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시코라 어쿠스틱 시스템 엔지니어링 이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동시에 갖춰
-모두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휴식과 새로운 경험의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전동화, 자율주행 시대로의 전환이 빨라질수록 성격은 더욱 짙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자동차 업계에서도 변하는 흐름과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획기적인 기술을 속속 선보인다. 특히 실내 이동 경험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카오디오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하만의 행보가 주목을 끈다.
하만은 대중적인 제품부터 하이앤드까지, 또 국가와 상관없이 카오디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배경에는 폭 넓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성능과 기술 등이 꼽히는데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렉 시코라 어쿠스틱 시스템 엔지니어링 이사를 직접 만났다.
그는 하만의 강점과 기술 발전, 앞으로의 비전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모두에게 최상의 이동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하만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그렉 시코라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
-어쿠스틱 시스템 엔지니어링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
"팀 이름부터 긴 만큼 상당히 다양한 일을 소화한다. 어쿠스틱 시스템 엔지니어링은 여러 경우의 수를 파악해 물리학적 접근을 하는 곳이다. 먼저 어쿠스틱스는 바이브레이션을 통해 생성되는 사운드를 연구한다. 다양한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데 이 과정 속에서 많은 변수를 겪게 된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 구조나 주행 시 진동과 떨림 등이다. 이런 특별한 상황을 대응하고 맞추는데 목적이 있다. 시스템 역시 중요하다. 스피커, 앰프, 다양한 알고리즘, 튜닝 프로세싱 등 모든 요소들이 모여 완벽한 조합을 연출한다. 개발 초기에 우리는 고객사와 협의해 시스템을 규정한다.
어떤 브랜드를 원하는지, 어떤 사운드 경험을 원하는지,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포지셔닝을 원하는지에 따라 시스템을 제안한다. 그리고 어떤 스피커와 앰프를 쓸 것인지 협의하고 최종 튜닝까지 거친다. 즉 프로젝트 시작부터 끝까지 관여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당히 많은 일을 하는 곳인데 쉽게 설명하자면
"비유를 하면 쉬울 것 같다. 어쿠스틱 시스템 엔지니어링 팀은 레스토랑의 셰프와 같은 역할이다. 쌀, 야채, 고기 등이 재료인 상태로 셰프에게 전달되지만 요리가 되기 전까지는 재료, 즉 컴포넌트에 불과하다. 셰프가 각각의 재료를 활용해 알맞은 레시피로 하나의 요리, 즉 시스템을 만들면 사람들이 요리의 맛(테이스트)을 즐기는 것처럼 어쿠스틱 시스템 엔지니어링 팀도 스피커, 앰프 등 여러 가지 컴포넌트를 가지고 잘 조합해 소비자가 듣기에 만족하는 결과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요리의 맛과 같은 부분을 사운드는 익스피리언스, 즉 경험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어쿠스틱 시스템 엔지니어는 셰프이며 하만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 되는 것이다. 레스토랑에서도 재료부터 요리를 준비하는 사람은 여러 명이지만 셰프가 한 명인 것처럼 자동차도 튜닝하는 사람은 한 명이다. 하만 내에는 수 백명의 스피커, 앰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있지만 한 차량의 최종 튜닝은 한 사람이 한다. 이런 이유로 어쿠스틱 시스템 엔지니어링 팀의 비중이 크다"
-홈오디오, 스튜디오 오디오, 카오디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세팅이 다 른 지 궁금하다
"자동차가 약점이 있다고 하지만 홈 오디오도 약점이 있다. 홈 오디오의 경우 하이엔드 스피커로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하면 일반적으로 모든 주파수 영역을 다 커버하며 출력이 좋은 소스 기기를 활용해 우수한 환경은 만들 수 있다. 시스템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어떤 제약도 없이 만들고 싶은 스피커를 만들 수 있고 크기나 성능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어떤 공간에서 들을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차이가 클 수밖에 없고 타깃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피드백과 환경도 전부 다르다.
반면 자동차는 음향 환경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내 다른 시스템들이 있어 우퍼, 미드레인지, 트위터 등 각 스피커들을 원하는 최상의 포지션에 배치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운전자 정면인 스티어링 휠에 스피커를 넣을 수 없는 게 대표적이다. 그 곳엔 에어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의 장점도 분명하다. 청취자가 반드시 한 공간 안에서만 음악을 듣는다는 점이다. 튜닝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고정된 환경이고 한번 튜닝이 제대로 되면 계속해서 좋은 사운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차는 매우 힘든 조건이지만 수많은 반향이 생기고, 운전 중에는 노이즈도 발생하지만 하만의 어쿠스틱 시스템 엔지니어링 팀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튜닝 기술이 있기 때문에 최적화해 최종 사운드 경험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다.
카오디오 어쿠스틱 시스템 엔지니어링은 한번 튜닝을 완성하면 누가 사용해도 같은 사운드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다. 홈오디오의 경우 튜닝이 완성된 후에도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의 환경에 따라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과 다르다. 어떤 부분에서는 자동차가 홈오디오보다 더 확실하고 안정적인 사운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카오디오 분야에서 하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리의 경쟁력은 최고의 어쿠스틱 시스템 엔지니어링 팀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하만은 매우 유니크한 기업이다. 어쿠스틱 시스템 전부를 내부에서 다 제공하는 많지 않은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선 모든 종류의 앰프를 만들고 제공할 수 있다. 8채널에서 24채널, 36채널까지 작은 시스템부터 하이앤드까지 전부 제공한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수많은 알고리즘(RNC, 버추얼 베뉴, 퀀텀로직 서라운드, 컨텀로직 이멀젼 등)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스피커도 하만 내에서 개발한다.
오디오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며 하만 자체적으로 디자인 그룹 휴멘(Huemen)까지 보유 중이다. 이 말은 결국 스피커, 앰프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전부 가지고 디자인을 비롯해 연구 개발, 튜닝까지 한다는 뜻이다. 또 하만에는 공연장에서 사용하는 프로 음향기기는 물론 홈오디오, 이어폰, 블루투스 등 컨슈머 제품까지 오디오 관련 다양한 사업 부문이 있다. 각 기술이나 경험을 채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늘날 수많은 자동차에서 하만의 카오디오 시스템을 만나볼 수 있다. 대표적인 차종과 브랜드는
"성공적이면서도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많다. 제네시스는 물론 토요타-JBL, 렉서스-마크레빈슨, BMW-하만카돈, BMW와 볼보-B&W, 르노-하만카돈, 아우디-뱅앤올룹슨, 피아트-JBL, 폭스바겐-하만카돈 등 거의 모든 OEM에 카오디오를 공급하고 있다.
현대, 기아, 토요타 등 규모가 큰 완성차 브랜드는 물론 페라리, 람보르기니, 알파로메오, 맥라렌 등 슈퍼카 브랜드와도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에서 GM에 AKG가 채택된 바 있다. 대중적인 제품부터 하이앤드까지, 또 국가와 상관없이 카오디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 선보인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제네시스에 적용돼 매우 인상적이었다.
"맞다. 특히 G90에는 운전석 머리 뒤에 헤드레스트 스피커, 천정에는 헤드라이너 스피커, 그리고 버추얼 베뉴 라이브 시스템이 적용돼 입체적인 사운드를 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두 차의 사운드 시스템의 근간은 뱅앤올룹슨의 철학이다. 청중 모두가 같은 퀄리티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현하기 위해서 "정확"과 "정밀"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추구한다. 첫 번째는 음질에 관한 것이다.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악을 듣는 것처럼 사실적인 감각을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게 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두 번째는 음악을 재생할 때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듣고 있는 여러 사람이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만에 합류하기 전 뱅앤올룹슨에 근무하면서 저명한 톤마이스터 제프 마틴(Geoff Martin)과 함께 일을 했다. 제프 마틴 톤마이스터가 뱅앤올룹슨 컨슈머 제품을 튜닝할 때 특정한 사람이 듣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 있는 모두가 동일한 경험을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뱅앤올룹슨의 컨슈머 제품처럼 차에 적용할 때도 실내에서 들을 때 같은 공간, 모든 좌석에 있는 사람이 동일한 스테이지에서 최상의 경험을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뱅앤올룹슨 브랜드의 경우 차 안에서 음악이 시작될 때 대시보드 위 트위터가 스르륵 올라오는 독창적인 ALT 스피커가 생각난다. 장점과 구현하는데 어려움은 없는가
"정확하게 봤다. 제네시스 G90에는 가장 독특한 어쿠스틱 렌즈 테크놀로지, ALT(Acoustic Lens Technology)이 탑재돼 있다. 제네시스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버전으로 G90에 적용했는데 정말 멋있다. 뱅앤올룹슨 하면 아이코닉한 ALT 스피커를 떠올리는데 보통 고음을 내는 트위터는 한 곳을 포커스해서 직진성이 강하다.
이에 비해 G90의 ALT은 스윗 스팟을 넓혀 탑승자 위치와 관계없이 실내에 균일하고 왜곡 없는 사운드를 제공한다. 뱅앤올룹슨의 철학인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음악을 들려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제네시스 GV60과 G90의 세팅 차이가 궁금하다. 연령대나 타겟 고객층을 고려하는지
"기본적으로 GV60와 G90의 차량의 특성, 즉 차급과 형태, 스피커 포지션 등에 맞춰 스피커나 앰프들이 다르게 세팅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두 차가 다른 타깃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뱅앤올룹슨이라는 하나의 사운드 철학을 가지고 튜닝할 뿐이다. 젊은 소비자나 쇼퍼드리븐 오너 등 고객층으로 구분하기보다 사용자 각각 개인별로 자유로움을 주기 위해 베오소닉이라는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적용했다.
나도 아침에 출근할 때는 좀 더 활기찬 음악을 듣고 싶어 저음을 강조하기도 하고, 퇴근할 때는 휴식할 수 있게 고음역이 절제된 상태로 사운드를 즐긴다. 기존에는 고음, 중음, 저음을 하나씩 조절해야 했다면 베오소닉은 일반적으로 쉽게 알 수 있는 감성적 언어로 사용자는 "밝음", "활동적", "편안함", "따뜻함" 4개의 고유한 사운드 공간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여러 요소를 결합한 설정을 선택할 수 있다. 탑승자들이 개인 성향에 따라 손가락 터치 하나로 원하는 사운드의 조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제네시스에 적용된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 중 베오소닉, 버추얼 베뉴 라이브 기능이 궁금하다.
"사람들은 각 상황 별로 좋아하는 포인트가 전부 다르다. 또 그것들이 계속 변화하고 바뀌는데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베오소닉이다. 이전에는 이퀄라이저 시스템을 활용했는데 솔직히 복잡하고 각 상황에 맞춰 값을 넣어야 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비해 베오소닉은 기본적인 4개의 고유한 사운드 공간인 캔버스, 동그라미 안에서 엔지니어들이 검증한 수 백 가지 톤들을 상황에 따라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운전하면서 이퀄라이저를 조정하려면 위험한데 손가락 하나로 단순하게 조정할 수 있어 안전하고 편리하다.
버추얼 베뉴 라이브의 가장 큰 특징은 차 안에서 다른 어쿠스틱 환경을 재현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G90에 있는 보스턴 심포니 홀의 어쿠스틱 환경이 있다. 하만의 프로 음향기기 사업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사실감이 상당하다. 어떤 날은 오리지널로 듣고 싶을 때가 있고, 어떤 날은 심포니 홀 같은 환경에서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각각의 상황에 맞춰 가상의 어쿠스틱 환경을 재현해 경험을 줄 수 있는 것이 버추얼 베뉴 라이브다.
이 외에 속도와 주변 소음에 따라 볼륨이나 음향이 조절되고 실내에 원하지 않는 도로 및 노면 소음을 제거해주는 노면소음 제거기술(RNC) 기술 등을 하만에선 "할로소닉(HALOsonic)"이라고 한다. 하만이 개발한 할로소닉에는 소리를 제거하는 기술과 함께 전기차의 배기음, 엔진음처럼 소리를 생성하는 기술도 있다"
-전동화 제품이 많아지고 있는데 시대에 맞춰서 튜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
"어쿠스틱 측면에서는 내연기관이나 전기차의 최종 결과물은 동일하다. 다만 시스템적으로 볼 때 전기차는 무게와 공간 제약이 있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무게에 민감하다. 그래서 스피커 중량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경량화에 집중하면서 퍼포먼스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의 일환으로 서브우퍼의 경우 스피커를 감싸는 패키지를 줄이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서브우퍼를 보면 부피나 무게가 상당한데 전기차는 모터, 배터리 등으로 공간이 잘 안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특허 받은 ECS 기술을 활용한다. 자동차의 일부를 패키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기존과 동일한 퍼포먼스를 제공하지만 무게는 줄이고 공간을 절약해 효율성을 높였다.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도어나 대시보드 등에 스피커가 있다는 고정관념은 버려도 좋다. 이제는 모든 장소가 사운드의 영역이 될 수 있다. 센터콘솔 안을 활용할 수도 있고 천장이나 시트, 바닥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외에 전동화 시대에 대비해야 할 부분이 또 있는데 정숙성과 연관 있다. 전기차는 시속 50~60㎞전까지 조용하지만 그 이상은 타이어나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더 잘 들린다. 상대적으로 내연기관보다 더 크게 들릴 수 있어 기술적으로 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사항들이 어쿠스틱 측면에서 튜닝할 때 내연기관 차와 달라지는 것들이다"
-미래 카오디오 기술 및 트렌드는 무엇인가
"크게 퍼스널리제이션, 자율주행 자동차, 개별 커뮤니케이션 영역 3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퍼스널리제이션은 개인들이 일상에서 이용하는 핸드폰의 기능들을 그대로 실내에서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되면 차 안에서 운전보다 다른 활동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거나 안에서 즐길 거리를 찾으려는 요구가 많아질 것이다. 또한 존(zone)이라는 개별 커뮤니케이션 영역 관점으로 보면 실내에서 모두 동일한 활동을 하기 보다는 동승자마다 각자 다른 활동을 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래서 차 안의 동승자들이 각각의 존에서 자신만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자동차에서 어쿠스틱 측면이 더 관심도 많아질 것이고 중요해질 것으로 보며 우리의 팬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