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엔진이 주는 독특한 회전질감 일품
-후륜구동과 6단 수동의 조화 상당해
강한 출력과 폭발적인 가속력, 정확한 자세를 가진 차를 운전할 때 보통 즐겁다고 표현한다. 드라이빙 재미를 논하고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까지 번지기 때문이다. 반면 토요타 GR86은 앞선 수식어와 다소 거리가 멀다.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고 최신 전자장비 기술로 차를 잡아주는 것도 약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랜 시간 86을 언급하며 최고의 운전 재미와 즐거움을 가진 차라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성격을 가진 스포츠카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인제스피디움 서킷으로 향했다. 결과는 놀라웠고 중독성 짙은 86의 매력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 86의 후속 차종이지만 숫자 앞에 GR을 붙여 특별함을 더했다. 르망 24시 4연패와 WRC 우승에 빛나는 토요타 가주레이싱(TGR, TOYOTA GAZOO Racing)의 약자로 실제 드라이버가 차의 개발과 튜닝에 직접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기존 86과는 완전히 다른 진정한 펀카로 거듭났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컴팩트한 차체가 눈에 들어온다. 길이 4,265㎜, 너비와 높이는 각 1,775㎜, 1,310㎜이며 휠베이스는 2,575㎜에 불과하다. 앞은 GR 엠블럼, GR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G 매시그릴"이 적용됐다. 옆은 유선형 실루엣과 세로로 길게 뚫린 에어브리더가 포인트를 더한다.
또 날렵한 이미지의 오버행에서도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뒤는 단정한 램프와 끝단을 치켜 올린 트렁크 스포일러, 두툼한 듀얼 배기구로 마무리했다. 이 외에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동시에 주행의 기능성 추가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프론트 범퍼 스포일러, 사이드 스커트, 리어 범퍼 스포일러, 트렁크 스포일러 등 GR86 전용 액세서리도 마련했다.
실내는 낮은 시트포지션과 알칸타라로 꾸민 스포츠 버킷 시트가 인상적이다. 참고로 시트는 경량화 프레임이 적용돼 효율적인 전후 무게중심 배분에도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각 패널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다. 운전자의 시선에 방해가 없는 수평형 센터페시아와 직관성이 돋보이는 조작부 버튼이 이를 증명한다. 또 센터콘솔 암레스트는 기어 조작 시 팔꿈치가 콘솔 커버로 인해 방해 받지 않도록 낮게 설계돼 보다 편하게 변속이 가능하다. 최적의 각도로 올려진 사이드 브레이크와 적당한 크기의 6단 수동변속기는 예사롭지 않은 차의 성격을 대변한다.
편의 품목은 예전 86 대비 큰 폭으로 좋아졌다.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는 7인치 TFT LCD가 적용돼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 트랙 모드로 변경 시 서킷 주행에 적합토록 화면이 변경되어 차 상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안전하고 편안한 주차를 도와주는 후방 카메라, 조향에 따라 전조등 방향이 바뀌는 AFS 등 다양한 기능으로 운전자 편의를 지원한다.
▲성능
GR86에 채용된 수평 대향 엔진은 피스톤을 좌우에 나란히 위치시켜 무게중심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기존 86 대비 배기량을 2,387㏄로 389㏄ 증가시켜 고회전 영역의 가속력과 응답성을 개선했다. 최고출력은 231마력으로 24마력, 최대토크는 25.5㎏.m으로 기존 대비 3.9㎏.m 증가했다.
엔진 성능을 마음껏 조절하기 위해 변속기는 6단 수동이 맞물린다. 변속기는 클러치 용량과 기어 강도를 증대시켜 출력과 가속력을 높인 게 특징이다. 또 저점도 오일을 채용해 더욱 부드러운 변속감을 실현했다. 쉬프트 노브를 둥근 모양으로 재설계해 변속충격을 저감하는 동시에 보다 빠르고 정확한 기어 조작이 가능하다.
차의 응답성과 가속력은 기대 이상이다. 스로틀을 열기 무섭게 튀어나가고 엔진회전수 바늘은 급격하게 꺾이면서 흥분을 더한다. 클러치를 밟고 변속을 이어나가는 과정도 한결 매끄럽고 조금의 동력 손실 없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린다. 손 끝의 변속 패턴에 맞춰 경쾌하고 빠른 가속감이 일품이다. 화끈하게 내달리고 손 쉽게 고속으로 치닫는다.
단순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1.2톤의 가벼운 몸무게와 극단적으로 낮춘 박서 엔진, 시트포지션이 환상적인 하모니를 만든다. 요즘 차들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값진 순간이 연속된다. 운전을 하면 할수록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환호까지 지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작에 비해 빠른 반응과 넉넉한 힘은 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실제로 알루미늄 엔진 마운트와, 얇아진 실린더 라이너로 경량화와 내구성을 동시에 실현했다. 또 냉각수 펌프와 오일 쿨러, 라디에이터의 성능 강화로 냉각 효율도 개선됐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연료 직분사와 간접분사를 제어하는 D-4S 시스템은 엔진의 흡기 효율을 최적화해 엔진의 동력성능과 반응성을 극대화한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순간에는 바닥에 바짝 붙어 노면의 모든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전륜에 적용된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은 쇼크 업소버와 코일 스프링의 탄성을 최적화하고 스티어링 기어박스 마운트의 강성을 높였다.
알루미늄을 사용해 엔진 마운트 브라켓을 경량화시켰고 그 결과 빠른 스티어링 응답성을 구현할 수 있었다. 후륜에 적용된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은 서브프레임의 강화에 초점을 뒀다. 강도를 높이고 하부 스트럿의 연결 위치도 전부 조정해 탄탄하면서도 안정적인 탈출을 유도한다.
클러치 양과 변속 패턴에 맞춰 차와 기분 좋게 댄스 배틀을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다소 까탈스러운 성격에 당황할 수 있지만 합을 맞추다 보면 이보다 완벽한 파트너를 찾기 힘들다. 운전자의 발끝과 손의 감각,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각도에 맞춰 완벽한 코너를 구사하거나 때로는 시원하게 뒤를 날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총평
토요타 GR86은 전동화와 전자장비로 가득한 요즘 세상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자동차가 주는 원초적인 즐거움을 향하며 고성능의 본질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정확한 자세와 빠른 랩타임 경쟁으로 치열한 라이벌들이 오히려 한방 먹은 느낌이다.
진정한 운전 재미는 본능적인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함께 교감하는 순간이라고 차는 말한다. 조금이라도 운전대를 잡아 보면 GR86이 주는 진짜 의미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드라이빙 스킬을 키우는 건 물론이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자동차 만들기의 정신까지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다른 차들은 심심해서 눈에 안 들어올 수도 있다. 더 빠르고 정교한 고성능 차가 쏟아져도 오랜 시간 GR86이 사람들에게 사랑 받은 이유는 명확하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