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진중하고 대범한 링컨 노틸러스

입력 2022년05월29일 00시00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최신 패밀리룩 맞춘 실내 특징
 -디지털 요소 강화해 상품성 키워

 수입 중형 SUV는 어느 세그먼트보다 치열한 시장이다. 각 브랜드별로 주력 제품이어서 집중도가 높고 그만큼 선택지도 유독 많다. 고를 게 많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지만 판매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처럼 강한 자만 살아남는 수입 중형 SUV 판에 링컨 노틸러스가 새로 돌아왔다. 2019년 부분변경 이후 상품성을 크게 다듬은 게 특징으로 미국차 특유의 프리미엄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링컨의 볼륨 SUV 경쟁력을 살펴보기 위해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노틸러스 전신은 2007년 세상에 나온 중형 SUV MKX다. 2019년에는 부분변경을 거치고 이름까지 바꿔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차명은 "탐험"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며 링컨이 지향하는 브랜드 전략과 방향을 녹여냈다. 그리고 개명의 효과는 컸다. 링컨 전체 판매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며 성장 발판을 마련한 것. 이후 지난 3월 상품성을 높인 22년형 신형 노틸러스가 국내 출시됐다. 특히 완전 변경에 가까운 큰 폭의 변화로 소비자 주목을 끈다. 

 외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링컨의 새로운 시그니처 패턴을 넣어 단정하게 마무리한 크롬 그릴과 차분한 사각형 LED 헤드 램프, 안쪽 구성도 전부 그대로다. 그나마 앞 범퍼 디자인을 살짝 바꾼 정도가 유일한 차이점이다. 큼직한 LED 안개등과 가로로 긴 크롬 도금을 둘러 고급감을 표현했다.

 옆은 펜더에 붙은 노틸러스 배지와 세련된 디자인의 사이드 미러가 시선을 끈다. 날개 모양의 21인치 휠은 차 크기를 감안하면 차고 넘치는 요소다. 우아한 곡선으로 주름을 넣은 캐릭터라인은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품격(?)을 표현한다. 뒤는 변화가 거의 없다. 가로로 굵직하게 흐르는 테일 램프와 트렁크 가운데에 붙인 링컨 알파벳, 두 개의 사각 머플러를 포함한 범퍼 형상도 같다.

 반면 실내는 완전변경 급으로 바뀌었다. 기존과 같은 구석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으며 온통 새로움으로 가득하다. 한 체급 위의 에비에이터와 유사한 구성인데 비로소 링컨 패밀리-룩을 맞춘 모습이다. 먼저 수평과 수직을 적절히 섞은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는 광활하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플로팅 타입으로 반듯하게 서 있다. 13.2인치 와이드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 및 연결성을 지원한다. 그 중에서도 링컨 라인업 최초로 싱크4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물건이다. 반응이 빠르고 연동성도 자연스러워 쓸수록 깊은 만족을 줬다. 

 또 운전자가 별도 스크린 조작 없이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버튼과 음성명령으로 필요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더한 점도 특징이다. 그래픽 구성은 물론 한글화도 잘 되어 있어 디지털 전환에 인색하다는 미국차 편견을 없앤다. 

 시선을 아래로 두면 링컨의 상징이 된 피아노 키 변속기를 볼 수 있다. 덕분에 변속레버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큼직한 컵홀더와 수납함이 마련됐다. 덮개까지 있어 잘 짜 맞춘 가구를 보는 듯하다. 반면 전자식 계기판은 다소 아쉽다. 우선 넓은 실내에 비해 크기가 작다. 또 속도 및 엔진회전수, 각종 정보를 나타내는 글자 및 숫자 간격이 좁아 가독성이 뛰어나지는 않다.

 아쉬움은 감성 품질로 달랜다. 질 좋은 가죽이 제법 많은 영역에 사용됐고 유광 블랙과 알루미늄 소재를 적절히 섞어 세련미를 높였다. 특히 송풍구 주변과 조그셔틀 부분에 감싼 반짝이는 크롬 소재는 화려해 눈이 부실 정도다. 편의품목으로는 링컨의 자랑인 레벨 울티마 3D 오디오 시스템이 있다. 명불허전의 실력을 드러내며 실내를 콘서트 홀로 만들어 준다. SUV 특유의 넓은 공간과 맞물려 청취 경험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메모리 및 액티브 모션 마사지 기능을 넣은 가죽시트는 물론 1열 통풍 및 열선 스티어링 휠, 휴대폰 무선 충전패드, 파노라마선루프, 무선 카플레이, 다양한 컬러의 무드등까지 체급을 뛰어넘는 호화로운 구성이다.

 2열은 무난하다. 중형 SUV가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인 역할을 해낸다. 무릎과 머리 위 공간도 크게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시각적으로 개방감은 살짝 떨어진다. 이유는 시트 크기에 있다. 등받이는 물론 하체가 닿는 면적도 넓기 때문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안락한 착좌감을 제공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참고로 슬라이딩 기능은 지원하지 않으며 반대로 리클라이닝은 꽤 큰 각도로 눕힐 수 있어 장거리 이동 시 편의성을 높인다. 편의품목으로는 전용송풍구와 열선시트, 각종 충전 포트 등이 있다. 레벨 사운드 시스템은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으며 SUV 특징을 살려 곳곳에는 알찬 수납공간이 보인다. 트렁크에 대한 만족감은 2열을 뛰어넘는다. 

 기본 적재공간은 1,053ℓ이며 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1,948ℓ까지 늘어난다. 뒷좌석은 버튼 하나로 손쉽게 접을 수 있다. 또 반듯하면서도 평평한 바닥과 양 옆에 마련한 수납 기능은 효율성이 뛰어나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V6 2.7ℓ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의 조합으로 기존과 같다.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54.7㎏·m 등 전반적인 숫자도 동일하다. 낮은 엔진회전 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도록 설정했으며 중, 저속 구간에서 넉넉한 힘을 발휘한다.

 차는 낮은 회전속도에서부터 부드럽고 꾸준하게 밀어붙인다. 변곡을 주면서 역동적으로 튀어나가는 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8단 변속기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데 단수를 오르내리는 과정이 침착하고 여유롭다. 

 스포츠모드에서도 변속기는 고요하다. 엔진회전수 변화폭을 크게 두는 유럽 세팅과는 정 반대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면 그제서야 4,000rpm으로 껑충 올려 힘차게 차를 몰아붙인다. 터보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크게 숨을 고른 다음에 힘차게 달려나간다. 터보 지연 현상이 다소 답답할 때도 있지만 고속영역에 도달하면 아쉬움을 잊을 만큼 풍부한 힘으로 강력히 질주한다.

 중고속 영역에서 노틸러스는 제 실력을 드러낸다. 한번 탄력이 붙으면 차는 순식간에 속도를 올리고 호쾌하게 질주한다. 6기통이 주는 넉넉하고 풍부한 성능으로 지칠 줄 모르고 달린다. 긴 시간 주행을 이어나간다면 만족도는 더 커질 듯하다. 기대 이상의 매력 포인트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정숙성이다. 노틸러스의 장점 0순위로 꼽을 만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엔진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떨림은 물론 스로틀을 열 때 발생하는 특유의 회전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흠차음재 범위를 넓히고 신경 써 틈 사이를 막았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노이즈 캔슬 기술을 바탕으로 바닥 소음과 풍절음까지 잡아냈다. 속도 바늘이 올라갈수록 정숙성도 같이 높아지는 기분이다. 탑승자는 스트레스 없이 그저 빠른 속도에서 레벨 스피커가 울리는 환상적인 음악만 감상하면 된다. 

 이 외에 서스펜션과 하체 세팅은 전형적인 미국차의 특징을 따른다. 탄탄하게 요철을 거르기보다 최대한 부드럽고 여유롭게 흡수한다. 어느 정도 롤을 허용하는 대신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브레이크도 동일하다. 강력하게 차를 멈추기는 게 아니라 여유를 갖고 멈추는 걸 추천한다. 차의 컨셉트를 생각하면 단점이 아니다. 

 안전품목은 사각지대 경보, 차선이탈 경보, 충돌 경고 등을 집약한 링컨 코-파일럿360을 적용했다. 또 위기 상황 발생 시 차의 신속한 회피 기동을 돕는 충돌 회피 조향 보조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중앙 유지 보조, 360도 카메라,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도 제공한다. 각 기능을 활성화 하는 과정이 무척 간편했다. 계기판 한 켠에 깔끔하게 표시해 보는 맛도 있다. 또 과정이 매끄럽고 인식률이 뛰어나 편안한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총평
 노틸러스의 성격은 명확하다. 탄탄한 주행감을 앞세워 운전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탑승자 모두에게 쾌적한 이동을 보장하며 고른 만족을 이끌어낸다. 잘 닦인 도로 위에서 진중하면서도 때로는 대범하게 달린다는 얘기다. 더욱이 신형으로 오면서 불편했던 부분도 크게 개선됐돼 미국산 SUV의 정체성을 잘 지키면서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는 세련된 감각까지 동시에 챙겼다. 그만큼 치열한 수입 중형 SUV 시장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로 존재감을 알리기에 충분하다. 한국 시장에서 펼쳐질 링컨 노틸러스의 선전이 더욱 기대된다. 가격은 200A 6,040만원, 202A 6,8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