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가장 화려한 짚, 2022년형 그랜드 체로키 L

입력 2022년05월31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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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반석 디스플레이 추가
 -가족 위한 공간 확보, 브랜드 특유의 험로 주파력 여전

 11년 만에 완전 변경한 짚 그랜드 체로키가 차체 길이를 늘린 "L"로 공간을 강조한 데 이어서 최근 상품성을 한 번 더 끌어올렸다. 2022년형으로 향상한 그랜드 체로키는 일부 품목을 추가해 완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오프로드를 비롯한 다양한 주행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은 기본이다. 그래서 새 그랜드 체로키 L은 "풀 옵션 짚"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큰 차체에 다양한 컨텐츠 담아
 그랜드 체로키 L의 디자인은 지금까지 등장한 짚 제품 중 가장 화려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외관은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전통과 첨단 이미지를 섬세하게 조화시켰다. 전면부는 크롬으로 치장한 7슬롯 그릴이 짚 브랜드 정체성을 알린다. 헤드램프는 LED를 활용해 흐름을 따랐다. 후드 끝은 그릴 아래쪽으로 갈수록 뒤쪽으로 꺾이는 샤크 노즈 스타일을 반영해 역동적인 조형성을 보여준다.



 국내에 발을 디딘 그랜드 체로키 L은 서밋 리저브와 오버랜드 두 트림으로 이뤄졌다. 시승차는 상위 트림인 서밋 리저브로, 그릴, 범퍼, 알로이 휠 디자인 등을 차별화했다. 서밋 리저브 그릴은 크롬 도트 패턴을 적용했으며 범퍼는 기다란 크롬 가니쉬를 덧대 플래그십 면모가 느껴진다.





 측면은 정직한 2박스 차체가 사다리꼴 모양의 휠 하우스와 함께 짚의 일원임을 알린다. 간결한 면 처리와 캐릭터라인, 그리고 DLO를 따라 길게 뻗은 크롬 장식은 달라진 짚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후면부는 전반적으로 수평선을 강조해 차가 넓어 보이도록 했다. 전면부처럼 얇은 테일램프를 끼워 넣었으며 머플러 팁은 장식이 아닌 제 역할을 해낸다. 독특한 점은 범퍼 하부를 감싸는 별도의 스키드 플레이트가 없다는 점이다. 아마도 지상고와 진입각, 이탈각을 높일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의 자신감처럼 느껴진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지금까지 짚 브랜드에서 볼 수 없었던 호화로움이 곳곳에 묻어있다. 가죽, 우드, 고광택 패널 등의 여러 소재를 필요한 곳마다 적절히 배치했고 모난 구석 없이 잘 짜여졌다. 풍부한 음질의 매킨토시 음향 시스템은 감성 품질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한다. 그만큼 차가 예전 세대보다 격을 높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스티어링 휠 중앙에는 직사각형 프레임에 둘러싸인 짚 로고가 박혀 있다. 원형이었던 과거에 비해 단정해 보인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을 짚의 라인업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2022년형으로 바뀌면서 동반석 앞에는 10.3인치 크기의 모니터도 자리 잡았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의 무선 연결은 아주 쉽게 이뤄진다.





 통풍 기능을 더한 2열 좌석은 가운데에 콘솔박스를 설치해 2명이 독립식으로 앉을 수 있다. 이런 구조는 운전자가 거울이나 카메라로 뒷좌석을 살필 때 중앙에 시야가 트여 소통이 원활해진다. 오버랜드 트림은 2열에 3명이 앉는 벤치형 좌석을 장착한다.

 2명이 앉을 수 있는 3열 좌석은 여느 SUV의 3열보다 여유로운 편이다.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5.2m와 3m를 넘긴 덕분이다. 각 좌석마다 USB 포트를 준비한 점도 돋보인다. 적재공간은 기본 490ℓ, 3열 좌석을 접으면 1,328ℓ, 2열까지 접으면 2,390ℓ로 쓸 수 있다. 4명이서 골프나 캠핑을 가기에 충분한 적재가 가능하다.

 ▲승차감에 숨겨진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
 엔진은 한때 크라이슬러 주력으로 활약했던 펜타스타 엔진이다. 이 엔진은 V6 3.6ℓ 가솔린 자연흡기 구조를 채택해 최고 286마력, 최대 35.1㎏·m를 발휘한다.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쓸 만하다는 느낌이다. 내연기관 시대가 저무는 마당에 짚 입장에서도 새 엔진을 내놓기가 버거웠을 것이란 짐작을 해보게 된다. 아직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다. 매끄럽게 속도를 끌어올리는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연료효율은 복합 7.7㎞/ℓ(도심 6.7㎞/ℓ, 고속 9.4㎞/ℓ)를 확보했다. 실제 주행에서는 7.8㎞/ℓ가 표시됐다.


 그랜드 체로키 L은 새 플랫폼을 적용해 오프로드뿐만 아니라 온로드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엔진 마운트를 개선해 진동을 줄였다. 승차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인 쿼드라 리프트 에어 서스펜션은 지상고를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가장 낮게 할 경우 차체는 왜건처럼 보일 정도로 낮춘다. 그러나 가장 높게 하면 어지간한 오프로드는 다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풍채가 나타난다. 고속 주행 시엔 자동으로 차체를 낮춰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도 한다. 탑승자가 차에서 내릴 때에도 차체가 내려가 승하차를 돕는다.





 주행 감각은 대형 SUV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게 중심이 높은 탓에 롤링 억제력이 약하다. 주행 모드 중 스포츠는 엔진 회전수를 올리고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달라지는 정도다. 그러나 짚의 자랑인 오프로드 주행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에어 서스펜션을 활용해 지상고를 최고로 높이고 비포장길에 들어서자 24°의 피칭 각도를 지닌 경사면에서도 부담 없이 오르는 괴력을 선사했다. 굳이 4륜 LOW 모드를 쓰지 않아도 충분했다. 내리막길에선 저속 유지 장치를 써서 안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짚의 쿼드라-트랙 II 4×4 시스템은 기어비를 2.72:1까지 쓸 수 있다. 크롤비는 44.1:1을 지원한다.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차선을 인식하는 능력이 아쉽지만 제법 쓸 만하다. 다른 차들의 ADAS에 비해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뗄 수 있는 시간도 짧은 편이다.



 ▲짚의 가치를 가득 담다
 그랜드 체로키 L은 짚의 가치를 듬뿍 담아낸 그릇이다. 차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브랜드의 방향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느낌이다. 고급스러움, 세련미, 연결성, 오프로더 등 낯설면서도 익숙한 것들이 새 차를 빈틈없이 두르고 있다. 그래서 그랜드 체로키 L은 지금까지 만난 가장 화려한 짚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적어도 플래그십 제품인 왜고니어의 등장 전까지는 말이다.

 가격은 8,780만~9,78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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