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끄떡없는 쌍용의 자존심, 렉스턴 스포츠 칸

입력 2022년06월19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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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탄한 상품성, 합리적인 가격 갖춘 K-픽업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 적합한 전천후 제품

 쌍용차가 위기를 기회로 발판 삼아 도약 준비를 마쳤다. 정통 SUV 스타일 "토레스"는 브랜드 역사상 최다 사전 계약을 기록했고 수출길에도 활기를 띠면서 경영 정상화를 향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 라인업의 탄탄한 뒷받침이 한몫 했다. SUV 전문 브랜드의 정체성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심에는 국산 픽업의 자존심인 렉스턴 스포츠 칸이 있다.

 쌍용차는 전신인 하동환자동차 시절이던 1963년부터 HDH라는 픽업트럭을 만든 바 있다. 이후 2002년 무쏘 스포츠 등장으로 대중에게 픽업 존재를 알렸다. 이후 픽업 시장은 조금씩 커져갔고 쌍용차는 시장 대응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단종 없이 꾸준히 세그먼트를 유지했고 액티언 스포츠와 코란도 스포츠를 거쳐 렉스턴 스포츠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K-픽업의 자존심을 지킬 신형 렉스턴 스포츠 칸을 직접 만났다.

 강인하고 터프한 자세
 렉스턴 스포츠 칸은 외관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상남자 이미지를 풍기면서 와일드한 차체가 한 눈에 봐도 듬직해 보인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그릴을 범퍼 아래까지 크게 감싸 강인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픽업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형을 보는 것 같다. 

 굵은 가로줄과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기업 로고 외에 칸의 경우 레터링도 넣어 존재감을 알린다. 이와 함께 번호판 주변을 비롯해 범퍼 가드를 추가해 멋을 냈다. 세로형 LED 안개등 역시 이전과 차별화를 이뤄내면서 멋까지 챙긴 킬링 포인트다.

 옆은 롱보디 픽업답게 긴 차체가 인상적이다. 탑승 및 적재 공간을 명확히 나눠 세그먼트가 주는 특징도 잘 살아난다. 고정식 사이드 스텝은 단단하게 표현돼 있으며 익스페디션 트림을 알리는 배지도 필러에 붙여 특별함을 더한다. 오프로드 전용 블록 타이어와 유광 블랙으로 감싼 작은 사이즈의 휠도 훌륭하다. 험로 주행을 고려해 휠 하우스는 큼직하며 플라스틱 몰딩을 처리해 내구성을 강화했다.

 뒤는 차명을 나타내는 음각 로고와 장식이 돋보인다. 트렁크와 범퍼는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이 외에 렉스턴 스포츠 칸에는 수 십여 가지에 달하는 순정 액세서리를 통해 나만의 차로 꾸밀 수 있다. 실제 시승차에는 측면 롤 바와 서퍼보드, 머드 탈출 패드, 트렁크 발판 등을 추가해 감성 품질을 배로 끌어올렸다.

 다재다능한 픽업의 능력
 실내는 일반적인 픽업이 흉내 낼 수 없는 렉스턴 스포츠 칸의 장점이 가득하다. 바로 고급스러운 구성과 다양한 조작 버튼이다. 실용성을 강조한 나머지 다소 저렴한 느낌이 드는 수입 픽업과는 선을 긋는다. 

 풀 디지털 계기판과 거대한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고급 세단을 보는 듯하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미러링 서비스도 기본이다. 여기에 인포콘 시스템을 적용하면 실시간 뉴스와 날씨는 물론 길 찾기, 음악 추천 등 최신 디지털 기능을 빠짐없이 즐길 수 있다. 각 화면의 구현 과정은 물론 연동성, 반응도 수준급이라 불편함이 없다.

 이 외에 3D 어라운드뷰 모니터링(AVM), 오토클로징(키를 소지하고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질 경우 자동으로 도어 잠김), 듀얼존 풀오토 에어컨 및 2열 에어벤트, 와이퍼 결빙 방지장치, 플로팅 센터 스피커 등 편의 기능을 탑재했다. 여기에 휴대폰 무선충전패드, 통풍시트 등 없는 편의품목을 찾아내는 게 더 쉬울 정도다. 넉넉한 편의 및 안전 품목은 국산 픽업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공간 활용 능력은 불만이 없다. 시트 바닥에는 미닫이 서랍이 있고 2열 등받이를 폴딩해 보다 많은 짐을 넣을 수도 있다. 트렁크는 트림 및 서스펜션 별로 차이를 보인다. 스포츠는 기본 1,011ℓ이며 길이를 늘린 칸은 24.8% 큰 1,262ℓ를 갖췄다. 또 최대 700㎏(파워 리프 서스펜션)까지 적재 가능하며 다이내믹 5링크 서스펜션을 선택하면 500㎏까지 넣을 수 있다. 스포츠의 경우 탑재 중량은 400㎏이다. 

 차분하고 섬세한 파워트레인
 2.2 LET 디젤 엔진은 최고 202마력, 최대 45.0㎏.m를 발휘한다. 유로6D 스텝2를 충족하며 질소산화물(NOx) 등 유해 물질을 줄이면서 성능뿐 아니라 연료 효율도 개선했다. 이와 함께 가장 많이 운전하는 일상 영역(1,600~2,600rpm)에서 최대 토크를 활용할 수 있으며 ISG 시스템을 적용해 부드러운 감각을 높였다.

 시동을 걸면 제법 차분하게 등장을 알린다. 이후 가속 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치고 나가며 여유롭게 차를 이끈다. 저속에서는 디젤 특유의 진동과 떨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안정적인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주행을 이어나갈 수 있다. 차를 이끌기에는 무난한 실력이다. 아주 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느리거나 답답한 건 더더욱 아니다. 적당하게 차를 이끌고 무난하게 앞으로 달려간다.

 특히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다. 엔진 회전질감이 부드러워 일반 SUV를 모는 것처럼 편하다. 픽업이라고 거칠거나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할만한 세팅이며 장거리 주행에서도 쾌적하게 이동의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그만큼 일상 주행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제한 속도 범위 내에서는 큰 불만이 없다. 

 다만 트렁크에 물건을 가득 싣거나 트레일러를 연결해 달린다면 한계가 드러날 수 있겠다. 출력과 토크를 조금만 높여도 좋을 듯하다. 6단 변속기는 평범하다. 즉각적인 반응보다 크게 숨을 고르고 느긋하게 단수를 오르내린다. 직결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매끄러운 반응으로 차분한 주행을 유도한다.

 신형으로 오면서 스티어링 휠 반응이 무척 좋아졌다. 회사는 랙 타입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R-EPS)을 장착해 조향감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실제 굽이 치는 산길을 통과할 때 조향이 크게 달라진 기분이 든다.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건 아니지만 유연하게 움직이며 운전 피로도를 크게 줄였다. 여기에 다른 디젤 픽업대비 준수한 정숙성도 만족스러운 운전에 큰 도움이 된다.

 험로는 전용 놀이터
 기분 좋은 온로드 주행을 마치고 양평에 위치한 임도로 갈아탄 뒤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그 곳에서는 다양한 오프로드 체험 코스가 차와 운전자를 반기고 있었다. 험로에서 렉스턴 스포츠 칸은 제 실력을 마음껏 뽐낸다. 

 기본적으로 지상고가 높아 하체 충격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다. 4륜구동 시스템은 오프로드에서도 안정감 있는 주행성능을 체험하게 해준다. 여기에 차동기어잠금장치는 슬립 발생 시 등판능력은 5.6배, 견인능력은 4배 가량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프레임보디가 주는 장점도 잘 드러난다. 지그재그 통나무 구간을 지날 때나 웅덩이가 움푹 파인 범피를 만나도 실제 차체에 가해지는 충격은 덜하다. 하체 쪽에 위치한 프레임이 1차적으로 걸러내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도로에서의 승차감은 SUV 대비 살짝 떨어지겠지만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한 픽업의 특징을 감안하면 이점으로 다가오는 뼈대다.

 이 외에 트레일러의 움직임을 감지해 구동력과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 기능도 준비했다. 여기에 다이내믹 패키지로 구성한 다이내믹 서스펜션은 높이를 10㎜ 정도 상승시켜 험로 주파능력 개선 등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다양한 부분에서 신형다운 개선점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총평
 렉스턴 스포츠 칸은 대안이 없는 국내 대표 픽업이다. 터프한 디자인과 국산차의 가장 큰 장점인 풍부한 편의 품목, 다른 픽업과 차별화된 고급 감성을 갖추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한다. 이렇게 세그먼트 영역을 스스로 넓혀가며 브랜드 기둥 역할까지 맡고 있는 효자 차종이다. 한국 땅에 최적화된 픽업을 찾는다면 렉스턴 스포츠 칸이 답이 될 수 있다. 

 가격은 스포츠 와일드(M/T) 2,519만원, 어드밴스 2,908만원, 프레스티지 3,065만원, 노블레스 3,440만원, 익스페디션 3,740만원이다. 칸은 와일드 2,990만원, 어드밴스 3,156만원, 프레스티지 3,295만원, 노블레스 3,715만원, 익스페디션 3,985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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