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승차감·상품성 향상 폭 커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꾸준하다. 지난 2018년 등장과 함께 연간 5만여 대가 꾸준히 팔리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이는 것도 관심의 결과다. 때마침 대형 SUV로 움직이는 수요와 높은 가격대 가치 등이 맞물린 셈이다. 최근 3년 반 만에 부분변경된 팰리세이드 역시 향상된 상품성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한층 높이려 한다.
▲가족형 플래그십 SUV의 면모
새 팰리세이드 외관은 2018년 현대차가 팰리세이드 미리보기 쇼카로 선보인 HDC-2 그랜드마스터 컨셉트에 한 발짝 다가선 분위기다. 여기엔 그릴과 램프의 경계를 허문 디자인과 헤드램프 바깥쪽으로 자리를 옮긴 세로형 LED 주간주행등이 한 몫했다. 우람한 멧돼지를 연상케 하는 전면부는 예전과 인상이 비슷하지만 정제된 선 처리 덕분에 보다 세련된 이미지로 달라졌다. 테두리를 다변화 한 그릴은 새틴 크롬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그릴에 스며든 램프 일부는 방향지시등 역할을 한다. 위치를 옮긴 주간주행등은 차폭을 넓어 보이게 하는데 일조한다.
측면은 부분변경 특성상 알로이 휠이 바뀐 정도의 변화를 이뤘다. 캘리그라피 전용 20인치 휠은 대형항공기 엔진 팬을 떠올리게 한다. 후면부는 가로형 리플렉터와 스키드 플레이트가 달라진 부분이다. 전면부에 비해 변화 폭이 적어 지루한 느낌이 크다.
실내는 대시보드의 전반적인 변화가 두드러진다. 특히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기존 10.25인치에서 12.3인치로 넓혀 보기가 시원하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에어컨 송풍구도 큰 변화의 주역이다. 반면 센터콘솔 구성은 반 세대 이전 제품 같다. AVN와 공조 제어 버튼을 나누긴 했지만 오래된 티가 역력하다. 룸미러는 후방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띄우는 방식을 적용했다. 하지만 햇빛에 인한 난반사로 가끔 잘 보이지 않는다.
실내 변화의 또 다른 축은 앞좌석의 릴렉션 컴포트 시트다. 릴렉션 컴포트 시트는 다리 지지대를 덧대고 시트 움직임을 재구성해 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할 때 몸 무게를 시트 전반에 고르게 나눌 수 있다. 180도로 완전히 눕혀지진 않지만 앞좌석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편한 자세가 나온다. 완전히 눕고 싶다면 뒷좌석을 모두 접고 차박을 즐기면 된다.
2~3열 좌석과 적재공간은 7인승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만큼 제법 넉넉하다. 편의품목도 마찬가지다. 2열 좌석은 도어 커튼, 윙 타입 헤드레스트, 통풍 및 열선 기능을 담고 있다. 2열 좌석보다 활용도가 적은 3열에는 시트 열선을 마련해놨다. 이밖에 후석 대화, 취침 모드 등의 기능으로 앞·뒤 좌석 간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다.
▲전동화의 부재 상쇄하는 승차감 개선
시승차는 V6 3.8ℓ 가솔린 직분사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 295마력, 최대 36.2㎏·m의 성능을 발휘한다. 초고유가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크고 오래된 엔진이지만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원하는 만큼 가볍고 넉넉하게 힘을 뽑아 쓸 수 있다. 전동화로 인해 앞으로 경험하기 힘들어질 내연기관의 가속 감각이다.
연료 효율은 복합 기준 9.0㎞/ℓ인데 정체가 많은 도심에서는 7.1㎞/ℓ, 고속 정속 주행이 길었던 곳에선 11.0㎞/ℓ 정도의 숫자가 표시됐다. 덩치와 크기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고유가를 고려하면 부담일 수 있지만 구매자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다.
팰리세이드는 SUV 차체를 지니고 있지만 오프로드와 어울리지 않는 도심형의 주행 감각을 보인다. 체격 자체도 진입각과 이탈각 등을 고려하지 않아 험로 주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온로드 주행은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패밀리카라는 특성을 적극 반영한 덕분에 안정적이고 편하다. 큰 덩치 탓에 롤링이 느껴질 법도 하지만 억제하는 수준이 높다. 부분 변경을 거치면서 서스펜션 댐퍼를 개선한 효과이기도 하다. 정숙성도 개선됐다. 흡음재 두께를 늘리고 2열 도어에도 이중 접합 유리를 활용했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방향지시등만 켜도 알아서 차로를 바꾸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2(HDA2)를 사용할 수 있다. 차로 변경 보조는 아직 후측방 차와의 거리를 꽤 확보해야 제대로 써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전 팰리세이드나 다른 제품이 그렇듯 기본적인 주행 지원은 수준급이다.
▲가성비·가심비 다 잡은 대형 SUV
원래 인기가 많았던 팰리세이드의 가치가 더 상승했다. 비록 전동화 파워트레인이나 새 플랫폼을 챙기진 못했지만 평소 소비자와 맞닿는 디자인과 승차감을 쇄신해 두 번째 전성기를 노린다. 지금까지 "가성비"로 승부를 봤었다면 이제는 심리적 만족을 지향하는 "가심비"까지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물론, 이에 따른 가격 상승도 만만치 않게 이뤄졌다.
가격은 3,497만~5,13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