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예술적인 고성능, 기블리 트로페오

입력 2022년06월30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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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580마력 내뿜는 이탈리아산 경주마
 -스릴과 짜릿함을 안겨주는 움직임

 마세라티 하면 떠오르는 몇몇 단어가 있다. 수려한 디자인, 삼지창 로고, 수준 높은 감성 등이다. 무엇보다 레이싱 DNA를 이어받은 역동적인 주행은 차와 브랜드를 상징하며 오랜 시간 마니아를 만들어왔다. 이런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마세라티가 최상위 라인업 "트로페오 컬렉션"을 선보였다. 르반떼와 기블리, 콰트로포르테 등 전 차종에 걸쳐 하드코어 실력을 드러내는 게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기블리 트로페오는 마세라티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컴팩트한 차체를 바탕으로 강한 파워트레인과 독창적인 세팅을 통해 고성능 스포츠 세단의 정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차가 가진 능력과 숨은 매력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시승에 나섰다.

 ▲성능
 핵심은 엔진이다. 기블리 트로페오에는 새 V8 엔진이 들어있다. 90도 V형 앵글을 가진 3.8ℓ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 580마력, 최대 74.44㎏·m를 발휘한다. 리터당 마력 비율은 154마력에 이른다. 다른 마세라티 가솔린과 같이 V8은 페라리와 합작을 통해 만들어졌다.  

 트로페오로 명명한 새 V8 엔진 개발을 위해 마세라티 연구진은 엔진 구성부터 피스톤 및 커넥팅 로드와 같은 내부 구성품까지 전부 새롭게 설계했다. 먼저 강한 힘을 한번에 내뿜는 병렬식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가 있다. 각 실린더 뱅크에는 세부적인 휠 디자인을 적용해 보다 유동적이고 즉각적인 공기 흡입이 가능하다. 연소효율과 성능 증가를 위해 실린더 헤드 역시 재설계했고 다양한 캠 샤프트와 밸브를 추가 장착해 내구성도 키웠다.

 개선 결과는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초기 응답성이 무척 빨라졌고 차는 후련하게 바늘을 꺾으며 무섭게 질주한다. 터보 지연현상도 거의 느낄 수 없으며 엔진 회전질감은 기존과 비교해 2배 이상 빠르고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특히 1,500rpm 정도의 낮은 회전수에서 폭발적으로 작동하는 최대 토크는 일품이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시트 안으로 몸이 파묻힐 정도의 강력한 힘을 경험할 수 있다. 

 코너에서는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작은 차체를 앞세워 움직임이 한결 경쾌하다. 여기에 뒤 차축에는 기계식 차동 제한 장치(LSD)까지 넣어 모든 노면 상황에서 최적의 트랙션을 보장한다. 비대칭 구조로 이루어진 LSD는 동력 가동 상태에서 락업 25%를, 동력 비가동 시에는 35%를 지원한다.

 팔색조 서스펜션도 숨은 조력자다.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가 기본이며 특히 뒤쪽에는 네 개의 알루미늄 서스펜션 암 구조로 노면 대응력을 키웠다. 후륜구동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면서 탁월한 승차감과 스포츠 퍼포먼스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목표까지 동시에 달성해냈다. 

 탄탄한 하드웨어 구조에 맞춰 소프트웨어의 경우 스카이 훅 서스펜션 시스템이 기본 탑재돼 있다. 트로페오의 극단적인 주행 조건에 맞춰진 연속 모듈과 세밀한 보정 기능의 댐퍼를 포함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각 휠과 차체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가속 센서를 통해 도로 상태와 주행 방식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각 댐퍼의 설정을 조절한다.  

 스카이훅의 기본 모드는 편안함을 우선 순위로 삼는다. 반면 운전자가 서스펜션 버튼을 누르면 스포티함이 강화된다. 회사는 극한 테스트 시나리오와 레이스 트랙에서 개발한 기술이라며 댐핑의 강성 강화는 물론 핸들링을 한 단계 더 높이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결과 공격적인 주행을 이어나가도 시종일관 묵직하게 노면을 흡수한 뒤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종방향과 횡방향의 부하 전달을 줄이고 바디롤을 최소화해 불안한 상황을 좀처럼 만들지 않는다. 정확한 반응으로 소문난 독일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자신감에 취해 이성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특히 주행 모드 중 가장 강력한 "코르사"는 무서울 정도다. 주행에 관여하는 모든 부품이 예민해지고 자세제어장치도 알아서 꺼진다. 날 것의 성격으로 변하며 오직 운전자 실력과 판단으로 모든 결과 값을 이끌어낸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 반응하며 장소와 주변 환경을 가리지 않고 도로 위 존재감을 뽐낸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소리다. 트로페오라고 해서 사운드까지 특별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일단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특유의 칼칼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물론 차 주변에서는 으르렁거리며 성격을 드러내지만 실내에서는 크게 퍼지지 않는다. 모든 음악을 다 끄고 레드존에 바늘을 붙여야만 특유의 엔진음과 배기음을 들을 수 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기존 기블리를 바탕으로 몇 가지 포인트를 줬다. 보닛에 뚫은 "ㄷ"자 모양 덕트와 펜더에 붙은 트로페오 배지, 노란색 사이드 띠를 보면서 특별함을 감지한다. 고성능 피렐리 피제로 타이어와 21인치 휠, 타공 디스크, 노란색 캘리퍼도 시선을 끈다. 이를 제외한 날렵한 헤드램프와 커다란 그릴, 세로형 크롬 바, 마세라티 엠블럼 등은 전부 동일하다. 

 옆은 조각품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섬세한 캐릭터라인과 적당한 거리의 휠베이스, 각진 유리창 디자인까지 조화가 상당하다. 프레임 리스 도어의 특징을 살린 매끈한 블랙 B필러도 포인트다. 뒤는 부메랑 모양의 LED 테일램프가 시선을 끈다. 신형의 가장 큰 특징으로 3200 GT와 알피에리 컨셉트카에서 영감을 받아 그려 넣었다. 

 실내는 대칭 형태의 독창적인 대시보드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고급스러운 감각에 모든 초점을 맞췄고 투톤 가죽을 감싸 밋밋함도 피했다. 이와 함께 스포츠 스티어링 휠의 알루미늄 기어 시프트 패들과 이녹스 스포츠 페달 등에서 마세라티 특유의 디테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새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가장 마음에 든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화면 조절이나 아이콘 배열 등의 개인화가 가능하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오토모티브 시스템을 운영해 반응과 연동성이 높아졌다. HD 스크린 역시 4:3 비율의 8.4인치에서 16:10의 비율인 10.1인치까지 확대됐고 가장자리 베젤을 최소화해 높은 시인성을 갖췄다. 

 센터 콘솔에는 직관적인 기어 시프트 레버와 드라이빙 모드 버튼이 정리돼 있다. 이 외에 콘솔에는 두 개의 컵 홀더, 12V 파워 소켓, SD 카드 리더 연결 장치, 휴대전화 거치 공간, USB 소켓 등 다양한 포트가 포함돼 있다. 소재는 온통 가죽과 알칸타라, 카본의 향연이다. 호화롭고 자꾸만 쓰다듬고 싶어진다. 곳곳에 넣은 금속 느낌 은색 장식과 빨간 스티치도 감성 품질을 높인다.

 2열은 차의 크기를 감안하면 적당하다. 헤드룸이나 레그룸은 실제로 앉았을 때 좁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벨트라인이나 가운데 턱 등이 높아 개방감은 부족하다. 때문에 심미적으로 공간이 작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질 좋은 가죽 시트는 2열에서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다. 안락한 감각을 내세워 장시간 이동해도 불편함이 없을 듯하다. 편의품목은 전용 송풍구와 열선시트 등 필요한 기능만 알차게 넣은 모습이다.

 ▲총평
 기블리 트로페오는 이상적인 비율에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얹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성능을 발휘하고 깊은 매력과 진한 여운을 남긴다. 운전자와 교감하며 달릴 줄 아는 세단이며 과정 속에서 차에 대한 믿음과 운전 실력, 애정은 커진다. 전체적인 상품성에서 오는 만족도가 크다. 
 
 아울러 우아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개선이 필요했던 디지털 요소를 크게 강화해 편리함을 이끌어 낸다. 해를 거듭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마감과 조립 품질은 더 이상 흠결이 없다. 기블리 트로페오는 마세라티 고성능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스포츠 세단이다. 가격은 1억8,45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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