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폭의 변화 거치고 돌아온 볼륨 SUV
-탄탄한 주행 및 뛰어난 연료 효율 인상적
고유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자동차를 바라보는 소비자 관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연료 효율에 집중하며 총 소유 비용을 먼저 따지기 시작한 것. 여기에 친환경 트렌드까지 겹치면서 전동화 파워트레인 인기도 급 상승 중이다. 하이브리드 장인 렉서스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회사는 흐름을 살려 볼륨 역할을 자처하는 신형 NX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새 차는 8년 만에 돌아온 2세대답게 안팎으로 큰 변화를 거친 게 특징이다. 여기에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두 가지 선택지를 마련해 시장 선점을 노린다. 지난 21일 제주도에서 열린 NX 미디어 시승회에 참가해 직접 차를 살펴봤다.
▲디자인&상품성
전체적인 외관은 다른 라인업과 맥을 같이한다. 날카롭고 명확한 인상은 물론 듬직한 체구, 거대한 그릴까지 단번에 렉서스임을 알게 한다. 다만 신형으로 오면서 스핀들 그릴에 U자형 패턴을 새롭게 적용했다. 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변경됐으며 그릴 프레임 또한 메탈릭 소재를 적용해 자연스러운 감각을 보여준다.
또 그릴 위쪽 면적을 줄이면서 보닛을 볼륨감있게 구현했다. 그릴 디자인의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주행 시 흡기 성능에도 영향을 줬고 엔진 냉각 성능 증가에도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이 외에 화살촉 모양의 주간 주행등은 헤드램프와 일체감 있게 디자인돼 보다 매끈하고 간결하다.
옆은 신규 플랫폼 덕을 봤다. GA-K로 불리는 새 뼈대는 차를 더 크고 길게 연출시켰다. 기존과 비교해 휠베이스가 30㎜ 길어져 넓고 안정적인 실루엣을 구현했다. 캐릭터라인은 한결 차분하게 다듬은 모습이며 뒤쪽으로 이동할수록 보여주는 완만한 루프라인은 디자인 완성도를 높인다. 20인치 휠과 사다리꼴 모양 휠하우스 조합도 인상적이며 두툼한 사이드스커트는 역동성을 키우는 데에 도움을 준다.
렉서스 최초로 탑재한 기능도 있다. 바로 전자식 버튼 도어 핸들이다. 부드러운 미닫이문처럼 승하차 시 적은 힘으로 문을 열 수 있다. 탑승자 편의를 배려한 최신 기술로 구현 과정이 사뭇 신선하다. 도어 개폐 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고급감은 렉서스가 추구하는 럭셔리함, 오모테나시(환대)를 전달한다.
뒤는 "L자" 형태로 길게 늘어진 테일램프와 그 아래 새롭게 적용된 렉서스 레터링이 핵심이다. 기존의 동그란 로고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과감히 지운 모습에서 변화를 예고하는 브랜드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이런 형태는 앞으로 출시될 다른 렉서스에도 점진적으로 적용돼 브랜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트렁크는 스핀들 실루엣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있다. 앞모습과 통일감을 주면서도 정체성을 은은하게 전달한다. 또 좌우 휠 아치 볼륨감을 강조해 더 넓고 안정적인 실루엣을 구현했다.
실내는 일취월장해진 모습이다. 독특하고 입체적인 센터페시아 및 대시보드 형상이 특징이며 대칭 구조였던 기존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렉서스는 이를 "타즈나(Tazuna)" 컨셉트로 표현했다. 마치 승마에 있어 사람과 말이 일체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 듯한 모습을 연출한 것. 차와 운전자가 하나가 돼 운전할 수 있게끔 운전자 중심으로 많은 변화를 거쳤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14인치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는 단연 시선을 끈다. 터치가 제공되고 빠른 반응속도는 물론 패널이 운전석을 향하고 있어 주행 중에도 부드러운 시선 이동과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공조 시스템과 오디오 스위치는 물리 버튼을 사용해 주행 중에도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센터 터널은 화려하다. 두 단계로 나뉜 수납함과 큼직한 컵홀더, 깔끔한 쉬프트 바이 와이어 타입변속기가 위치한다. 이 외에 EV관련 주행모드, 오토홀드 트랙션 컨트롤, 트레일 모드와 같은 중요한 버튼을 레버 주변에 배치해 편리한 조작이 가능하다.
새롭게 설계된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부드러운 재질의 천연 가죽으로 마감돼 손에 쥐는 맛이 좋다. 좌우에 탑재된 터치 감응형 스위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조작 표시를 나타낸다. 운전 중 빈번한 시야 이동 없이 간편하고 직관적인 메뉴 조작을 할 수 있다.
계기판은 고해상도 TFT LCD가 적용돼 뛰어난 시의성과 가독성을 제공한다. 중앙에 배치된 타코미터를 중심으로 좌우에는 주행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주행모드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한 애니메이션도 운전 즐거움을 높이는 요소다.
편의품목으로는 LG 유플러스 드라이브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클로바를 통한 음성 인식 기능은 네비게이션 목적지 설정부터 다양한 정보 검색 및 공조 제어까지 보다 쉽고 편리하게 도와준다. 지니뮤직, 바이브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도 갖췄다. 여기에 소모품 교체 알림 기능이 탑재돼 보다 쉽게 관리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무선 충전 시스템, A타입, C타입 모두 대응이 가능한 USB포트, 디지털 리어 뷰 미러 등 요즘 소비자가 원하는 편의 기능도 전부 갖췄다. 블랙박스와 하이패스를 기본으로 제공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감성 품질을 높이는 요소로는 멀티 앰비언트 일루미네이션이 있다. 주행에 방해를 주지 않는 은은한 조도로 실내를 부드럽게 감싼다. 특히 자연현상에서 착안한 총 14가지 테마 컬러와 더불어 운전자 취향 및 기분에 따라 50가지 색상을 자유롭게 선택 가능하다. 도어 안쪽과 각 시트 플로어매트, 콘솔 트레이 주변을 은은하게 비춰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2열은 한층 넓어진 가죽 시트가 몸을 완전히 감싸며 편안함을 제공한다. 개방감이 좋고 앉았을 때 전체적인 착좌감도 쾌적하다. 전용 공조장치와 열선 시트도 빠짐없이 챙겼다. 트렁크는 약 520ℓ 수준으로 9.5인치 캐디백 3개를 가로로 넉넉하게 수납할 수 있다. 6:4 비율로 접히는 2열을 파워폴딩 했을 때는 약 1,411ℓ의 공간이 확보된다. 킥센서의 감도 및 반응속도, 개폐속도를 개선한 파워 백 도어 기능도 적용했다.
▲성능
시승차는 PHEV 버전의 NX 450h 플러스다. 4기통 2.5ℓ 가솔린 엔진은 하이브리드와 동일하게 적용됐으며 차체 바닥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중심으로 사륜구동 "E-포"시스템이 조화를 이룬다 그 결과 시스템 최고출력 307마력을 발휘한다. 18.1㎾h 대용량 배터리는 순수 전기 모드로 최장 56㎞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총 96개의 셀과 4개의 스택으로 구성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택 하부에 장착된 에어컨 냉매를 이용한 배터리 냉각 시스템을 갖췄다. 또 추운 겨울 같이 저온 시에 작동하는 배터리 히팅 시스템, 히트펌프를 통한 실내 온도 조절 기능이 탑재돼 높은 퍼포먼스를 유지하면서도 주행거리 감소를 최소화했다.
충전구는 완속 충전용 6.6㎾ AC단상으로 다른 PHEV에 비해 약 2배 정도 높다. 월박스 기준 약 2시간 30분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 리드 락, 커넥터 락 시스템을 통해 스마트키를 소지한 승차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분리시키지 못하도록 설정해 안심하고 충전할 수 있다.
시동을 켜면 레디 문구와 함께 출발 준비를 알린다. 이후 스르륵 미끄러져 나가면서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운전석에서 보는 시야만 높아졌을 뿐 잘 세팅된 대형 세단을 타는 것처럼 부드럽다. 욕심을 부려 가속페달에 힘을 실었다. 차는 조금의 지체 없이 언제든지 원하는 속도를 꾸준히 뽑아낸다. 가속감도 시원스럽다. 고속 영역으로 올라갈수록 엔진 소리가 다소 커지는 건 사실이지만 듣기 불쾌한 정도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빠르게 속도를 올리는 과정에서 느끼는 스포티한 감각이 더 크게 다가온다.
전체적으로 기존 NX와 비교해 응답성이 빨라진 느낌이다. 반응이 워낙 민첩해 언제든지 속 시원한 주행 감각을 전달한다. 굼뜨거나 답답한 현상은 쉽게 느낄 수 없다. 파워트레인뿐만 아니라 합을 이루는 각 요소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스티어링 휠 반응이다. 정확하면서도 즉각적인 움직임으로 한 없이 부드러울 것 같은 편견을 지운다. 느슨한 성격으로 롤이 생기거나 휘청거리는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서스펜션 세팅도 마찬가지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더블 위시본 타입이 탑재돼 한결 탄탄해진 주행감성을 전달한다. 비단길처럼 편안하게 흘러가는 렉서스 특유의 승차감은 그대로 유지한 체 한계를 높인 결과 노면 대응력이 풍부해졌다. 주행 모드에 따라 명확하게 경험할 수 있고 유럽차를 모는 것처럼 운전 재미가 돋보인다.
성능 및 주행 안정성을 결정짓는 근간은 뼈대다. 신형 NX에는 새로 만든 GA-K 플랫폼이 탑재돼 있다. 레이져 스크류 웰딩 등의 사용을 통해 차체 강성을 높였고 고장력 강판 구조로 경량화까지 챙겼다. NX 수석 엔지니어는 틀을 먼저 완벽하게 잡고 그 안에 렉서스식 퍼포먼스 요소를 넣은 만큼 완성도가 높은 차라고 밝혔다. 실제 활용도가 많은 새 플랫폼 덕분에 균형 잡힌 몸매를 유지할 수 있었고 전체적인 주행 퀄리티도 함께 올라갔다.
반면 E-포 사륜구동은 무난하다. 미끄러지기 쉬운 노면 또는 가속 및 선회 구간에서 후륜 모터의 구동력을 통해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운전자가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픽을 보면서 내 차의 구동력 상태를 확인할 뿐이다. 전 후륜 최대 100:0에서 20:80까지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치밀하게 제어하기 때문에 시스템을 믿고 여유로운 주행을 이어나가는 걸 추천한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해안도로에 진입해서는 순수 전기모드로만 달렸다. NX 450h 플러스에는 제법 다양한 EV 모드가 있다. 먼저 오롯이 전기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한 EV모드, EV주행을 메인으로 하면서 주행 환경에 따라 필요 시 엔진이 개입하는 오토EV 하이브리드 모드, 배터리 충전상태에 따라 엔진과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드, 배터리 충전량이 EV 주행에 필요한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주행 중 엔진 구동력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시켜 주는 셀프 차지 모드가 있다.
에너지 흐름도를 보면서 EV주행을 이어나가니 순수 전기차와 동일한 역할로 큰 만족을 줬다. 자연 속에 동화돼 친환경 에코 소비자를 몸소 실천하는 순간이다. 또 렉서스 특유의 부드러움과 정숙성이 더해져 어느 라이벌 PHEV보다 매끄럽게 달릴 수 있다. 도심 속 일상 주행에서는 기름값 걱정 없이 전기차 흉내를 내며 이동하는 게 가능하다.
안전 품목으로는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가 있다. 차간 거리와 차선 유지 등 이상적인 반응과 대처로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도로 표지판 어시스트(RSA) 기능도 새롭게 추가돼 예방 안전 기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요즘 차들과 동등한 수준의 주행보조시스템을 바탕으로 차분한 세팅이 인상적이며 탑승자에게 믿음을 준다.
▲총평
렉서스 신형 NX는 큰 폭의 변화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커진 차체와 새 디자인 언어는 서로 찰떡 궁합을 이루며 브랜드 미래를 엿볼 수 있었고 완전히 달라진 실내와 각종 신기술은 사용하는 내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노하우로 가득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상황에 맞춰 최적의 힘을 냈고 탄탄해진 주행 감각은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며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해낸다. 여기에 렉서스 장기인 안락한 감각과 정숙성, 주행할수록 늘어나는 효율은 덤으로 챙겨간다. 고유가 시대 속 완벽한 타이밍에 등장한 신형 NX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가격은 NX 350h 프리미엄 6,500만원, NX 350h 럭셔리 7,440만원, NX 450h+ 프리미엄 7,100만원, NX 450h+ F 스포츠 7,80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