으로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략도 엿볼 수 있으며 깊은 감동과 감탄은 덤으로 따라온다. 페라리가 풀어낸 전동화는 지루할 틈이 없다. 그리고 즐거움엔 끝이 없다. 페라리 296GTB의 가격은 4억원대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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