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25대로 즐기는 포르쉐 놀이동산
-세그먼트와 파워트레인별 맞춤 드라이빙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던 어느 날 사람들이 속속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에 모였다. 트랙에 울려 퍼지는 강렬한 사운드와 차를 점검하는 분주한 인스트럭터, 외국 전문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까지 마치 해외 모터스포츠 경기를 방불케 했다. 한 가지 차이점은 모든 차는 형형색색 수 십여 대의 포르쉐이며 전문 드라이버가 된 마음으로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2022 포르쉐 월드 로드쇼(PWRS)"는 막을 올렸다. PWRS는 전문 강사의 운전 교육과 모든 포르쉐 차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높다. 올해는 세그먼트와 파워트레인별 다양한 차들이 독일에서 날아와 자리를 빛냈다. 해가 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열정이 가득했고 차와 함께한 모든 순간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먼저 가속 및 제동성능, 움직임을 확인하며 차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런치컨트롤 기능을 살펴보기 위해 초록색 911 터보 S에 앉았다. 제로백 2.7초의 능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작동법은 간단하다.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고 변속 레버는 D에 위치한다. 그다음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밟아 높은 rpm을 유지한 뒤 브레이크를 떼면 된다. 차는 강하게 튀어나가는데 순간 가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전기차가 주는 최대토크와 또 다른 느낌이다. 멀리 보이던 물체가 순식간에 눈 앞에 오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제동은 또 다른 비현실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 강력한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PCCB)이 물리력을 무시하며 차를 잡아 세운다. 굵은 갈고리로 바닥을 내려 찍는 기분이다. 모든 일들은 단 몇 초 사이에 이뤄지며 온전히 차가 멈췄을 때는 멍하니 감탄사만 내뱉을 뿐이다. 무섭고 두려운 기능이자 극강의 아드레날린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짐카나는 박스터 GTS와 함께했다. 가볍고 무게중심도 완벽해 최적의 움직임을 구현한다. 실제로 포르쉐 입문형 스포츠카는 콘과 콘 사이를 빠르게 통과하며 유쾌한 드라이빙을 이어나갔다. 스티어링 휠 반응이 즉각적이고 깔끔한 코너를 구사하며 다양한 조건에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다.
숨을 고른 뒤 트랙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포르쉐 4도어 라인업이 준비됐다. 특히 전천후 만능 트림으로 평가 받는 GTS가 준비돼 기대를 더했다. 입문형 제품인 마칸부터 카이엔, 파나메라 등 브랜드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차지하는 정예 멤버다.
마칸과 카이엔 GTS는 SUV 편견을 뛰어넘는 움직임이 특징이다. 서킷을 돌아가는 순간 만큼은 세그먼트의 존재를 잊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빠른 자세를 보여줬다. 파나메라 GTS는 한 걸음 더 나아가 911에서 느꼈던 본격 스포츠카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세단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인 결과 값을 연출한다.
포르쉐 4도어 라인업 끝판왕인 카이엔 터보 GT도 시승할 수 있었다. V8 4.0ℓ 바이터보 엔진은 카이엔 터보 쿠페보다 92마력 높은 최고 650마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이전 보다 8.1㎏∙m 증가한 86.7㎏∙m이며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0.6초 단축된 단 3.3초가 소요된다. 최고속도는 14㎞/h 증가한 300㎞/h에 달한다.
가속 페달에 살짝만 발을 올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거침없이 튀어나간다. 풍부한 출력과 강력한 토크를 바탕으로 순식간에 원하는 속도에 차를 올려놓는다. 엔진과 합을 맞추는 8단 팁트로닉 S 변속기는 반응이 환상적이다. 손보다 빠른 반응으로 단수를 오르내리며 정확한 속도와 진입 시기에 맞춰서 최적의 변속을 구사한다.
퍼포먼스에 최적화된 스포츠 플러스 모드도 마찬가지다. 현존하는 가장 지능화된 변속기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예리하고 똑똑하다. 코너에서는 낮은 무게 중심이 인상적이며 3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가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강하게 빠져 나와도 불안한 자세를 보이지 않으며 깔끔하고 세련된 동작으로 운전 실력을 키운다. 이처럼 트랙을 누비며 맹활약하는 4도어 라인업을 보며 포르쉐가 만들면 세단과 SUV도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이번에는 전동화 라인업을 만날 시간이다. 오색빛깔 화려한 타이칸 시리즈가 맞이했다. 차는 고요하면서도 빠르게 서킷을 누볐고 내연기관 차와 또 다른 웃음과 재미를 안겨줬다. 무엇보다도 완벽에 가까운 무게중심과 안정성은 4, 4S, 터보S 등 동력계 상관없이 어떤 타이칸을 타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포르쉐식 BEV는 최적의 균형을 갖춰 시대가 원하는 진짜 스포츠카로 거듭났다. 여러 번 서킷을 돌면서 능력과 가치를 확인했고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도 엿볼 수 있었다.
여운을 이어가기 위해 스피드웨이 직선 구간에 마련한 특별 장소로 향했다. 이 곳에서는 국내 처음 선보이는 타이칸 GTS가 있었다. 일상과 서킷을 모두 충족하는 전천후 전기 스포츠카이며 GTS 특성답게 블랙으로 포인트를 준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강력한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598마력을 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3.7초, 최고속도는 300㎞/h를 훌쩍 넘긴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504㎞((WLTP 기준)다. 런치컨트롤을 직접 체험하며 전기차가 주는 순간 성능을 오롯이 느꼈다. 또 뒷바퀴가 앞쪽과 반대 방향으로 꺾여 회전반경을 줄여주는 리어액슬 스티어링까지 직접 시연해보며 운전이 쉽고 편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마지막 피날레는 정통성을 간직한 2도어 스포츠카였다. 박스터와 911 시리즈가 주는 오리지날 고성능을 경험했다. 이상적인 무게 배분과 정교한 움직임, 등 뒤에서 울리는 진동은 물론 퍽 하고 터지는 사운드까지 모든 게 서킷과 환상 조합으로 달린다.
그 중에서도 신형 GT3는 기대를 뛰어넘는 완성도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제원표상 수치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며 저절로 박수를 치게 만들었다. 경주차에서나 들을법한 소리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코너에서의 움직임에 연신 감탄사만 내뱉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이 완화되면서 오랜만에 문을 연 PWRS는 그 동안의 아쉬움을 한번에 날려버리며 최상의 경험을 안겨줬다. 직접 유럽에서 공수해온 수 십여대의 포르쉐는 강한 내구성으로 끝까지 트랙 위를 지켰고 깊은 만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또 전문 인스트럭터 덕분에 더 정확하고 맞춤화된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포르쉐 월드로드쇼는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 이벤트다. 다양한 종류의 포르쉐를 아낌없이 전부 탈 수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 드라이빙에 대한 경험과 운전 실력도 쌓는다. 브랜드 이해도와 충성심은 저절로 커진다. 기존 오너는 물론 새로운 소비자들까지 포르쉐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팬클럽 장소로 손색없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