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합작사, 스텔란티스에 매각
지난 2019년 벤츠와 BMW가 모빌리티 서비스 부문에서 손을 잡은 것은 인프라 확대 차원이었다. 각각 5억 유로(한화 약 6,680억원)를 투자해 이른바 "나우(Now)"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먼저 "유어나우(YourNow)"라는 우산 브랜드를 만들고 그 안에 리치나우(ReachNow), 프리나우(free now), 셰어나우(ShareNow), 파크나우(ParkNow) 및 차지나우(ChargeNow) 등의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동의 필요성이 있을 때 어디든 이동이 가능해야 하고(리치나우), 해당 이동 수단이 전기 동력을 사용한다면 어디서든 손쉽게 충전을 해야 하며(차지나우), 목적지에 도착 후 편하게 차를 세울 수 있어야 한다(파크나우)는 개념이다. 또한 이동 수단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개별 이동 수단의 이용 제약이 없어야 하고(프리나우), 필요하면 어디서든 빌려 쓸 수 있어야 한다(셰어나우)는 내용도 사업에 포함시켰다. 이른바 이동 수단 중심이 아닌 이동이 필요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전략적 투자였던 셈이다. 물론 5가지 서비스는 중복되는 것도 있어서 다시 프리나우, 셰어나우, 파크 및 차지나우 등의 세 가지로 통합됐다. 쉽게 보면 이동에 접근하고, 이동 수단을 공유하며, 이동이 멈춘 후 이동 수단이 머물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서비스로 완성됐다.
하지만 나우 프로젝트는 기대 만큼 글로벌 확장이 빠르지 않았다. 각 나라마다 이동의 형태나 방식이 조금씩 달랐던 탓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그리고 각 도시의 대중교통망에 따라 사람들의 이동 방식은 은근히 차이가 컸다. 어떤 곳은 자동차를 주로 이용하는 반면 어떤 도시는 자전거 이용자, 또 다른 곳은 바이크 이동이 많아 획일적인 방식 적용이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동 방식에 따라 이미 시장을 선점한 지역 기업과도 경쟁을 해야 했다.
그러자 지난해 양 사는 주차 부문(파크나우)을 매각했고 카셰어링 부문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카세어링 사업은 초기 북미 지역에 진출했지만 우버의 자가용 승차 공유에 밀렸고 런던, 브뤼셀 등의 도시에서도 이미 시장을 장악한 기존 렌터카 사업과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양 사는 이동을 시켜주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일단 자신들이 잘하는 분야, 즉 자동차 만들기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모빌리티 사업의 확장은 잠시 뒤로 미뤘다.
그런데 이들의 사업을 주목한 곳이 스텔란티스다. 특히 렌터카 부문의 셰어나우를 눈여겨 봤다. 그러자 벤츠와 BMW는 기다렸다는 듯 셰어나우를 스텔란티스에 매각하는데 합의했다. 코로나19 안정화로 사람들의 이동이 늘어나 자동차 초단기 렌탈 서비스가 다시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벤츠와 BMW 브랜드는 이용 가격이 비싸 확장성에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반면 스텔란티스는 유럽 8개국에서 운행되는 셰어나우를 통해 산하 브랜드의 자동차를 투입, 제품 경험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 스텔란티스는 셰어나우 인수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이용자수 1,500만명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자면 지금보다 700만명을 더 늘려야 하는데 어느 지역에서 이용자를 늘려갈 것인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산하 브랜드의 주력 판매 지역을 고려할 때 북미와 유럽 모두가 될 전망이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마세라티, 란치아, 알파로메오, 지프, 닷지, 아바스, 램, 푸조, 시트로엥, DS오토모빌, 오펠, 복스홀 등 5개국 14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어서다. 게다가 벤츠 및 BMW와 달리 다양한 차종을 렌터카로 투입할 수 있어 확장성 측면에선 유리하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나아가 스텔란티스는 2025년이면 오히려 순이익이 7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만큼 초단기 렌터카 사업에 자신감을 내보이는 셈이다.
스텔란티스의 셰어나우 인수로 벤츠와 BMW의 합작 사업은 프리나우와 차지나우가 남게 된다. A에서 B까지 이동이 필요한 사람이 앱을 활성화하면 최적의 방식을 제공해주는 프리나우와 전기차 이용자에게 충전 지역을 안내하는 차지나우는 이동 수단을 제조하는 기업에게 여전히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직접 만든 제조물의 사용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역할인 데다 제조물의 소모를 장려(?)할 수 있어서다. 제조물이 소모돼야 다시 공장에서 자동차를 포함한 이동 수단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판매하거나 운행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자동차회사는 기본적으로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을 만드는 제조업이다. 그래서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동 수단이 잘 소모되는 일에도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제조물의 소모"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도 결국은 제조의 숙명 때문이니 말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