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특별한 렉서스식 BEV, UX 300e

입력 2022년06월23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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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질감 적은 가속과 감속 인상적
 -절정 향하는 렉서스 특유의 정숙성

 렉서스 최초 순수전기차(BEV) UX 300e가 국내 등장했다. 새 차는 도심형 컴팩트 SUV "UX"를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기술 노하우가 축적된 게 특징이다. 반면 BEV 출시 시점이 상대적으로 늦었고 주행 가능거리가 낮다는 점은 우려다. 그러나 정작 시승을 해보니 우려는 우려일 뿐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주행 거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디자인&상품성
 출발에 앞서 차를 살펴봤다. 기존 UX와 마찬가지로 세련된 도심형 SUV 느낌이 강하게 든다. 브랜드 디자인 언어인 대형 스핀들 그릴을 비롯해 날카로운 LED 헤드램프는 역동성을 표현한다. 범퍼 양 끝에는 세로 장식을 넣어 밋밋함을 피했고 코너링 램프가 탑재돼 있어 야간 주행 시 좌우 시야 확보를 돕는다.

 옆은 낮은 지상고와 높이, 짧은 길이로 크로스오버를 보는 듯하다. 앞쪽 도어에서 시작되는 캐릭터 라인은 뒤로 이어질수록 높아지며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두툼한 플라스틱 휠하우스는 대조를 이루며 도심에서 한층 눈에 띄는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아래에는 전기차를 보여주는 일렉트릭 배지도 넣어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예리하고 선명한 스핀들 형태를 모티프로 한 뒷모습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자형 테일램프는 레이싱카 후면 날개에서 영감을 받았다. 입체적으로 튀어나와 있는데 공기 흐름 조절 핀 역할도 수행해 기능과 멋을 동시에 챙겼다. 회사는 기존 램프 역할을 넘어 운전시 바람으로 인한 차의 흔들림을 안정시키는 에어로다이내믹 능력도 겸한다고 밝혔다.

 실내는 운전자 중심 구조다. 모니터와 공조장치, 센터 콘솔 디자인도 모두 운전자 쪽으로 치우쳐 있다. 버튼 크기는 작지만 인체공학적 설계로 누르기가 편하다. 또 적재적소에 배치해 시인성도 좋다. 디지털 계기판은 일목요연하게 정보를 보여준다. 

 평균 전력 효율과 주행가능거리 트립컴퓨터도 깔끔하며 별도로 아날로그 바늘을 마련한 점도 신선하다. 뿔처럼 솟은 운전모드 조절 레버, 손에 쥐는 맛이 좋은 스티어링 휠까지 운전석에 앉으면 당장이라도 가속페달을 밟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전자식 기어 레버는 반응이 빠르고 그립감이 우수하다. 천연가죽에 새틴 크롬 장식이 더해져 기능성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동시에 전달한다. 또 운전자가 파킹이 아닌 변속 위치에서 내릴 경우에는 자동으로 파킹 변속으로 변경해 안전을 한층 더 강화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터치패드는 면적이 넓고 감각이 자연스러워졌다. 이 외에 전 좌석 독립 열선, 앞좌석 통풍 시트,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반자율주행 기술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 등 꼭 필요한 편의품목이 알차게 들어있다.

 2열은 컴팩트 SUV가 보여줄 수 있는 무난한 수준의 공간을 보여준다. 여유로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답답하다고 느낄 정도는 더더욱 아니다. 전용 송풍구와 USB충전 포트도 추가로 마련했다. 트렁크는 하이브리드 대비 약 41ℓ 넓어진 305ℓ다. 배터리를 바닥에 낮게 넣은 결과이며 데크보드를 올리면 작은 물품을 추가 적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성능
 UX 300e는 최고 204마력, 최대 30.6㎏·m를 발휘하는 전기모터와 54.35㎾h급 리튬 이온 배터리 조합으로 움직인다. 1회 충전 시 최장 주행거리는 약 233㎞이며 전비는 복합 기준 4.7㎞/㎾h(도심 5.0㎞/㎾h, 고속 4.3㎞/㎾h)다. 충전 시간은 DC차데모 급속 기준 0%에서 75%까지 약 50분, 0%에서 100%까지 약 80분이 걸린다. 

 주행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차분한 성격이 드러난다. 고요하면서도 미끄러지듯이 나가는 감각이 마음에 든다. 강한 전기 힘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누구나 편하고 쉽게 운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세팅이다. 그만큼 여유롭게 속도를 올리고 탑승자 모두에게 쾌적한 주행감각을 제공한다.

 폭발적인 가속은 덜하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거나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스릴은 조금 약하지만 차의 성격과 탑승자를 고려하면 UX 세팅이 이상적이다. 급가속이 반복되면 배터리 소모가 많아져 그만큼 주행거리가 짧아지고 차에도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가속과 감속을 반복할 때 자연스러운 반응도 일품이다. 게이지는 에코와 파워, 차지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최대한 매끄럽게 속도를 전개한다. 오랜 시간 하이브리드 기반 전동화 파워트레인 만들기 노하우가 빛을 내는 순간이다. 그만큼 꿀렁이거나 급하게 가고 서는 현상이 적다. 이질감이 크게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편안한 승차감에도 도움을 준다.

 한라산 1100고지 초입에 들어섰다. 이 곳에서는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해 차가 갖고 있는 달리기 실력을 확인했다. 극적인 변화는 덜하지만 한결 빠른 반응과 탄탄한 서스펜션은 단연 돋보였다. 이와 함께 고속으로 갈수록 "위-잉" 하면서 실내에 퍼지는 액티브 사운드도 사뭇 놀라웠다. 터빈이 고회전으로 돌아갈 때 들릴법한 독특한 음색으로 운전 내내 즐거움을 안겨준다.

 배터리가 바닥에 묵직하게 깔려있어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여기에 컴팩트한 차체까지 어우러져 민첩하게 포물선을 그린다. 실제 UX 300e는 낮은 무게중심과 배터리 팩에 맞춘 EV 전용 바디 프레임으로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했다. 

 또 하부에 적용한 크로스 멤버는 측면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고 중요한 장비를 보호한다. 최적의 패키징으로 강성과 완성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BEV가 주는 장점을 간직한 체 즐겁게 운전하다 보면 평소 차분한 성격이 강할 거라는 렉서스 편견도 저절로 사라진다. 

 1100고지를 내려올 때는 회생제동 실력을 확인했다. 일반 D레인지와 B모드 간 차이는 명확하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부터 차는 회생제동을 강하게 걸며 전비를 높이기 위해 온 신경을 쏟아 붓는 모습이다. 

 그만큼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일상에서 자주 쓸 일은 없어 보인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한 원페달 드라이빙도 무난했다. 단계별 섬세한 차이를 두지 않아 활용도가 살짝 낮아질 수 있겠다. BEV만 줄 수 있는 부가적인 기능쯤으로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듯하다.

 아쉬움은 전비로 잊는다. 환경부 인증 전비보다 실 주행 숫자가 훨씬 높게 나온 것. 산길을 가혹하게 오르내렸지만 트립컴퓨터 상 전비는 5.0㎞/㎾h를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가능 거리를 보고 지레짐작 걱정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일상생활 도심 속에서 차와 함께하는 상황이라면 큰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총평
 UX 300e는 렉서스 전동화 기술 노하우가 은은하게 베어있는 BEV다. 속도를 오르내리는 순간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반응과 이질감을 찾아볼 수 없는 쾌적한 주행 실력, 알뜰하게 챙기는 전비까지 운전 과정에서 손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여기에 컴팩트 SUV 특유의 발 빠른 움직임이 더해져 새로운 즐거움으로 인도한다. 

 이와 함께 렉서스 장기인 정숙성과 안락한 승차감은 그대로다. 에코나 노멀 모드에서 도로 흐름에 맞춰 주행하면 어떤 입문형 BEV보다 고급스럽게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눈에 보이는 소재와 마감 수준, 착좌감, 버튼 감촉 등 감성 품질도 뛰어나 여러모로 흡족하다. 렉서스 첫 BEV는 진하고 깊은 인상을 주며 명확한 소비층을 향해 정 조준한다. 가격은 5,4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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